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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급식·간식에 유전자조작식품 넘치는 거 아세요?

등록 2016-09-20 14:58수정 2016-09-20 16:42

[함께하는 교육] ‘지엠오 책자’ 만든 청소년들

전국 초·중고생 건강포럼 직접 열어
지엠오 유해성 알리는 주제발표
추가 내용 더해 손바닥 크기 책자 제작

급식 속 지엠오 식품 뭔지 조사하고
마트서 가공식품 성분표시 확인도
완전표시제, 지엠오 벼 재배금지 등
구체적인 개선점도 요구하고 나서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청소년건강포럼’에 참가한 학생이 ‘우리의 급식, 지엠오로부터 안전한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아이틴뉴스 제공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청소년건강포럼’에 참가한 학생이 ‘우리의 급식, 지엠오로부터 안전한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아이틴뉴스 제공
“안녕~ 난 대한민국 평균 남학생, 건이야. 치느님을 찬양하고 햄버거, 피자를 사랑하지. 그리고 난 지엠오 같은 건 관심 1도(하나도) 없어. 그런 거 신경 쓰면 대체 뭐 먹고 살아 ㅋㅋ. 근데 내 여사친(여자사람친구의 준말로 애인과 구별하기 위해 생긴 신조어)은 입만 열면 지엠오 얘기라 피곤해 죽겠다.”

“안녕~ 난 대한민국 평균 여학생, 강이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성격인데, 엄마가 공부 못해도 건강하기만 하라고 해준 덕분인가. 너네도 지엠오에 대해 건이처럼 관심 없겠지? 알고 나면 진심 열 받을 거야.”

최근 전국 초·중고생들이 만든 책자 ‘지엠오Talk-지엠오와 학교급식’(이하 지엠오 책자)에 나온 주인공 건·강이의 대화다. 책자를 보면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평소 아이들이 쓰는 말투의 카톡 대화 형식으로 지엠오 식품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긴 문장으로 나열하지 않고 요즘 유행하는 카드뉴스처럼 그림과 짧은 문장으로 만들어 누구나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게 했다.

용인외대부고 3학년 김지윤양은 올해 초 고교생의학포럼 참가 준비를 하면서 지엠오(GMO)의 위험성을 느꼈다. 학교급식에도 지엠오 식품이 많이 쓰인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지엠오 수입국이라는 것과 연간 한 사람당 45킬로그램의 지엠오를 섭취한다는 자료를 보고 깜짝 놀랐다. 나처럼 기숙학교에 다니는 경우 학생의 선택권과 상관없이 지엠오 식품으로 만든 급식을 하루 세끼 먹는다는 게 슬펐다.”

김양은 평소 활동 중이던 인터넷 매체 ‘아이틴’ 청소년 기자단과 12개 고교연합동아리 ‘블루메드’ 친구들한테 이 내용을 알렸다. 이를 계기로 뭉친 학생들은 올해 1월과 지난달 ‘대한민국청소년건강포럼’(이하 포럼)을 직접 기획해 열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관련 활동을 하는 생물다양성한국협회에 협조를 구하고 후원받을 기관도 직접 찾았다.

지엠오 책자는 이 포럼 발제문을 바탕으로 추가 조사한 내용을 더해 완성한 것이다. 총 70여 페이지로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의 지엠오 실정, 지엠오 농작물과 가공식품, 학교급식 속 지엠오 등을 다루고 있다.

보통 이런 책자의 경우 고교생 위주로 만들지만 이 책자는 포럼에 참여했던 초·중고생 12명이 함께 목차를 짜고 각자 자료 조사를 했다. 학생들은 단순히 지엠오에 대한 이론적 내용만 정리하기보다 자신의 학교급식 실태나 유기농 급식 사례, 외국에서의 지엠오식품 제재 등 실질적인 내용을 담았다. 직접 마트에 가서 가공식품의 성분표시를 확인해 숨은 지엠오를 찾거나 정상적인 지엠오 표시 사례 등을 조사하기도 했다.

이주현(개포고 2)양은 포럼 때 급식에서의 지엠오 식품의 위험성을 알리는 주제발표를 했다. 집 근처 학교 10여곳의 누리집에서 급식 식단표를 뽑은 뒤 지엠오 식품을 사용하는지 직접 확인해 형광펜으로 표시했다. 조사 결과, 대부분의 학교 급식 90% 정도가 지엠오 식품을 사용해 만든 음식이었다.

