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대딩 선배들이 말하는 내 전공, 이 책
<나는 투표한다, 그러므로 사고한다> 장 폴 주아리 지음, 함께읽는책 펴냄, 2012년
장 폴 주아리 지음, 함께읽는책 펴냄, 2012년 “그러면 친구들하고 정치 이야기 많이 하겠네.” 학교 바깥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에게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다고 말하자 가장 먼저 나온 말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친구들하고 현실 정치의 사안을 두고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일이 터지면 그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 방에는 온갖 분노가 쏟아집니다. 우리 사회에 대해 한탄하고 내 손으로 뽑은 정치인의 무능함에 분노하게 됩니다. 사실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있어도 분노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죠. 이렇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만 봐도 정치외교학도는 우리 사회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봐도 될 겁니다. 그런데 정치외교학을 학문으로서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현실 정치를 보고 분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서 더 발전된 대안을 찾도록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정치외교학의 고민 대상은 결국 사회와 구성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개하고 싶은 책은 장 폴 주아리의 <나는 투표한다, 그러므로 사고한다>입니다. 책의 저자인 장 폴 주아리는 서문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절대 군주제 혹은 독재 체제에서는 시민들의 사유와 고찰만으로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다. 이들 체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저항을 통해 정치적 자유를 쟁취하는 일이다. 투표하는 나라에서 시민 개인은 사유하고, 토론하고, 읽고, 분석할 의무가 있다.” “만약 국민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실망해 그들을 비난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이는 ‘정치’에 대한 이념 자체가 위협당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더 이상 그 누구도 한 사회가 무엇에 기초하고 있으며, 정치가 어떤 필요성에서 나오는지 이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문에서 이런 이야기를 던진 저자는 본문에서 정치와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집니다. ‘현재 대다수의 정치 공동체가 선택한 투표라는 제도가 정말 우리의 대의(代議)를 충분히 반영할까?’, ‘정치 리더들은 지도자일까, 지배자일까’ 등의 질문입니다. 서문에서도 밝혔듯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우리 사회 속 제도의 기초, 작동 방식,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사이의 힘의 구조 등에 관한 근본적 질문을 던져보라 말합니다. 이 질문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선행돼야 할 질문이고, 이런 고민에서부터 답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외교학은 그 어느 전공보다도 저자가 말한 정치 공동체에 관해 ‘사유하고, 토론하고, 읽고, 분석할 의무’를 다해야 할 학문입니다. 정치외교학 전공 시험에서는 내가 배운 개념을 확인하는 문제만이 아니라 현실 문제에 적용하는 통서술 문제가 나오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기본 개념은 현실을 읽기 위한 도구로서 배우고, 배운 개념을 놓고 주변의 상황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유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연습을 끊임없이 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을 던지면서 끊임없이 비판하고 고찰하는 것이 정치외교학 공부의 기본이고 전부라 생각합니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길 꿈꾸는 여러분이라면 내가 4년 동안 혹은 그보다 더 긴 시간 동안 정치라는 학문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곱씹으면서 공부하는 것을 즐길 수 있을 것인지를 이 책을 통해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변우리(이대알리 이사장,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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