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찾아라! 내 공부법
2. 자기주도학습이 필요한 이유
2. 자기주도학습이 필요한 이유
혹시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가끔 국어 문제에 나오는 말이죠. 이 말의 의미를 알려면 ‘경마 잡힌다’라는 관용어의 뜻을 파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는 남이 내가 탄 말의 고삐를 끌게 한다는 뜻입니다. 목적지까지 걷기보단 말을 타고, 기왕이면 남의 도움을 받아 쉽게 가는 게 더 좋겠다는 것이죠. 한마디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속담풀이를 하는 이유는 ‘자기주도학습’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공부 습관을 한번 들여다보세요. 공부라는 목적지까지 한발 한발 성실히 걸어가는 분도 있지만, 학원에 의존해 점수만 올리는, 얕고도 편한 공부에 익숙한 학생들도 많을 겁니다.
수능 성적이 발표되면 언론에는 수능 만점자들을 인터뷰한 기사가 나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학교 수업에 충실했고, 교과서와 이비에스(EBS) 교재, 기출문제 중심으로 공부했고, 사교육엔 크게 의존하지 않았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겁니다. 학교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직행해 늦게 피곤한 몸으로 돌아오는 학생들이나, 사교육비 부담에 허덕이는 부모님들을 조금 허탈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나친 겸손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 학생들은 자기주도학습이 몸에 밴 학습의 달인들인 셈이죠. 대치동에서 명문고로 알려진 학교에 다니는 한 친구도 이렇게 말하더군요.
“대치동 산다면 사람들이 학원 얘기부터 물어봐요. 그런데 이 동네에서 제가 느낀 건 역설적이게도 학원의 한계였습니다. 사교육을 통해 성적이 오르는 친구도 분명 있지만, 상위권 학생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성적이 떨어지지도 않더라고요. 결국 공부는 유명 강사를 만나거나 학원에 오래 다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흥미를 느끼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자기주도학습은 특별한 일부 상위권 학생들만 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보다는 자기주도학습을 실천한 학생들이 상위권이 된다는 것이 옳은 추론일 겁니다. 자기주도학습을 결심한 친구가 있다면 두 가지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습니다.
먼저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사실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공부라는 게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특히 모르는 게 많은 공부의 초반에는 혼자 힘으로 원리를 깨치는 게 어렵고 고단합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수도 있고 여러모로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자신을 성장시키고 생각의 폭을 키워줍니다. 영재학교에 다니는 한 친구는 혼자 힘으로 내신 공부를 했던 중학 시절, 친구들이 내신 대비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쉽게 고득점을 올리는 것을 보고 자신의 공부 방법에 회의감을 느낀 적도 있다고 해요. 그러나 수학 몇 문제를 풀겠다고 종일 끙끙거렸던 그 시간들이 쌓였기 때문에 지금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말해주더군요.
둘째는 공부의 시스템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자기주도학습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의지만으로 끝까지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수업을 들은 뒤 반드시 당일 내로 복습하기, 하루에 몇 시간 이상 공부하기 등 반드시 지켜야 할 계획을 세우고 이것을 실천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방학을 앞둔 시점엔 학원가마다 ‘방학특강’을 알리는 펼침막이 걸리고, 광고지들이 유난히 많이 뿌려집니다. 학원을 비롯한 사교육이 전혀 무의미하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학원‘만’ 다니고, 전혀 자기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는 힘듭니다. 이번 방학만큼은 학원에 ‘경마를 잡히는’ 수동적인 공부보다는 내 힘으로 걸어서 목표에 도달하는 뿌듯한 경험을 한번 해보라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박소정(<중학생 공부법의 모든 것>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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