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딩 선배들이 말하는 내 전공, 이 책
<경제 e>
EBS 지식채널e 지음, 북하우스 펴냄, 2015년
긴급한 구호상황. 인명 구조원 도착 뒤 30초에서 60초 사이. 부상자들에게는 4가지 색의 ‘트리아지 태그’가 부여됩니다. 검은색은 ‘사망 혹은 사망까지 진통제만 투여하는 상태’, 붉은색은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 즉각적인 구호조치가 필요한 상태’, 노란색은 ‘구호 조치가 지체되어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부상’, 초록색은 ‘경미한 부상 상태’를 나타냅니다.
어떤 환자에게 붉은색 태그를 주어야 할까요? 이상한 물음처럼 들릴 수 있을 겁니다. 모든 부상자에게는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의료진 수는 한정되어 있죠. 따라서 우리는 늘 누구에게 우선하여 의료 서비스를 지원할 것인지, 즉 ‘누구에게 붉은색 태그를 주어야 할 것인지’의 문제에 직면합니다.
경제학은 인간의 욕망에 비해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학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제학적 사고’가 필요합니다. 경제학적 사고란 비용과 효용을 고려한 합리적 선택의 과정입니다. 누구나 알게 모르게 경제학적 선택을 해왔지만, 그것을 몸소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경제e>는 경제학적 사고로 세상을 보는 법을 알려줍니다. 이 책은 우리 주변에 엄연히 존재하는 고용불안, 빈부격차, 감정노동과 같은 문제들을 친숙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제라는 말만 들어도 어렵고, 생소하게 느껴지는 학생들이 있다면 경제학적 사고를 이해하기 위한 입문서로서 꼭 추천해주고 싶습니다.
지금은 경제학을 4년째 공부하고 있지만, 사회탐구 영역 중 경제 과목조차도 선택하지 않았던 고교 시절, 언어 영역에 나오는 경제 지문은 제게 큰 골칫거리였습니다. 또한 수시 논술전형을 준비하면서 경제원리에 관한 제시문이 나오면 글을 어떤 식으로 써야 할지 고민했던 적이 많습니다. 수험생에게 경제 지문이나 제시문이 어려운 이유는 경제학적 사고를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경제e>와 같은 책으로 우리 주변의 다양한 현상들을 경제학적 사고로 바라보는 습관을 들이고, 논술에 그것을 조금이나마 녹여낼 수 있다면 높은 점수를 기대해도 좋을 것입니다.
<경제e>는 또한 역사적인 사상가이자 경제학자들의 생각을 들려주고, 독자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현실에서는 정답이 정해져 있는 일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할 일들이 더 많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생각의 근육을 키워야 합니다. 이 책은 여러분에게 끊임없는 물음을 던집니다. 그 물음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학에서는 경제문제를 정부가 직접 해결할 것인지, 시장에 맡겨서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오랜 논쟁이 있습니다. <경제e>는 이 문제를 역사적인 배경과 더불어 경제학자 케인스와 하이에크의 생각을 빌려 이야기 형식으로 전달합니다. 책을 읽으며 누구의 의견이 더 설득력이 있는지 스스로 가려내 보는 것도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누구에게 붉은색 태그를 주어야 할 것인가의 문제로 돌아와 봅시다. 인생은 수많은 선택이고, 여러분은 ‘대학 진학’이라는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누구에게 붉은색 태그를 줄 것인가, 즉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몫은 오로지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선택에 대한 책임 또한 여러분에게 있을 거고요. 한 번쯤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 왔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그 시간이 여러분을 올바른 선택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현우식(한국외대 독립언론 외대알리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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