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딩 선배들이 말하는 내 전공, 이 책]
〈악마 기자 정의 사제〉
주진우·함세웅 지음, 시사인북 펴냄, 2016년
신문방송학과에 들어온 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었던 고급 카메라 작동법? 현란한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사용법? 기자처럼 기사를 쓰는 방법? 놀랍게도 그것은 다름 아닌 ‘현대사’입니다. 현대사라고 하면 그저 중·고등학교 시절 달달 외워 시험을 봤다거나 가장 두꺼운 교과서 정도로 기억되는 과목인데 말이죠.
신문방송학은 사회 현상을 관찰·기록하고, 전달하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전공 수업에서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부터 대중문화 현상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지식이 요구됩니다. 이런 현상들은 결코 단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저는 신문기사를 한 번에 쉽게 그리고 빠르게 읽지 못했습니다. 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글자를 읽을 때 자음 따로, 모음 따로 읽는 느낌이었죠. 게다가 ‘도대체 왜?’라는 의문만 가득할 뿐 전달자의 주장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했습니다. 이는 신문방송학과 선택 뒤 신문방송학과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조별과제에서도 큰 시련을 안겨줬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역사 공부를 시작했죠.
<악마 기자 정의 사제>는 갓 나온 따끈한 책입니다.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와 그가 존경하는 함세웅 신부가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에서 각각 진행한 역사, 정치, 민주, 통일, 신념에 관한 현대사 콘서트 내용을 글로 엮은 것입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창립하고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함세웅 신부는 역사를 바로 앎으로써 “우리나라는 안 된다”는 패배의식과 “희망이 없다”는 비관적인 관점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형성된 바른 역사관은 선거 때마다 드러나는 승자독식 구조와 지역감정 문제, 남북 분단 문제, 독재, 유신, 친일의 잔재 등을 청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시민들이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게 해서 우리 사회 진보를 이뤄내자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나라 역사 속 독재정권을 비롯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문재인, 안철수, 김수환 추기경 등 다양한 인물들에 관한 비판적인 시선과 평가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부제처럼 아주 ‘속 시원’하게 말이죠.
역사 속 인물인 함 신부가 감옥에서 겪은 아찔한 일화와 그것을 대하는 함 신부만의 태도, 생각을 들여다보며 ‘나는 이 사회와 정치 상황에 어떤 입장을 취하면 좋을지’ 생각해봤습니다. 그리고 ‘나’는 큰 사회의 작은 개인일 뿐이라며 ‘나 하나 바뀐다고 사회가 변할까’라고 개인의 힘을 가볍게 여기고 무시했던 지난날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삶이 곧 역사이며, 정치이고, 사회입니다. 모두 어렵고 지루하다며 기피했던 것들 아닌가요?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며 카메라나 편집기 다루기, 글쓰기, 말하기 등 여러 기술을 익히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역사를 바로 알고, 그 속에서 외치는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합니다. 내 주위 사소한 것들을 놓치지 않는 작은 습관에서부터 우리 모두가 꿈꾸는 공정 언론과 방송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혜원(세종알리 취재기자, 세종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주진우·함세웅 지음, 시사인북 펴냄,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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