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부터 10월까지 경남으로부터 확산된 지진에 대한 공포는 전 국민을 두려움에 떨게 했습니다. 대책 마련은커녕 재난에 대한 알림 문자조차 한없이 늦는 국가에 대한 불신도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는데요. 학교 중에는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에게 “지진이 나도 동요하지 말고 가만히 자율학습을 하라”고 하거나 대피를 제지한 곳도 있었다고 합니다.
비슷한 일이 약 2년 반 전에도 있었습니다. 바로 2014년 4월16일 일어난 세월호 참사입니다. 세월호가 기울기 시작할 때 선내에는 “가만히 있으라”라는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습니다. 그때 그 방송이 아니었더라면 더 많은 사람이 탈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선박 침몰’과 ‘구조 실패’라는 두 가지 차원이 동시에 존재하는 사건입니다. 비슷한 의미에서 <세월호 이후의 사회과학>을 쓴 사회학자들은 책임지지 않고 탈출한 선장이나 기업의 총수인 유병언은 ‘사고’의 책임자이지만, ‘사건’의 책임자이자 동시에 행위자는 ‘국가’라고 이야기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히 유가족이나 실종자의 가족, 주변인을 넘어 범국민적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사실 이와 비슷한 양상의 참사는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참사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죠. 고교생 희생자가 많아서 그런지 많은 사람이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또한 배가 점점 가라앉고, 실종자 수가 고스란히 사망자 수로 바뀌고, 진도 팽목항에서 밤을 지새우던 유가족들의 모습 등이 언론매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우리 마음속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전원 구조’라는 말이 반나절 만에 오보로 밝혀진 이후 많은 사람이 끊임없이 기도하며 텔레비전 앞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으니까요.
역설적으로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거대한 전환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그 사건 이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우리는 ‘안전한 사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무책임한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안게 되었습니다. 또 국가와 사회가 할 일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 “과연 이것이 정상적인 국가이고 사회인가?”, “국가는, 그리고 사회는 무엇인가?” 등의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사회과학을 전공하며 가장 먼저, 그리고 내내 하게 되는 질문이 바로 “사회는 무엇인가?”입니다. 이 책에서 사회과학자들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한국 사회를 이야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사회과학에 대해 교과서 안에서만 배웠을 여러분에게는 어쩌면 어려운 책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제 전공인 사회과학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이 책을 고른 이유는, 결국 우리는 모두 ‘세월호 세대’이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결코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과 그 사회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그래서 그 민낯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그것이 가진 문제를 어떻게 제기해 나갈 것인지, 더 나아가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사회과학에 대해 알아 나가고, 그것을 기반으로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국가와 사회에 대해 교과서와 교사들이 이야기해주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해 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장성렬(독립언론 회대알리 사진팀장, 성공회대 사회과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