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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이대 총장 사퇴 논란’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6-10-31 20:25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철회와 최경희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지난 7월28일부터 본관 점거 농성을 해온 이화여대 학생들이 10월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농성을 마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시 학생들은 “입시비리와 학사문란에 대해서도 책임지라. 학내 비리 원인 제공자에게 특혜를 제공한 관련자를 일벌백계하라”고 요구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철회와 최경희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지난 7월28일부터 본관 점거 농성을 해온 이화여대 학생들이 10월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농성을 마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시 학생들은 “입시비리와 학사문란에 대해서도 책임지라. 학내 비리 원인 제공자에게 특혜를 제공한 관련자를 일벌백계하라”고 요구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이대 사태, 총장 사퇴로 끝낼 일 아니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19일 사퇴했다.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일방 추진으로 인한 학생들의 농성과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관련 특혜 의혹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최 총장 사퇴를 계기로 여러 의혹의 진실이 분명하게 밝혀져 130년 명문 사학이 거듭나는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최 총장은 이대 구성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자정능력을 갖춘 이화를 신뢰해달라”면서도 “입시와 학사관리에서 특혜는 없었다”고 거듭 밝혔다. 지난 17일 교수와 교직원 등 구성원들에게 “일부 학사관리에 부실한 점은 있었으나 특혜는 없었다”고 밝혔던 태도 그대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특정 학생에 대해서만 입학에서 학사관리까지 ‘우연’이 거듭됐다는 것인지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 쪽은 정씨 입학에 대해, 1단계 서류평가에선 국내 대회 입상 성적만 반영했고 2단계 면접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고려해 평가”했을 뿐 특정인을 뽑으라고 한 적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훈련’을 출석으로 인정받도록 학칙을 개정해 소급 적용하고, ‘망할 새끼’ 운운하는 함량 미달 리포트에까지 B학점을 주는 등 정씨에게 부여된 특혜가 한둘이 아닌데 누가 학교 쪽 해명을 납득하겠는가.

학교 쪽의 17일 해명 이후에도 교수와 학생들이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듯이, 국민 역시 최고권력의 비선 실세와 최 총장 등 학교 쪽의 유착 가능성을 여전히 의심하고 있다. 교육부의 올해 재정지원 사업 9개 중 이대가 8개나 선정된 것과 최씨 딸 특혜는 무관한 것인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장모의 거액 기부금은 또 뭔지 등 밝혀야 할 의혹은 한둘이 아니다.

정씨는 재벌로부터 받아낸 수백억원으로 독일에서 초호화판 승마 훈련까지 받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씨가 이대에 합격한 뒤인 2014년 12월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다는 글은 특권의식으로 똘똘 뭉친 이들의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의 한 자락을 잘 보여준다. “돈도 실력”이라며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적었다.

이들의 파렴치한 행태에 국민적 분노가 들끓는 상황이다. 새로 꾸려질 학교 지도부는 정치권력과의 유착과 특혜의 전말을 성역 없이, 낱낱이 파헤칠 막중한 책임이 있다.

[중앙일보 사설] 총장 사퇴까지 부른 이화여대 사태의 충격

84일째 학내 분규를 앓고 있던 이화여대의 최경희 총장이 어제 전격 사임했다. 1886년 개교한 이 대학 130년 역사상 총장이 임기 중 중도하차하기는 처음이다. 최 총장은 물러나지만 지난 7월 28일 평생교육단과대 설립 문제에 이어 지난달 불거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입학·학점 특혜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 총장이 어제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정씨의 입학과 학점 특혜가 없었다”고 다시 밝혔지만 ‘청와대 비선 의혹’을 받고 있는 최씨 모녀를 둘러싼 불신이 더 증폭되고 있다. 최 총장 사퇴가 끝이 아니라 시작인 셈이다.

학생과 교수들은 어제도 최 총장의 거취 표명과는 상관없이 학교 측이 모든 진실을 밝히고 건강한 대학 운영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정씨에 대한 진상 규명과 함께 법인카드로 샤넬 핸드백을 산 전임 부총장의 비리 의혹, 총장 선출제도의 민주화, 본관 점거 농성 학생들의 안위 보장까지 요구했다. 학교 운영에 대한 총체적 쇄신을 요구한 것이다.

이화여대가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는 역시 정씨를 둘러싼 명확한 의혹 해명이다. 언제까지 체육특기자의 학사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고 얼버무리려 하는가. 2014년 정씨가 입시를 치를 당시 체육특기자 전형에 승마가 신설된 것이 정말 우연인지, 수시원서 접수 뒤 정씨가 딴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어떻게 입시에 반영돼 합격했는지, 국제대회나 연수에 참가하면 출석을 인정하는 학칙을 올 6월 개정하고 석 달을 앞당겨 소급 적용한 게 왜 우연인지를 다시 밝혀야 한다. 특히 학칙을 바꾸지 않았다면 과연 학점이 평균 0.11→2.27→3.30으로 벼락 상승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규명해야 한다. 리포트가 조잡하고 출석이 불량했는데도 학점을 잘 줬다는 이인성 의류산업공학과 교수가 직접 해명하기 바란다.

