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 붙은 고려대 평화나비의 ‘박용운 교수님,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대자보. 평화나비 제공.
국정 역사 교과서의 현장검토본(웹전시본)이 오는 28일 공개를 앞둔 가운데, 역사학계 일각에서 교육부가 여는 12월 초 공개 토론회 등 각종 의견수렴 절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발이 점점 커지고 있다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은 지난 11일 열린 긴급 토론회 ‘국정 농단과 최순실 교과서’에서 발제문을 통해 “오늘 28일 국정교과서가 공개되면 체계적인 분석과 정리가 필요하지만 독자적인 검토회를 진행할 것”이라며 “교육부가 공식적인 토론회를 열겠다고 하고 있는데 이같은 절차는 당연히 거부한다. 교육부의 ‘빨간펜’ 역할을 해주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역사문제연구소,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주관하고 역사교육연대회의(7개 역사단체 모임)가 주최한 것이다.
토론자로 나온 이지원 한국역사연구회장(대림대 교수)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국가가 정한 한 가지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그 의도 자체가 문제이며 절차상 수많은 문제가 나타났다. 내용의 좋고 나쁨 관점으로 환원돼서는 안 된다. 어떤 사실이 적혔냐 안 적혔냐를 갖고 논쟁할 수 없다”며 “그간 모든 절차를 국민 의견수렴 없이 비공개로 진행해온 교육부가 이제 와 공개 토론회를 한다고 부르면 참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은 지난달 “누리집을 통한 의견수렴뿐 아니라 12월 초 직접 공개 토론회를 열어 각계 의견수렴을 할 것이므로 국정교과서 내용은 우려와 달리 충실하고 균형감 있게 완성될 것”이라고 언론에 밝혀왔다. 하지만 교육부는 웹전시본 공개 누리집인 ‘올바른 역사교과서’의 국민 의견 개진란을 작성자만 자신의 의견을 볼 수 있는 비공개 게시판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여기에 교육부 공개 토론회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지난 1년간 집필과정도 비공개로 진행돼온 국정 고교 <한국사>, 중학교 <역사> 교과서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검증절차를 하나도 확보 못 하게 되는 셈이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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