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우리집 아이들은 둘 다 일곱 살, 여덟 살 무렵부터 예체능 교육을 받았다. 재능이 있나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은 아니고 삶을 살아가는 데 공부 말고도 다른 특기가 필요할 것 같았다. 사실 교양으로서 특기 활동을 생각한 거다.
요즘은 예체능 분야 등에서 특기는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분위기다. 예체능계로 진로 설정을 하는 경우도 많아서 특기를 넘어 아이가 특정 분야에 재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런 교육을 하는 부모들도 많다. 부모들은 다소 접근성이 낮은 특별활동으로 차별화된 특기를 만들어주고 싶어한다. 과거와 달리 이런 특기가 진로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들도 크다.
이런 활동과 관련해서 진로를 어느 정도 좁히게 되는 사춘기 즈음에 부모 자녀 사이 갈등이 생기곤 한다. 단순히 재미를 느끼거나 좋아하는 것인데 부모가 큰 기대를 갖게 된다거나 반대로 부모는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재능이 없어 보이는데 아이가 갑자기 흥미 이상의 관심을 보이게 되는 게 대표적인 갈등의 이유다.
타고난 재능인지, 그냥 그 분야를 좋아하는 것인지, 많이 노출돼서 잘하는 것인지 살펴보는 게 쉽지는 않다. 재능이 있어도 아직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타고난 재능보다는 흥미나 많은 경험으로 잘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어쨌든 “시간과 돈, 노력을 투자했는데 왜 이러냐”며 채근해선 안 된다. 부모의 미해결 꿈을 아이의 재능에 투사하는 건 아닌지도 점검해봐야 한다.
아이가 특정 분야에 재능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부모가 어떤 활동을 시켰던 경우 너무 조바심을 내선 안 된다. 타고난 재능이 필요한 이런 분야에서는 아이 기질도 객관적으로 잘 살펴봐야 한다. 느리거나 고집이 센 아이를 부모의 속도와 틀에 맞추고자 하면 손을 놓게 된다. 순응적인 아이라면 부모가 제시하는 교육에 맞춰 재능도 키워질 것이다.
반대로 사춘기 때 엄청난 열정으로 특정 분야를 희망하는 아이들도 있다. 많은 아이들이 노래하고 춤추는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 작가를 희망한다. “무조건 안 된다”, “네 재능으로는 턱도 없다”라는 접근으로는 문제가 커진다. 아이가 뜻을 접더라도 관계가 상한다. 사춘기 시기 반항과 맞물려 심하게 엇나갈 수도 있다. 이후 다른 선택과 도전에 필요한 열정과 의지가 줄어들게 할 수도 있다.
적극적으로 관련 경험을 해보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기회가 필요하다. 관련 학원을 찾아가 상담받는 것도 좋다.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그 분야 전문 자료를 함께 찾아보고 공부하는 것도 좋다. 노래를 잘한다고 모두 가수가 되는 건 아니라는 점 등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내가 생각하던 영역의 재능을 갖고 있지 않거나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분야의 재능을 갖고 있다면 어떤가. 피아노에 재능이 없는 우리집 아이는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단다. 그 정도도 좋지 않은가. 아이의 재능과 부모의 삶을 혼동하지 않는 태도도 필요하다. 꿈 없는 아이들이 많은 시대에 내 아이가 자기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삶을 누리겠다면 그 자체로 응원할 일 아닌가.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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