이번 사태는 이화여대의 학내 문제로 끝나기 어렵게 됐다. 야권에서는 정씨 모녀가 독일에 스포츠 마케팅 회사를 차려놓고 K스포츠재단 사업을 진행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씨의 승마 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대기업 돈을 끌어다 한국과 독일에 유령회사를 설립했다는 주장까지 나와 ‘최순실 모녀 게이트’로 번지는 양상이다. 훈련을 이유로 독일에 체류한 정씨의 출결 사항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이화여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한국 여성 인재 배출의 산실인 이화여대가 학내 분규를 넘어 정치적 쟁점에 휘말리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따라서 지금 시급한 것은 대학의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집단지성의 힘’이다. 대학이 발전하려면 모든 구성원이 서로 신뢰하고 소통하며 지혜를 결집하는 지성이 건강하게 작동해야 한다. 학생과 교수들 주장대로 총장의 독단과 불통, 재단의 무능과 무책임이 오늘의 사태를 불렀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학교 시스템 개혁을 통해 환부를 몽땅 도려내는 전면적 수술이 절실한 이유다. 학생들은 본연의 학업에 전념하고, 사분오열된 교수들은 힘을 모으고, 대학 측은 진실 규명 백서를 내놔야 한다. 명문사학 이화여대가 구겨진 자존심을 되찾는 길이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특혜 줄줄이 누가 학교 해명 납득하나”…중앙 “‘최순실 모녀 게이트’서 이대도 책임 있어”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이 지난 10월19일 전격 사임했다. 7월28일 이화여대 학생들이 평생교육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반대하며 본관 점거에 들어간 지 86일 만의 일이다. 처음에는 재학생들의 항의로 시작된 학내 문제였으나 3개월의 기간을 거치는 동안 예상치 못했던 권학유착의 비리 의혹에 휩싸이면서 정치 현안이 되었다. 국정감사에서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이화여대의 특혜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어 최 총장과 측근 교수들이 입시와 학사에서 각종 편법적 특혜를 제공했다는 학생들의 증언이 터져 나오면서 언론도 이를 집중 조명했다.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교수들이 나서서 집회를 열고 성명서를 발표함에 따라 최 총장 측에서는 이틀 전까지도 거부하던 사퇴 의사를 급작스럽게 발표하게 되었다. 총장의 사퇴로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이대 구성원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입장이다. 이 사건은 학문과 교육이라는 대학의 본질적 지향이 정치권력과 결탁할 때 어떻게 흔들릴 수 있는가를 보여주었고, 조직체로서 갖추어야 할 합리적 소통 구조와 학교 운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최 총장은 사퇴를 표명하면서 일부 학사관리에 부실한 점은 있었으나 입시와 학사관리 모두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겨레>와 <중앙>은 그동안 있었던 의혹을 세세히 짚으면서 ‘명확한 해명’을 요구했다. 입학 특혜와 관련해서는 수시원서 접수 뒤에 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왜 입시에 반영하였는지, 출결과 관련해서는 왜 훈련을 출석으로 인정받도록 학칙을 개정하고 석 달이나 앞당겨 소급 적용하였는지, 성적과 관련해서는 함량 미달의 리포트에 왜 좋은 점수를 주었는지를 설명하라고 요구하였다. 실제로 이 조치들로 인해 이득을 본 사람이 단 한 명으로 수렴된다는 점에서 이화여대는 해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나아가 한겨레는 이화여대에 대해서는 정권과의 유착을, 정씨에 대해서는 재벌과의 결탁을 지적하였다. 이화여대가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에 집중적으로 선정된 점, 우병우 민정수석 장모의 기부금 등을 거론하며 이화여대가 정씨에 대한 특혜를 대가로 교육부 및 청와대와 모종의 거래 관계에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또한 당사자인 정씨가 권력을 등에 업고 재벌의 지원을 받으면서 ‘돈도 실력’이라고 과시했던 특권의식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한겨레는 대학이 정권과 유착할 때 학문과 교육은 거래 대상이 되고 부패는 부끄러움도 잊고 성역이 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중앙은 정씨의 승마 훈련을 지원하기 위해 불법자금 모금과 운용의 의혹을 받는 케이(K)스포츠재단 의혹을 ‘최순실 모녀 게이트’라 언급하며 이화여대에 독일에서 훈련하고 있다는 정씨의 출결 관리 책임을 물었다. 또한 이화여대가 더 이상 정치 쟁점에 휘말리지 말고 그동안 문제 삼았던 총장의 불통, 재단의 무책임 등을 전면 개혁할 수 있도록 근본적 수술을 단행하기를 당부했다. 중앙은 이화여대가 학문 공동체로서 자존심을 회복하고 대학의 가치를 살리는 방향으로 사태를 수습하여 정상화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었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사람들은 이화여대 사태를 보면서 ‘나비 효과’를 떠올렸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움직임이 거대한 폭풍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신생 단과대학 설립을 두고 학생과 학교 측이 대립하던 때만 해도 일반적인 학내 갈등으로 보였고 대화와 소통으로 해결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경찰력을 학내에 투입하여 학생들을 진압했던 후유증으로 평생교육단과대학 설립을 철회한 후에도 갈등은 심화되었다. 이 와중에 국정감사에서 정씨에 대한 특혜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자 ‘권력형 입시비리’가 되어 정국을 강타했다. 그 권력의 실체가 대통령을 넘어서는 힘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언론에 보도된 바로는 정씨가 가는 길에 놓인 걸림돌은 즉각 처리됐다. 2013년 전국승마대회에서 정씨가 2위를 하자 문체부 국장과 과장이 불이익을 당했고, 승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국가대표로 뽑히도록 승마협회에 압력을 넣었다고 한다. 입학 당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시기가 대입 선발 기준에 맞지 않는데도 이대는 기준을 어기고 정씨를 합격시켰다.

