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갑자기 하기 싫어졌어. 귀찮기도 하고, 어차피 못할 것 같은데 시간 낭비 하는 것 같고.”
아이가 너무너무 하고 싶다고 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선발을 위한 시험 전날이 되니까 기분이 안 좋다면서 징징거렸다. “네가 굉장히 원하는 거니까 걱정도 되고 그럴 수 있어. 안 돼도 괜찮아. 경험이 중요한 거야.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자.” 이런 말로 격려해주려 했는데도 별 도움이 안 된단다. 걱정과 불안이 크게 덜어지지 않으니 그렇겠다 싶으면서도 내가 받는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억울했다. 진짜로 포기할 것도 아니면서 계속 징징거리며 하소연하는 아이의 말을, 마음을 잘 들어주는 게 어렵다.
우리집 애는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는 걸까? “잘해야지. 꼭 합격해. 100점 받아야지. 이것밖에 못 해? 실망했어.” 이런 말을 아이에게 직접 한 적이 없어 능력에 대한 부담을 딱히 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타고난 기질이나 성격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이가 실수하거나 잘못했을 때 내가 한 행동 중에 문제 있는 대처가 있었던 것 같다. 며칠 전 밤에 아이한테 했던 격렬한 잔소리도 생각난다. “엄마가 얘기해줬잖아~ 그걸 잊어버리면 어떡해? 너도 참!” 등등. 전날 중요한 사항이라고 미리 알려줬는데도 놓치고 그냥 온 거였다. 왜 이렇게 답답하게 구는 건지. 순간 욱해서 쓸모도 없는 ‘독백’을 했다.
부모는 자녀가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고 적극적이길 바란다.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길 바란다. 또 포기할 때는 구질구질하지 않고 산뜻해야 한다. 부모의 욕심이다. 나도 잘 안 되는 걸 내 아이는 할 수 있길 바라는 거다. 실제 부모의 이런 바람과는 반대로 부모가 지지하고 격려하는 행동은 아이를 더욱 의기소침하게 하거나 쓸모없는 사람이라 여기게 한다.
“최선을 다하는 거야.” “열심히 하면 돼.” “넌 할 수 있어.” “계속해봐, 포기하지 마.” 이런 말에 아이가 얼마나 많이 노출되었을까. 열심히 하지 않으면 뭔가 문제고,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저절로 갖게 되지 않았을까. 못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는 아니었을까. 계속 열심히 해서 더 발전하고 향상되는 것을 강요하지 않았을까.
“틀려도 괜찮아, 잘 안 돼도 괜찮아, 경험 삼아 해보는 거지.” 이렇게 과정을 중요시하는 태도로 아이를 대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태도는 아이가 결과에 대한 지나친 부담 없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돕는다. 누구나 다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것이든 다 성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해도 실패할 수 있다. 또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수도 없다. 할 수 있는 일도 점점 많아지다 보면 포기해야 할 일도 생긴다.
포기와 실패는 같은 말이 아니다. 적절한 순간에 그만둘 줄 아는 것도 큰 용기고 지혜다. 부모인 우리는 성공만 하는 인생이 없다는 걸 이미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아이에게도 포기할 수 있는 여유를 주자. 마음먹었던 것이나 하던 것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걸 가르쳐주는 게 필요하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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