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코리아 브이아르(VR) 페스티벌을 방문해 케이티(KT) 전시관에서 가상현실 체험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한겨레 사설] 대통령, ‘최저 지지율’ 의미나 아는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취임 이후 최저치인 26%로 떨어졌다. 특히 여론의 지표라 할 서울에서는 긍정적 평가가 고작 18%에 머물렀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라는 말을 붙이기조차 민망하다. 국민과 완전히 유리된 대통령, 국민 대다수의 손가락질을 받는 국가원수가 지금 박 대통령이 처한 초라한 현주소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은 최근 잇달아 터져 나온 각종 추문이 직접적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최순실,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등 권력의 분탕질에서 풍겨 나오는 역겨운 냄새에 대다수 국민이 눈살을 찌푸린 결과다. 하지만 넓게 보면 그런 사건은 하나의 결정적 계기일 뿐, 지지율 수직 하락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곪을 대로 곪은 상처가 한꺼번에 터진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각종 악재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던 ‘콘크리트 지지율’이 급격히 허물어진 것은 박 대통령이 마주한 총체적 위기가 매우 심각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문제는 지지율 추락을 받아들이는 박 대통령의 태도다. “일시적 현상”이라느니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할 일을 한다”는 따위의 말을 청와대 관계자들은 스스럼없이 하고 있다. 국민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여 좀더 나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자세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바로 이런 태도가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인 불통과 오만인데도 전혀 바뀔 기미가 없다. 청와대가 요즘 하는 모습을 보면 국민의 지지 받기를 아예 포기한 정권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모든 일을 우격다짐으로 깔아뭉개고, 숨기고, 윽박지르기에만 골몰한다. 최소한의 상식도 외면한 막가파식 국정운영이다. 대통령 지지율 반등 따위는 체념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 상태가 아니고는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전통적 지지층마저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등을 돌릴 정도다. 그러니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앞으로도 계속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할 것이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국정운영의 근원이자 동력이다. 특히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를 뒷받침해주는 힘은 국민의 성원과 지지뿐이다. 그런데 지금 박 대통령은 그것을 포기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가 없는 상태에서 국정은 헛바퀴만 돌고 나라는 미래를 향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박 대통령의 비극이 아니라 나라의 비극이다.
[중앙일보 사설] 박 대통령이 새겨야 할 ‘최저 지지율’ 의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인 26%로 추락했다. 어제 한국갤럽이 발표한 10월 둘째 주 조사 결과다.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해 연말정산 파동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올 총선 직후 등 정치적 위기 때도 29%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그런 지지율이 4주 연속 하락하다 마지노선을 찢고 26%로 내리꽂혔으니 콘크리트 지지층이 무너지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국민 지지율은 대통령 국정운영 동력의 핵심 요소다.
법이나 예산, 행정으로 나라가 굴러가는 것 같아도 적절한 지지율이 엔진 오일처럼 주입되지 않으면 국정은 뻑뻑해지고 여기저기 소리 나다가 급기야 멈추고 만다. 이런 상황이 임기 말에 겹치면서 권력 내부와 행정의 저변은 말을 안 듣고 국민 호응과 공감은 사라져 버리는 극심한 레임덕에 빠지게 된다. 집권 4년차 4분기에 박 대통령이 받은 26% 성적표는 같은 시점의 노무현 대통령(12%)보다 높지만 이명박(32%)·김대중(31%) 대통령보다 낮다.
박 대통령은 이 수치의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돌이켜보면 4·13총선 참패 뒤 박 대통령은 여소야대의 민심을 외면했다. 편협한 인사와 경직된 정책, 일방적 소통을 반성하거나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정치에서도 하는 짓마다 국민 밉상인 친박 세력에 의존할 뿐 집권당·야당과 국정을 함께 논하는 협치(協治)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대통령이 구중궁궐 깊은 곳에 스스로 고립시키고, 그 앞에선 오직 복종만 있을 뿐 직언은 곤란하다는 청와대 풍토는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냉혹할 정도로 주변 관리에 엄격했던 박 대통령이 어느 순간부터 우병우 민정수석이나 시중에 비선실세로 통하고 있는 최순실씨 같은 사람을 감싸고돈다는 평판이 형성된 것도 치명적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원칙과 신뢰’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런 원인들이 누적돼 26% 지지율이 나온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선 우병우나 최순실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친박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앞에 닥친 미증유의 경제·안보 복합위기의 파도를 타고 넘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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