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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정운호 게이트 법조 비리’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6-08-29 19:55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관 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 변호사가 지난 5월27일 오전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홍 변호사는 탈세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관 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 변호사가 지난 5월27일 오전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홍 변호사는 탈세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정운호 게이트’ 현직 판검사 비리, 발본색원해야

검찰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로비 사건 등과 관련해 현직 판사들을 수사 선상에 올렸다고 한다. 그동안 정 전 대표에 대한 기소뿐 아니라 재판 과정을 둘러싼 의혹도 여러 차례 제기돼온 터여서 검찰 수사는 당연한 수순이다.

검찰은 구속된 성형외과 의사 이아무개씨가 정 전 대표한테서 재판부 청탁 명목 등으로 수천만원을 받아 이를 인천지법 김아무개 부장판사에게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가 타던 외제차를 시세보다 싼 값에 산 뒤 그 돈을 돌려받고, 해외여행을 함께 다녀오는가 하면, 딸이 네이처리퍼블릭 후원 미인선발대회에서 입상하는 과정에서도 정 전 대표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정 전 대표 사건을 배당받은 날 브로커와 저녁 식사를 한 임아무개 부장판사, 최유정 변호사가 변론한 송아무개 이숨투자자문 대표의 사기 사건 2심에서 석연찮은 집행유예를 선고한 최아무개 부장판사도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고 한다. 아직 혐의가 확인되진 않았으나 이처럼 여러 명의 판사가 동시에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이 있었는지 기가 찰 일이다. 성매매 판사에 이은 판사들의 잇따른 추락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이 시점에서 검찰이 홍만표 변호사 사건과 관련해 전관을 예우해준 현직 검사에 대한 수사 역시 제대로 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할 필요가 있겠다.

정운호 사건으로 홍만표·최유정 변호사뿐 아니라 검찰 수사관과 경찰관들까지 뇌물수수 등 혐의로 줄줄이 구속됐으나 현직 검사는 감사원 로비 명목으로 1억원을 받았으나 병상에 누워 있는 부장검사 한 명만 수사 대상에 올랐다. 정 전 대표를 2차례나 무혐의 처리해주고, 횡령 혐의는 빼줬을 뿐 아니라 보석 단계에선 사실상 석방을 용인해준 현직 검사들은 이런저런 핑계로 다 빠져나갔다. 검찰이 홍 변호사 징계를 요청하면서도 변협이 요구한 몰래 변론 목록은 내놓지 않은 것은 전관예우에 대한 근절 의지를 의심케 한다.

현직 판사들까지 포함한 전방위 수사로 혁혁한 성과를 올린다 해도 현직 검사들은 감싸고돈다면 그 수사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특별검사의 수사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비대한 권한을 수술해야 한다는 검찰 개혁 여론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 ‘정운호 로비’ 현관 연루 의혹 철저히 규명해야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수사가 법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현직 부장판사의 금품 수수 의혹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가 과연 어디까지 번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검찰은 정 전 대표에게서 외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를 샀던 인천지법 김모 부장판사가 차 값을 돌려받은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 의혹 내용은 김 부장판사가 2014년 정 전 대표에게 차량 구매 대금으로 당시 시세에 크게 못 미치는 5000만원가량을 입금했으나 이후 병원장 이모(구속)씨를 통해 이 돈을 돌려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 전 대표 돈이 실제로 김 부장판사에게 전달됐는지 조사한 뒤 김 부장판사를 소환할 계획이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 등과 베트남 여행을 다녀왔고, 딸이 네이처리퍼블릭에서 후원하는 미인대회에서 입상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인에게서 외제차를 사고 차 값을 되돌려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대가성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이다. 현직 법관의 금품 수수 의혹은 법원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검찰은 의혹 전반을 철저히 조사해 법대로 처리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빠뜨리지 말아야 할 것은 현직 검사 관련 의혹이다. 검찰은 지난 6월 정 전 대표와 그의 변호인이었던 홍만표 전 검사장을 구속 기소했으나 현직 검사 로비 의혹은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 전 대표로부터 2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관을 재판에 넘긴 것이 전부다. 더욱이 정 전 대표 등 변호나 ‘몰래 변론’을 해 온 홍 전 검사장 수사 과정에서 담당 검사 연루 의혹이 불거졌으나 서면 조사 등 겉핥기에 그쳤다.

