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딩 선배들이 말하는 내 전공, 이 책
<융합 인문학>
강운구 외 지음, 최재목 엮음, 이학사 펴냄, 2016년 (융합 관련 계열)
대학에는 ‘학부’와 ‘학과’라는 게 있습니다. 학부로 들어온 학생은 2학년 때 자기 전공, 즉 학과를 선택하게 됩니다. 학부마다 선택할 수 있는 학과 종류가 정해져 있는데 저는 융합콘텐츠학과, 의류산업학과, 국제사무학과, 식품영양학과, 융합보건학과를 선택할 수 있는 신산업융합학부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중 저는 제가 지망하고 있는 융합콘텐츠학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융합콘텐츠학과에서는 콘텐츠와 연관된 모든 것을 배웁니다. 게임 애플리케이션 콘텐츠를 만든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의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스토리텔러, 애플리케이션의 아이콘이나 캐릭터 등을 디자인할 디자이너, 사용자의 니즈를 파악할 유엑스(UX, User Experience) 전문가, 애플리케이션을 설계할 프로그래머, 이 모든 것을 총괄할 기획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각 분야의 전문지식을 함양한 융합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 바로 융합콘텐츠학과입니다.
해당 학과에 관심이 생긴다면 전문서적보다는 ‘융합’과 ‘창의성’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기를 권합니다. 또한 창의성의 기반이 되는 인문학적 지식을 쌓아 놓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융합 인문학>은 각기 다른 분야 전문가 10명이 영남대학교 교양강좌 ‘융합 인문학’에서 ‘융합’을 주제로 깨어 있는 발상법을 논한 강의록을 담은 책입니다. 이들은 자신만의 생각으로 ‘융합’이 무엇인지를 정의합니다. 함성호 교수는 융합을 ‘관용의 정신’이라 표현합니다. 한 예로 위대한 건축물 타지마할은 이질적인 문화들을 관용적으로 수용하면서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책을 통해 창의성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찰해봤으면 합니다. 제 전공수업의 과제는 콘텐츠의 사용자 시나리오를 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기발한 콘텐츠를 생각해내는 것이 그 과제의 출발점이었죠. 새 기능의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떠올리는 일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스토리텔링 관련 전공수업을 듣는 제 친구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아주 긴 분량의 리포트를 써오는 것이 과제였다고 합니다. 일종의 ‘덕질’하는 분야에 대한 리포트이죠. 결국 콘텐츠 분야는 자신만의 개성과 창의성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융합 인문학>은 인문학적·다분야적 지식이 창의성의 핵심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용주 교수는 창의성은 기존의 분류 체계를 철저하게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말합니다. 곧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신동원 교수는 자기를 세우는 것, 즉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 융합의 핵심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수험생 시절 저는 참 좁은 세상에 살았습니다. 항상 보는 기출문제집, 모의고사 시험지가 제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당시 문제의 답을 찾는 게 최종 목적이긴 했지만 제 앞에 주어진 모든 지문이 같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지루한 것이 있었던 반면 나중에 대학에 가서 꼭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내용의 지문도 있었죠. 저는 지겹고 반복적인 주입식 교육 속에서도 그 의미와 재미를 찾으려 노력했기 때문에 그 시간들을 버틸 수 있었는지 모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취직을 해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나는 다르게 살겠다는 용기가 젊은이들에게 필요하다’는 부분입니다. 지금 수험생인 여러분한테도 의미 있게 적용될 수 있는 말이라고 믿습니다.
고서연(이대알리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신산업융합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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