서울 송파구 일반고에 다니는 김아무개양(고3)은 수능 사회탐구(이하 사탐) 영역 가운데 ‘사회문화’와 ‘생활과 윤리’를 선택했다. 두 과목 모두 모의고사 때 1등급을 받았다.
“점수가 잘 나오기도 하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과목이라 학교에서 2, 3학년 때 똑같은 내용을 두 번 가르쳐준다. 인강 사이트에도 두 과목 강의가 많아서 보충하기 편하다.”
김양은 “좋아하는 인강 강사나 학교 선생님 영향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점수가 최우선이다. 수시 비중이 늘었지만 수능최저기준이나 표준점수도 따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 3월 모의고사 전까지 ‘완강을 돌려준다’(인강으로 한 과목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배움)는 학원에서 탐구영역을 공부하고 있다.
반면, 방의진양(학익여고2)은 1학년 모의고사 때 테스트 삼아 여러 과목 문제를 풀어봤다. “진로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관심이 가는 ‘일반사회’와 ‘윤리와 사상’ 과목을 선택했다. 성적이 잘 나오면 좋겠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한 진로와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다.”
세부 과목 선택, 어떤 기준 삼아야 하나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 절대평가를 도입하면서 탐구영역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학생들은 고1부터 탐구 과목을 배우지만 보통 2학년 때 문·이과로 계열을 나누면서 수능 탐구영역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 사탐은 필수과목인 한국사를 제외하고 총 9과목, 과학탐구(이하 과탐)는 8과목이다.
세부 과목을 선택하는 데 정답은 없지만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은 있다. 학생들은 보통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전공과 관련 있는 과목을 선택할지, 점수가 잘 나오는 과목을 선택할지 고민한다. 김진석 소명여고 교사는 “기본적으로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을 선택한 뒤, 학교에서 중점적으로 가르치는 과목을 고르는 게 유리하다”고 했다. 학교 내신과 수능 대비를 동시에 할 수 있어서 공부하는 품이 덜 든다는 뜻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이 없거나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다면, 일단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은 과목 가운데 학교에서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과목을 고르라는 것이 중론이다. 공부 시간 대비 점수가 잘 나오는 과목인지도 고려사항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탐구영역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성향과 학습흥미도”라고 말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거나 학습량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이 공부하기 편하다는 것. “고3 때 배운 과목이 기억력 면에서 유리할 수 있지만 2학년 때 배웠더라도 여러모로 자신에게 의미 있다면 그 과목을 선택하는 게 맞다.”
응시 집단 많은 과목, 무조건 유리할까
“수능에서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게 무조건 유리하다.” 정설로 통하는 이 말은 정답일까. 전문가의 대부분은 “맞다”고 동의했다. 대입에서도 모집정원이 많은 전형, 즉 ‘지원 풀’이 크면 비집고 들어가기가 더 수월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또 상대평가라 응시자가 적은 과목은 조금만 실수해도 높은 등급을 받기 힘들다.
실제 학생들은 점수가 잘 나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대를 지원하면서도 ‘물리’나 ‘화학Ⅱ’를 선택하지 않고, 경제학과를 선호하면서도 ‘경제’ 과목을 선택하지 않는다. 2017학년도 계열별 탐구영역 선택 비율을 보면 ‘경제’ 2.5%, ‘세계사’ 7.8%, ‘물리Ⅱ’와 ‘화학Ⅱ’는 각각 1.4%, 1.6%에 그쳤다.
남 소장은 “경제는 상위권 학생들이 좋아하는 과목이다. 특히 언론사에서 시행하는 경제 경시대회를 준비해본 경험이 있는 등 잘하는 학생이 많아서 한 문제 틀렸을 때 타격이 다른 과목에 비해 크다”며 “단순히 특정 과목을 좋아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다른 과목에 비해 명확한 비교우위가 없다면 응시자 집단이 적은 과목은 백분위가 잘 안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제2외국어, 반드시 준비해야 하나
제2외국어를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지도 학생들의 고민 가운데 하나다. 일부 대학에서 사탐 한 과목을 제2외국어로 대체해 반영하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5등급 이하대 학생이 갈 수 있는 대학은 제2외국어를 거의 보지 않는다. 하지만 평균 3·4등급대인 학생 가운데 탐구영역도 비슷한 등급이면 제2외국어를 반드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아랍어를 선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아랍어를 선택하는 학생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준비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김아무개양도 “제2외국어로 아랍어를 선택할 생각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면 수능 한 달 전부터 공부해도 충분히 일등급이 나온다고 해서 그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2외국어는) 사탐만 보면 리스크가 있어서 ‘대비용’으로 보는 것이다. 다른 언어는 외고 아이들을 이길 수 없으니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정제원 숭의여고 교사는 “아랍어는 700단어로 구성돼 있고 ‘시계 보는 법’, ‘길 안내’ 등 우리말로 치자면 문제가 초등 저학년 수준이다. 상위권의 경우 철자만 익숙해지면 금방 40점을 따서 1등급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애초 공부를 포기하고 그냥 찍는 학생들도 있어서 실력보다는 요행으로 점수를 따는 문제가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탐구영역 학습 노하우는 뭘까
흔히 탐구영역은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과목에 따라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도 나오기 때문에 무조건 외우기만 해서는 높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 남 소장은 “사탐, 과탐의 기본적 특징은 완벽하게 암기하는 것, 그다음은 과거 수능 문제 유형을 파악해 기출문제를 익히는 것”이라고 했다.
“사탐의 경우 ‘윤리와 사상’, ‘동아시아’, ‘세계사’는 암기 위주 학습이 의미가 있다. 반면, ‘사회문화’와 ‘생활과 윤리’는 도표 해석이나 시사상식 등 기본적인 판단력과 사고력을 따지는 문제도 다수 나온다. 특히 짧은 지문을 해석하는 능력을 보기 때문에 국어 점수가 높은 학생이 유리할 수도 있다.”
과탐도 ‘지구과학’은 기본적으로 암기 위주 학습이 두드러지지만 ‘물리’와 ‘화학’은 개념을 통한 계산 능력이 중요하다. 특히 화학은 다른 과목에 비해 직접 풀어봐야 어려운지 쉬운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시간 관리가 잘 안 된다. 탐구영역은 문항 수에 비해 시간이 짧으므로 이런 특징과 함께 자신의 성향과 학습량을 고려해 선택할 필요가 있다.
정 교사는 진로·적성 연관성을 언급하며 “성적도 중요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이나 면접전형을 쓸 경우 본인이 희망하는 전공도 고려해야 한다. 면접에서 탐구영역의 교과적 내용, 대학 전공과 유사한 사항을 물어봤을 때 연관된 과목을 공부한 게 대답하기가 훨씬 수월하고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사탐과 과탐을 공부할 때 기초적인 개념부터 다져가면 논술 전형도 자연스레 대비할 수 있다. 논술 문제가 고등학교 때 배운 개념을 전제로 새로운 상황을 던져주고 이를 해결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3학년 올라가서 다급하게 시작하면 공부 효과도 떨어지고 약간 변형된 용어만 사용해도 알아듣기 어렵다. 무조건 요약해 외우지 말고 1, 2학년 때 개념공부를 철저히 해서 고3 때 논술이나 진로 등 입시에 다양하게 활용하길 바란다”고 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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