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 남태현 지음, 창비 펴냄, 2014년
저는 고등학교 때 외교관을 꿈꿨습니다. 그래서 대학에 가면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는 것이 어떨까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정치외교학은 고위급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외교관 등의 직업을 선택했을 때 주로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중에도 이런 분야 진로를 꿈꾸고 정치외교학을 선택하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과연 정치외교학의 내용이나 교육목표가 국회의원, 대통령 등의 직업 정치인이나 국제기구 종사자들의 일에만 관련이 있을까요?
대학 누리집 등에 올라온 일반적인 소개를 바탕으로 보면 정치외교학은 공동체 안에서 나타나는 사회 현상과 문제를 다양한 주체의 상호작용과 합의로 해결하고 우리 사회의 발전적 운영 방식을 고민하는 학문입니다. 정치외교학의 교육 목적은 오늘날의 한국 그리고 국제사회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민주적 정치지도자를 키워내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민주적 정치지도자의 양성’에는 정부, 국제기구 등의 국내외 정치 현장에서 뛰는 전문가만 포함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앙 및 지방 행정부, 국회 등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학계, 기업, 시민단체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사회의 정치현상을 분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 적극적 시민도 포함됩니다.
정치외교학의 시작은 인간 공동체인 사회와 그 사회 속 현상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다음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사회 운영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려는 분들은 우리 사회의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문제를 짚어보고 정치 주체 간 상호작용과 관계의 양상은 어떤지, 민주시민으로서 나의 구실은 무엇인지 등을 고민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왜 정치는 우리를 배신하는가>를 통해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의 초반에서 저자는 ‘정치’와 ‘권력’ 개념, 경제적, 종교적, 사회적 권력의 작동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선거를 열심히 참여해도 사회가 쉽게 바뀌지 않는 다양한 이유’를 말합니다. 저자는 그 이유로 선거 제도의 한계, 강력한 정치권력을 가진 계층이 사회 변화에 덜 민감하다는 것, 우리가 선거로 끼칠 수 있는 것보다 큰 영향력을 가진 경제, 종교적 정치권력이 있다는 것을 제시합니다.
저자는 이런 이유를 들며 시민들이 선거만으로 사회의 개선을 바라기보다는 선거가 아닌 때에도 정치권력의 작동을 감시하고 필요에 따라 집단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즉, 이 책에서 저자가 전달하려는 핵심은 일상 속의 정치 참여와 시민 집단의 정치적 의견과 이를 피력할 수 있는 집단행동의 중요성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국내외 다양한 정치 사례를 들어 풀어 설명함으로써 시민 집단의 중요한 정치적 구실을 제시하고 독자가 시민으로서의 정치 참여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합니다.
초반에 이야기했듯이 정치외교학은 정치 분야의 전문가, 직업 정치인만을 키워내는 학문이 아닙니다. 정치외교학의 가장 기본적이고 궁극적인 목표는 사회의 정치현상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며 비판하고, 그에 걸맞은 사회적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정치 주체를 성장시키는 것이고, 곧 여러분은 그런 주체로 성장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추천한 책이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사례를 들어 시민들의 정치 참여와 행동을 중요하게 다룬다는 점에서 독자 여러분이 정치외교학을 선택하기 전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정치현상을 합리적이고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정치 구성원의 구실에 관해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변우리(이대알리 이사장, 이화여자대학교 사회과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