판사도, 검사도 수사에서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 검찰이 현직 검사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판사 손보기’란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전관을 넘어 현관(現官) 수사가 투명하게 진행되는지를 끝까지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특검·검찰개혁 여론 나올 수밖에”…중앙 “현직 판검사 대상 수사 끝까지 주시해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100억원대 동남아 원정도박 수사에서 시작된 사건이 법조계와 정치권, 재계에 이르기까지 큰 태풍을 몰고 왔다. 일명 ‘정운호 게이트’다. 그동안 정 전 대표가 검사의 기소에서부터 재판의 판결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여온 과정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도박사건 이외에도 서울메트로 입점, 롯데면세점 자리배정 등과 관련된 로비 사건에도 연루되어 불법 청탁과 뇌물의 범위가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재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건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건마다 연관된 이름도 많아 한 번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까지 정운호 게이트로 인해 구속되었거나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법원의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검사장 출신 변호사,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청와대 민정수석, 3명의 현직 부장판사, 서울고검장, 국가정보원 2차장, 검찰 수사관, 경찰관 등이다. 직위만 나열해도 권력의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의혹들로 인해 고위 권력층의 부패가 만연해 있다는 점과 특히 법조계의 비리가 매우 심각하다는 점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사법시스템은 법치국가가 지향하는 사회 정의의 근간이다. 검사는 그 누구라도 죗값에 맞게 벌을 받도록 해야 하고, 변호사는 한 명의 피고인이라도 죄 없이 억울하게 벌받지 않도록 해야 하며, 판사는 불편부당하게 법의 기준을 적용해서 판결해야 한다. 정운호 게이트라는 거울은 그들 모두가 부패에 동참하여 사적 이익을 취해왔으리라는 혐의를 내비쳐주었다. 사건의 실체가 어디까지 드러날지 알 수 없지만, 썩은 병폐의 본모습을 드러내야 정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2016년 법조계는 대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정운호 게이트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은 인물은 부장판사 출신의 최유정 변호사와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 변호사다. 최 변호사는 정운호 사건의 수임료가 50억원에 달했다는 점이 알려져 모두를 놀라게 했고, 홍 변호사는 검찰 주요 관계자를 만나 전방위 로비를 벌여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현재 최 변호사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홍 변호사는 청탁을 위한 뇌물 수수와 탈세 혐의로 구속수감되었다.

그렇게 마무리되나 싶었던 정운호 게이트는 현직 판사들을 수사하고 있다는 검찰의 발표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한 명은 외제차 제공, 동반 해외여행, 딸의 미인대회 입상에서 정 전 대표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고, 또 한 명은 해당 사건 담당 판사임에도 정 전 대표 쪽 브로커와 저녁 식사를 함께하였다고 알려졌으며, 다른 한 명은 최 변호사가 변론을 맡은 피고인에게 석연찮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한다. 한겨레와 중앙은 이를 예의 주시하면서 검찰에 해당 판사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홍 변호사 수사에 대해서도 혐의를 축소하거나 ‘몰래 변론’을 겉핥기식으로 수사한 것이 아니냐고 질타하였다. 검찰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는 위법 행위를 건성으로 수사했다면 전직 검사장에 대한 예우가 아닌가 의심을 살 만하다. 두 신문은 모두 판사뿐 아니라 검사 출신도 적극적으로 수사할 것과 특히 관련 있는 현직 검사들에 대한 수사가 중요한 잣대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다만 한겨레는 향후 특별검사나 검찰개혁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경고한 반면, 중앙은 현직 판검사에게까지 수사가 진행되는지 주시하겠다고 마무리 지었다. 이는 문제 인식의 차이보다는 현 검찰에 대한 신뢰도의 차이다. 한겨레는 명시적으로 주장하지 않았지만 특별검사나 검찰개혁을 언급함으로써 검찰의 능력과 의지에 의문을 품고 있고, 중앙은 땅에 떨어진 신뢰를 위해 검찰에 한 번 더 기회를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사법계의 대형 부패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판사와 변호사 간에 집단적으로 돈과 향응이 오고 갔던 ‘의정부 법조비리 사건’(1998), 한 명의 변호사가 100명이 넘는 법원·검찰·경찰의 전·현직 공무원에게 알선료를 주고 사건을 쓸어담듯 수임했던 ‘대전 법조비리 사건’(1999), 건설회사 대표가 25년간이나 부산·경남 지역 100여명의 검사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했던 ‘검사 스폰서 사건’(2010) 등 정운호 게이트와 같은 대형 법조비리 사건이 잊을 만하면 반복적으로 터져왔다. 평소 유대관계를 갖기 위해 변호사가 판사에게, 기업인이 검사에게 접대하는 관행뿐 아니라 민원처리 과정을 신속하게 끝내기 위해 법원 공무원에게 제공하는 급행료를 보면서 국민들은 법 앞의 평등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현실로 느낀다. 당연히 사법행정과 법률서비스에 대한 불신도 클 수밖에 없다. 이것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사법체계와 재판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조사(2013)에서 우리나라가 27%의 신뢰도(전체 평균 54%)로 42개국 중 39위를 차지한 이유다.

