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제1회 서울 평생학습 대토론회’가 ‘한국사회 평생학습에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1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제공
디지털 세상에서 정보와 지식의 생산과 유통 구조가 달라지고 사회변화가 가속화함에 따라 교육 패러다임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정해진 교과과정을 똑같이 배우고 동일한 시험을 통해 그 수준을 평가받는 방식의 교육이 그동안 학교에서 이뤄져온 공교육의 기본틀이었다. 지식과 정보의 유효기간이 단축되고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더 뛰어난 기억력과 판단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인간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알파고 쇼크로 촉발된 것으로 보이지만, 표준화되고 정형화된 제도교육의 문제에 대해 일찍부터 천착하며 길을 모색해온 이들이 있다. 평생학습 분야에서 활동해온 이들이다. 일제강점기와 산업화시대의 국민계몽운동과 야학운동에 뿌리가 닿아 있는 평생학습계의 오래된 고민과 지혜를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지난 7일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과 평생교육총연합회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한국사회, 평생학습에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공동주최한 ‘제1회 서울 평생학습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사전 등록자만 1000명을 넘고 현장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평생학습 관련자 1300명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대성황을 이뤘다.
행사를 주관한 김영철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은 “한국 사회에서 평생학습을 주제로 한 최대의 마당이 열리는 셈인데, 폭발적 반응에 거듭 놀라고 있다. 평생교육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입길에 오른 적이 없는데, 어지러운 세상에서 교육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평생학습을 향한 기대로 나타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신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국민동원의 필요성에 따라 관 주도로 이뤄져온 ‘사회교육’은 일제 잔재이고 성인들의 지적 성장과 역량 신장을 위한 교육이 무시되어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문해교육에 치중되어온 평생교육이 2000년대 이후 지방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으나, 개인들의 자기개발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새로이 공동체 지향 학습운동으로 진전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대토론회는 김신일 교수의 강연과 권두승 서울시평생학습종합계획자문단장의 기조발표 이후 ‘독일시민대학’ ‘갭이어’ ‘노년기 평생학습’ ‘학점은행제’ ‘알파고시대의 교육개혁’ ‘평생학습도시’ ‘마을교육공동체’ ‘평생교육단과대학’ ‘장애인 평생교육’ ‘성인문해교육’ 등 12개의 주제별 세부 토론이 진행됐으며 평생교육 관련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졌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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