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한참 뜸했던 아이들 소식을 전해 듣게 되는 시즌이다. 가장 반가웠던 소식은 단연 몇해 전 학교를 중도탈락(자퇴)한 아이들의 얘기였다.
최근 1, 2년 동안은 뜸했지만, 한 학년 걸러 한두 명씩 학교를 중도탈락하는 사례가 나왔다. 각각 나름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있고, 학교를 그만두기 전 이런저런 과정에서 학교상담실이나 나를 거치곤 했다.
며칠 전 찾아온 아이도 두 번이나 학년 유예를 하고 결국 학교를 떠났다. 위태위태한 1학년 시기를 보내고 결국 2학년 때 출석일 미달로 학년 유예를 했다. 새로운 각오로 학교로 돌아왔지만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다시 학년 유예가 되면서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몇년 동안 어떻게 보내고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그사이 중졸·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이번에 대학에 합격했다며 찾아왔다. 그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동안 수많은 결석과 일탈행동, 정서적 고통과 그 격동이 얼마나 컸는지 알기에 지금의 성취가 더 크게 기뻤다.
이 친구처럼 사춘기 시절 일탈행동이나 대인관계 등의 문제로 학교를 그만두려는 아이들이 꽤 있다.
학교 밖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아이들 머릿속에는 ‘이 학교만 아니면 된다’는 데서 ‘학교는 나랑 안 맞는다’는 쪽으로 생각이 짙어진다. 부모와 충분히 고민해서 학교 밖 생활과 공부를 어떻게 잘해나갈 것인지 등을 계획해보는 사례도 물론 있다. 하지만 결코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학교 밖으로 나간다고 문제가 모두 풀리는 건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 금방 “친구들이 입는 교복, 점심 급식시간이 정말 그립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많다.
학교 이탈을 꿈꾸는 아이들이 많지만 이를 그냥 생각하는 것과 실제 행동에 옮기는 데는 큰 차이가 있다. 주류의 흐름에서 벗어나 다른 길을 가는 것이기 때문에 간단하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더 의미있는 선택이어야 하고, 준비와 의지가 뒤따라야 한다. 중요한 건 뭔가를 피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담긴 선택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예상치 않은 어려움을 견뎌내며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는 데는 아이의 자발적인 의지도 필요하다.
아이를 보내고, 내 마음속에 떠오른 질문이 있었다. “네가 학교 밖에서 현재를 살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을 때 무엇이 힘이 되었니?”
아이들은 열악한 환경 여건 속에서도 똑같이 방황하진 않는다. 방황을 거치고 더 성장하고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건강하게 적응해나가는 아이들에겐 공통 요인들을 찾아볼 수 있다. ‘꿈’, ‘놀이’, ‘사람’이었다. 이 아이들에겐 꿈이 있었다.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놀이가 있었고, 주변에 함부로 살아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만약 아이가 사춘기의 긴 방황과 불확실함 속에 있다면 특히 오래도록 곁에 누군가 함께해야 할 것이다. 단 한 사람이 필요하다면 바로 부모일 것이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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