이대에서 정씨는 입시, 출결, 성적의 특혜뿐 아니라 교수들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는 증언들도 쏟아졌다. 엉망인 리포트인데도 친절한 첨삭지도와 함께 극존칭의 답신을 보낸 교수도 있고, 중국 출장 패션쇼 수업에서 정씨만 교수들과 함께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특혜는 이익의 차별이고 편법은 절차의 불공정이다. 국민들은 이대를 넘어 대한민국 권력의 실상을 감지하고 분노했다. 이대생들도 “고구마를 캤는데 무령왕릉과 지구의 내핵이 나왔다”며 놀라워했다. 대학의 본래 기능을 왜곡시킨 정치권력과 대학 내부의 행정권력이 이권을 거래하고 편법을 자행하는 모습에서도 서로 닮았다. 한겨레와 중앙의 주문처럼 대학이 권학유착에서 벗어나 교육과 학문의 공동체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추천 도서]

내 안의 미래

조인원 함께 지음, 한길사 펴냄, 2016년

미래 지성을 다각도로 성찰하는 대담과 토론이 담겨 있다. 특히 대학 총장과 교수,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와 문명, 대학의 길과 인간의 길에 대해 수차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대목이 매우 인상적이다.


[추천 도서]

대학의 메타모포시스

이상훈 지음, 지식공감 펴냄, 2015년

국내 각 대학의 구조개혁과 발전전략을 평가하고 컨설팅 방식의 조언을 담고 있다. 대학에는 특성화와 차별화에 대한 고민을, 정부에는 일방적인 정책을 지양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핀란드식 대학구조조정을 제안하였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대학재정지원사업과 권학유착

이번 이화여대 사태는 작년에 추진됐던 프라임 사업에서 시작된다. 정부가 재정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했던 프라임 사업 선정 대학이 되면 300억원을 지원받는다. 올해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에서 전체 사립대학의 44.2%는 단 한 개의 사업에도 선정되지 못한 반면, 이화여대는 9개 중 8개 사업을 지원받는 유일한 대학이다. 프라임 사업은 산업수요에 맞춰 대학 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되었으나 취업 중심의 학과로 개편하면 인문계열 등 기초 학문 분야에서 피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이화여대 내부의 반발이 거셌으나 학교 측은 학내 구성원들과 협의하지 않았고 그 갈등이 누적되었다가 올해 평생교육단과대학에서 폭발한 것이다. 체육과학부 소속인 정유라씨가 의류산업학과와 식품영양학과의 수업을 듣고 특혜 의혹에 휩싸인 것도 모두 프라임 사업의 결과 신설된 신산업융합대학에 속한 과였기 때문이다. 권력과 접촉이 잦은 교수들의 경우 개인적인 유착 의혹도 생긴다. 이번에 중국 패션쇼와 관련된 의류산업학과 교수는 정부 연구과제 수주 실적이 늘었고, 식품영양학과의 한 교수는 미르재단이 추진하려고 하는 쌀 가공품 제작 사업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모두 정유라씨 특혜의 대가를 의심받는 빌미가 되었다. 혹시라도 정부는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대학을 길들이려 하고 대학은 지원금을 얻기 위해 비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며 교수 개인은 권력과 가까워지려 한다면, 부당한 시스템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쪽은 명백히 학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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