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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비교’, 마음에 내는 생채기

등록 2016-10-18 10:23수정 2016-10-18 10:27

[함께하는 교육]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초등 6학년 때의 나는 폭풍 성장을 거의 끝낸 상태였다. 당시 키가 지금의 키였으니 제법 성숙한 언니 포스가 났다. 그 경험 때문인지 나는 여태까지 키가 작아 불편했던 적은 있지만 그로 인한 열등감이나 큰 스트레스는 없었다. 손이 못생겨서 신경을 많이 썼던 기억은 있다. 담임선생님이 손톱 검사를 할 때마다 못생긴 손을 어떻게 하면 덜 노출할까 전전긍긍했다. 사실 담임선생님은 내 손이 예쁜지 안 예쁜지 전혀 관심 없었을 텐데….

학교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기’라는 주제로 자신의 약점을 수용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외쳐보게 하는 활동을 해본 적이 있다.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얻었던 ‘네 가지’ 코너를 활용했다.

“세상은 왜 조용한 사람을 싫어하는가? 그래, 나 조용하다. 사람들은 항상 나한테 말해. ‘너 왜 그렇게 조용하니? 친구한테 먼저 말도 걸어보고, 인사도 해봐.’ 나도 알아, 나도 그러고 싶다고. 물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괜히 말 걸었다가 씹힐까 봐 망설인 적이 많아. 그래도 시간이 좀 많이 걸려서 그렇지, 나도 일단 친해지고 나면 시끄럽고 말 많다. 그러니까 오해하지 마라~. 나 마음만은 분위기메이커 수다맨이다.”

이렇게 각자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걸 문제라고 단정하는 사람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당당한 반전을 끌어내는 스토리가 시원하고 유쾌했다.

한 아이도 ‘네 가지’를 차용해서 이런 속내를 드러냈다. 조용조용 발표했는데 아이들에게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의 약점을 갖고 대본을 썼는데, 눈이 작다, 키가 작다, 못생겼다, 뚱뚱하다, 여드름 많다, 공부 못한다, 이마가 넓다, 시력이 나쁘다 등의 얘기를 많이 했다. 자기 얘기를 하면서 쑥스러워하기도 하고 열렬하게 항변하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한 아이는 대본을 읽다가 울컥해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 광경에 웃음으로 어색해진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안타까워하며 위로가 섞인 탄식의 “아~” 소리를 내거나, “괜찮아” 또는 “누가 그래?” 하면서 적극적으로 격려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래, 나 뚱뚱하다”는 말에 듣던 아이가 “야~ 말도 안 돼, 네가 뭐 뚱뚱하냐?”라고도 했다. 실제로 대다수의 눈에 발표하는 아이가 뚱뚱하게 보이진 않았다.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각자 고민이 있었구나 하며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비교 당하기’는 상처를 많이 남긴다. 더 큰 문제는 부모님, 선생님, 친구가 비교하지 않아도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 남과 자신을 비교한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친구는 자기 자신”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려면 남과 비교하는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다독여줘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꼬옥 껴안아주면 참 좋겠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내 두 팔로 나를 안아주며 토닥여주는 것도 좋다. 내 아이가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여길 수 있게 부모가 거울이 되어 비춰줄 수 있어야겠다. 부모가 먼저 아이를 대할 때 “너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해줘야 한다. 그런 마음을 담은 시선으로 아이를 봐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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