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문학과’는 ‘굶는 과’”라는 말이 유행했었죠. 지금은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이고요. 국문학과에서 공부하기를 바라는 친구들은 무엇을 위해 진학을 결정한 걸까요? 저는 고등학생 때 우리나라 전통을 알고 싶었고, 그 전통이 드러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작게나마 작가의 꿈도 있었죠. 미디어학과와 국문학과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국문학과로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국문학과에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것은 뭘까요? 아마도 ‘읽고 쓰는’ 일일 겁니다. 수많은 문학 작품들, 그것을 비평한 글들, 그것에 대한 논문 등을 읽어야 합니다. 또 과제로 리포트나 소논문도 많이 써야 합니다. 교수님은 항상 “제대로 읽고 쓸 줄만 알면 먹고사는 문제는 해결된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학생들이 중·고교 때 제대로 읽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와서 문제”라는 이야기도 하십니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 바로 <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입니다.
<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는 소설이나 각종 이야기를 읽는 방법을 사건, 플롯, 시간, 공간, 인물 등의 요소에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교과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메밀꽃 필 무렵>이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의 작품들을 예시로 들고 있어 청소년들이 읽어보면 좋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대부분 이런 작품들을 놓고 주제와 시점, 상징하는 바를 외우는 식으로 공부합니다. 하지만 대학교에 와서 읽어야 하는 텍스트들은 이렇게 단편적으로 외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많은 학생들이 이 부분에서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받아왔던 교육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공부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주체적으로 읽는 습관을 일찍 들여두면,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에 와서도 공부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저는 한동안 제가 접하는 거의 모든 작품에서 ‘플롯’을 분석해봤습니다. ‘플롯’은 작품의 구조, 어떤 이야기가 풀어가는 순서를 말하는 용어입니다. 티브이엔(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속 ‘남편 찾기’가 플롯이 주는 재미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줄거리는 “시원이와 윤제가 죽마고우에서 부부가 된다”로 요약됩니다. 이 선형적인 줄거리를 자르고 재배치해서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만드는 게 바로 플롯이죠.
이 책을 읽을 때는 각 장에 예시로 나온 작품이나 자신이 읽었던 작품들을 생각하며 본문에 나온 이론을 적용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책 내용은 소설의 구성 요소를 기초로 나뉩니다. 이런 요소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에 있습니다. 시간의 변화가 공간의 변화를 주고, 인물이 변하면 인물이 속하는 공간도 변하는 것처럼 말이죠.
국문학과에 오면 참 많은 글을 읽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 많은 글들을 ‘제대로’ 읽어내는 게 중요하죠. 책 제목만 보면 ‘소설’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지만, 여기에 나오는 이론들은 모든 이야기 장르에 적용할 수 있어요.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보면서도 숨은 설정을 이해하고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겁니다. 이렇게 제대로 읽은 텍스트들은, 좋은 글과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친구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김지희(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