“포럼 때 한번 발표하고 끝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자를 만들었다. 영어로 된 자료가 많고 전문적인 과학지식을 다룬 내용이라 분석하는 데 오래 걸렸다. 잘못된 사실을 담으면 안 되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미국이나 다른 나라 누리집, 과학 관련 누리집을 찾아 꼼꼼히 읽었다.”

이 작업은 학생들 스스로 지엠오에 대한 위험성을 깨닫는 동시에 생활 속 식습관을 바꾸는 계기도 됐다. “5학년 2학기 실과 시간에 지엠오에 대해 배웠다. 교과서에는 유전자조작식품의 개념만 나오고 몸에 나쁘다는 건 다루지 않았다.” 백민욱(서울 숭례초 6)군은 자료를 준비하면서 시리얼, 사탕, 비타민C 등 평소 즐겨 먹던 음식에 지엠오가 들어간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에 수입산 지엠오 감자가 쓰인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지금은 식품을 살 때 성분표시를 꼭 확인한다. 집에서 지엠오 식품인 카놀라유 대신 현미유로 바꾸고 간식도 과자보다 떡이나 감자, 고구마 등을 먹는다”고 말했다.

백군이 사는 성북구는 2010년 ‘논지엠오’(Non-GMO)를 선언하고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 중이다. 성북구 내 학교들은 유기농 쌀과 김치, 무항생제 고기 등 식재료를 공동구매하고, 일부 학교는 지엠오 콩이 들어 있지 않은 전통장 등을 따로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학부모들도 나서 가정에서까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공동구매하기 위한 협동조합을 준비 중이다.

김양은 “지엠오는 안전성 또는 위험성이 명확히 검증이 안 돼 나중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게 가장 두렵다. 엄마와 친구들에게 지엠오의 유해한 점을 알려줬더니 식용유 살 때도 원산지를 확인하고 음식 만들 때도 스팸이나 옥수수 통조림 같은 가공식품은 안 쓴다더라”고 했다.

책자의 마지막 부분에는 학생들이 바라는 개선점도 구체적으로 담았다. 식품 성분표시를 할 때 지엠오 식품임을 정확히 밝히는 ‘지엠오 완전표시제’ 제정과 이미 시험재배 중인 지엠오 벼의 상용화 중단, 학교급식에 지엠오 사용 금지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양은 “단순히 ‘이게 나쁘구나’ 알고 마는 게 아니라, 이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실제 정책에 반영될 거라 생각했다. 학생들끼리 목소리를 높이는 것보다 이 책자를 본 교사나 학부모도 지엠오 문제 해결에 동참하면 힘이 실릴 것”이라고 했다.

이 책자는 아이틴뉴스(www.iteen.kr)나 블루메드봉사단(www.bluemed.or.kr)에 연락하면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지엠오, 학생들이 알아둘 것들

■ 지엠오가 뭔데?

유전자조작작물의 약자로, 유전자조작(재조합) 기술을 통해 재배된 작물을 뜻해. 다국적 기업 몬샌토와 노바티스가 지엠오로 개발된 콩과 옥수수를 각각 재배하며 탄생했고 1996년 지엠오를 상업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어.

■ 왜 나빠?

우리나라가 지엠오를 수입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부터 자폐증·성인병·비만·성조숙증·당뇨병·소아암·갑상선암·뇌졸중 등 각종 질병률이 급증하기 시작했어. 지엠오가 진짜 무서운 건 부작용이 바로 나타나지 않아서 나중에 어떤 더 큰 피해가 생길지 모른다는 거야.

■ 다른 나라는?

현재 유럽연합(EU) 19개국이 지엠오 재배를 금지하고 있고, 러시아는 2014년 2월 지엠오 금지법을 채택해 지엠오가 포함된 모든 식품의 생산을 중단했어. 지엠오 최대 생산국인 미국도 판매되는 모든 상품에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게 지엠오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법안을 시행 중이야. 또 일본은 지엠오를 가축 사료용으로만 사용하도록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어.

■ 지엠오 농작물, 어떻게 알아?

우리나라는 옥수수와 콩, 유채와 면화 등 다양한 지엠오 농작물을 수입하고 있어. 지엠오 가공식품은 옥수수의 경우 ‘액상과당, 올리고당, 물엿, 과당, 포도당’, 콩은 ‘기름, 간장, 콩 레시틴(유화제), 대두, 탈지대두’, 면화는 ‘면실유’, 유채는 ‘카놀라유(유채유)’ 등으로 표시돼. 대부분의 가공식품이나 수입산 원재료에 지엠오 식품이 들어간다고 볼 수 있지.

참고: 지엠오 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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