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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정유라 특혜, 우리 교육에 무엇을 말하나…“부잣집 애, 공부 잘하는 애만 예뻐하는 교육 안 돼”

등록 2016-10-30 19:05수정 2016-10-30 21:03

29일 ‘교육 불평등 극복을 위한 교육감의 역할'
조희연, 이재정, 장휘국, 최교진 4명 교육감 토론
“정유라 사건 계기로 교육 불평등 성찰해야”
교육 기회 동등하게 주고 ‘불평등 감수성’ 길러줘야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교육불평등 극복을 위한 교육감의 역할' 토론회. (왼쪽부터)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장휘국 광주광역시 교육감. 서울시교육청 제공.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시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교육불평등 극복을 위한 교육감의 역할' 토론회. (왼쪽부터)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장휘국 광주광역시 교육감. 서울시교육청 제공.
“내가 중학교 시절, 반에서 부유한 집 아이들만 솎아 담임 선생님이 특별관리를 했다. 누구는 선생님들에게 ‘별도의 뭔가를 받는다’라는 느낌이 교실을 지배했다. 최근 정유라 학생의 이화여대 입학 과정, 고교 생활 특혜 의혹들을 보면 사회가 발전했지만 교실 안이 부모의 영향력에 의해 좌우되는 교육 불평등은 더 심해진 것 같다.”(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고교 입학부터 대학 시절 학점까지 학교생활 전반에서 각종 특혜를 받아왔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전국 17곳의 시·도 교육감 4명이 모여 ‘교육 불평등’을 주제로 머리를 맞댔다.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시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교육 불평등 극복을 위한 교육감의 역할' 토론회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장휘국 광주광역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 패널로 나왔다. 어린 시절 자신이 학교에서 겪은 교육 불평등 경험담을 털어놓고, 교육 불평등 완화 정책을 공유했다.

■ 부잣집 애, 공부 잘하는 애만 소중했던 학교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부모가 가진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교육을 통해 자녀에게 전승하려고 하는 것, 이를 위해 자신의 경제력과 지위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거나 (그 과정을) 서슴지 않고 보여주는 것은 자녀를 위한 적극적 애정일 수도 있지만 이기적 행태다”라며 “우리들 마음 속에 이런 부분이 몇 프로씩 다 있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학부모님들은 (자녀를) ‘내 아이'라는 생각보다 ‘우리 아이'라는 공동체적 마인드를 갖고 (정유라씨 사건을) 성찰적으로 봐야 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장휘국 교육감은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중학교 입학시험을 위해 시험지 대금을 내라고 했는데, 돈을 못 내니 선생님이 뒷자리에 따로 앉아 있으라고 했다”며 “‘지금은 학교 준비물 못 가져오는 학생 없다’고 하지만 결코 아니다. 학교 준비물은 학교에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 시절, 아이들 형편도 모르고 옷이 지저분한 아이에게 ‘엄마가 뭐하는데 왜 빨래도 안 해주냐’ 이런 말을 했다. 엄마가 없는 아이는 얼마나 상처받았을까”라며 “여전히 부모가 돌봐주지 않는 아이들이 많고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성적이 초등학교 때부터 갈린다”고 말했다.

네 명의 교육감은 “나라 전체적으로는 더 풍족해졌지만 교육 불평등은 오히려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함께 우리 교육의 ‘일등 지상주의’, ‘입시 중심주의’를 지적했다. 최교진 교육감은 “예전에는 학생이 사고를 당하면 ‘공부 잘하는 학생이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며 “상위권 대학에 가는 애만 소중히 여기고 교실에서 엎드려 자는 애는 소중히 여기지 않는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 모든 학생들을 소중하게 대하는 것이 교육 불평등 해소의 첫걸음이다”고 말했다. 장휘국 교육감도 “부자 아니면 패배자, 일등 아니면 실패자라는 생각이 학교까지 지배한다”며 “교사들도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좋게 생각하고 말썽부리는 아이는 뒷전으로 미뤄놓는데, 말썽부리는 아이는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인 경우가 많다. 그 아이를 학교에서까지 차별하게 되면 불평등이 심화된다”고 지적했다.

■ 정책적 노력으로 교육기회 동등하게 4년 중 2년4개월의 임기를 마친 네 명의 교육감은 지금껏 펼친 교육 불평등 완화 정책을 공유하고 서로 벤치마킹을 하기로 했다. 광주광역시교육청은 ‘희망교실’을 성공사례로 소개했다. 교사 1명과 경제?·정서적 배려 학생 3~4명이 멘토(조언자)-멘티(조언받는 사람) 관계를 맺고 영화관, 야구장, 식당, 서점 등에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예산을 주는 정책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국제고 사회통합전형을 50%로 확대하고, 저소득층이 많은 학교·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 재정지원을 강화한 정책 등을 소개했다. 경기도교육청도 학급당 학생 수가 적고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혁신학교를 매년 40~50곳 늘리고, 혁신 공감 학교를 98%까지 확대했다. 세종시교육청은 유아 대부분이 공립 유치원에 다니도록 ‘유치원 공공성 강화 도시’를 모델화할 예정이다. 교육기회 격차가 사립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것을 막게 하자는 방안이다.

사회의 불평등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해나갈 문제의식을 갖춘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정 교육감은 “얼마 전 경기 31개 시군에 1000명의 학생을 초청해 토론을 했는데, ‘학교에 정치 선택과목을 필수로 지정해달라’, ‘교육감 선거권을 중3까지 달라’는 요구가 강했다”며 “교육 목표를 대학입시로 국한하지 말고 아이들이 시민으로서 자주적 삶을 살게 기르는 것이 교육 불평등 해소의 길”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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