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방이 이게 뭐니? 쓰레기장도 아니고…”라는 잔소리로 아이와 실랑이를 곧잘 한다. “빨리 치워~” 하며 재촉도 하는데 아이 상태가 좀 좋을 땐 “아, 잠깐만, 이것만 하고”, 그보다 안 좋을 땐 “내 방이니까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신경 쓰지 마”, “잔소리를 할 거면 내 방에 들어오지 마”라고 한다. 어떨 땐 아예 대답도 없다. 매번 못 참는 내가 버럭 하고 다그치면 뾰로통해져서 휙휙 건성으로 치운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니 영역표시의 종류도 많아지고 범위도 넓어져서 어떻게 손을 댈 수가 없다. 걸어 다닌 동선을 그대로 알 수 있을 정도로 책가방이며 양말이며 옷이며 과자 봉지가 방바닥에 나뒹군다.
부모는 아이들이 유아기, 아동기를 지나 사춘기 즈음이 되면 정리정돈에 대한 기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그런데 이 무렵 아이들은 인생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 정신없고 어질러진 시기를 보내게 되니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때는 원래 무질서한 시기니까 이 상태를 허용해주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하고, 일생의 생활태도나 습관을 형성하는 시기니까 정리정돈을 스스로 하게 독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자기 공간에서 자기 방식대로 사는 것을 인정해주고, 자신의 정체성이나 독립성을 키워나가는 것을 환영해주고 싶다. 혼란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도 질서가 있을 수 있고, 자신의 공간을 사용하는 아이의 자율성을 믿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마음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아이의 무질서가 공동영역을 침범하는 면도 많고, 또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깨진 유리창 법칙’이라는 게 있다. 한장의 깨진 유리창처럼 사소한 것을 방치하면 나중에는 더 큰 범죄나 사회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방 청소라는 작은 문제가 아이의 인생, 미래까지 연결될 수 있다. 지저분한 방은 아이들에게 유해한 책이나 물건들이 숨겨져 있을 수 있고, 아이들이 어떤 고민과 방황을 하고 있는지 놓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경우든 부모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단, 일관되지 않은 태도는 좋지 않다. 어떨 땐 어지럽히는 걸 허용해주는 태도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방이 이게 뭐냐”며 잔소리를 쏟아내면 안 된다. 또는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이기지 못해서, 바쁜 아이가 안쓰러워서 대신 청소며 정리정돈을 해주면서도 주기적으로 아이와 실랑이를 하는 것도 문제다. 이럴 바엔 아예 안 해주는 편이 낫다.
만약 아이가 정리정돈을 원한다면 일단, 버리게 해야 한다. 너무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들의 효용 가치를 모르게 된다. 가방 안 구겨진 학습지나 가정통신문, 문구용품이나 액세서리 및 화장용품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다. 필요하지 않은 것이 뭔지 분류하고 결정하는 행위는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애매한 것은 유예기간을 두고 결정하면 된다. 또 습관이 배어 있지 않다면 정리하는 기본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하나하나 재미를 느껴보게 하는 것도 좋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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