무엇보다 법조비리에서 핵심 문제는 전관예우다. 사법부의 전관예우는 퇴직한 판검사가 법조 인맥을 통해 기소 범위에 영향을 미치거나 판결에 유리한 결과를 얻는 것을 말한다. 물론 전관예우는 사법부만의 문제도 아니고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고위 공직자가 퇴직 뒤 산하기관이나 기업에 재취업하여 직전 업종과 관련된 중요 정보를 취해오거나 현 직장에 문제가 발생할 때 비공식적인 인맥을 동원하여 위법 행위를 무마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등의 부작용이 보도되곤 한다. 2011년 전관예우방지법을 만들었지만, 직업적 동료의식과 학연·지연으로 연결된 한국 사회의 특성상 현관들이 여러 경로의 청탁을 받을 수밖에 없어 근절되기가 쉽지 않다.

전관들이 연고와 인맥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취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현행 시스템의 질서와 정의를 파괴한다는 데 있다. 특히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를 가진 검찰의 경우,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나 그에게 전관예우를 해준 현직 고위급 검사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상관으로부터의 자유로운 수사를 어렵게 하는 제도적 한계 때문에 전관예우는 현관들의 부패로 이어진다. 중앙과 한겨레가 검찰 자신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것은 이러한 구조적 모순 속에 있는 검찰이 자기 머리를 스스로 깎을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와 불신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추천 도서]

불멸의 신성가족

김두식 지음, 창비 펴냄, 2009년

재판에서 불공정한 판결이 나오기까지 작동하는 비리의 요소들을 현실의 사례와 함께 추적하는 책이다. 법조 3륜이라 불리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 아니라 브로커, 법원 공무원, 경찰, 기자, 마담뚜에 이르기까지 현행 사법시스템을 움직이는 인사들이 직접 증언하는 내용을 통해 법조 비리의 토대가 매우 넓고 깊음을 알 수 있다.


[추천 도서]

김희수 서보학 오창익 하태훈의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김희수 서보학 오창익 하태훈의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검찰공화국, 대한민국

오창익, 김희수, 서보학, 하태훈 지음, 삼인 펴냄, 2011년

대한민국 검찰은 기소권, 수사권, 수사지휘권, 공소유지권 등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 책에서는 검찰의 권한이 발휘되는 방식과 과정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서 검찰 개혁의 필요성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전관예우와 법조비리

전관예우는 판사나 검사가 퇴직한 뒤 변호사로 개업했을 때 이들 변호사가 맡은 사건을 법원이 유리하게 처리해주는 비리 관행이다. 선배였거나 상사였던 전관 출신 변호사에게 현직 검사나 판사들이 우대해주는 것이 일반화되면 변호사 간의 공정 경쟁과 성실변론 풍토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검사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의 경우에도 개업한 뒤 4년간 총 220억원을 벌어들였고 2013년 공식 신고액은 90억원이 넘는다고 알려져 전관예우의 의혹을 샀다. 또한 전관예우는 ‘법조 브로커’의 존재와 짝을 이뤄 합리적인 법률 서비스를 교란시킨다. 법률 소비자는 누가 전관인지도 잘 모르고, 전관인지 알아도 자신의 사건 담당 재판부와 연줄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이때 사건 의뢰인과 변호사를 연결해주면서 30% 정도의 알선료를 받는 사람이 브로커다. 변호사법에 의하면 사건 브로커를 통해 사건을 수임하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전관 출신 변호사들의 구속적부심 성공률과 보석성공률, 재판 승소 확률이 높다는 인식 때문에 의뢰인들은 높은 수임료를 지급하면서 전관과 연줄이 닿아 있는 브로커를 찾게 된다. 퇴직 선배가 현직 후배에게 예우받는 관행 때문에 국민들은 비싸고 부조리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받고, 현직 법조인은 사법 정의로부터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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