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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입시·학습·진로…막힌 속 뚫어주는 ‘사이다 방송’

등록 2016-08-16 10:41수정 2016-08-16 10:45

‘교육 팟캐스트’ 활용사례

교사·학생 수다방, 상담소 수준 넘어
다양한 교육콘텐츠 담는 창구로 확장

수준별 입시 관련 정보부터
사회·생물 등 교과 접목 인문학 수업
다양한 분야 직업 만나는 기회까지
무료로 다양한 정보 얻을 수 있어
중3·초6 자녀를 둔 고은실(46)씨는 여느 엄마들처럼 학습이나 입시 정보에 관심이 많다. 팟캐스트도 주로 교육 관련 내용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사교육 업체에서 진행하는 팟캐스트라도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골라 듣는다. 주로 듣는 방송은 ‘왕쌤의 교육이야기’(이하 왕쌤), ‘입시왕-모두를 위한 대학입시 컨설팅’, ‘대치동 엄마도 모르는 진짜 입시이야기’ 등이다.

이 가운데 ‘왕쌤’은 상위권, 중위권 대학의 합격선, 논술 등 직접적인 입시 정보 외에도 ‘성적표 분석이 입시 결과 좌우한다’, ‘자율동아리 때문에 일반고가 특목고를 이기지 못한다?’ ‘명문대 학생의 과외, 우리 아이에게 도움 될까’ 등의 주제도 다룬다.

고씨는 “‘왕쌤’ 같은 경우 상위권만이 아니라 지방 학생이나 중하위권 대상의 정보도 다룬다. 특히 이론 위주로 막연하게 학부모들의 불안을 조장하기보다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게 좋다”고 했다. 가령, ‘대학교에서 발간하는 계간지를 구독해 그 내용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도 좋다’는 식의 정보를 준다. 고씨는 “학부모들은 불안한 마음이 있어 주변의 특수한 성공 사례에 좌지우지되기 쉽다. 팟캐스트에서 말한 내용을 맹신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는 정보 창구 정도로 생각하고 들으면 된다”고 했다.

기존의 교육 관련 팟캐스트는 교사나 학생들의 수다방이거나 고민 상담, 시사 이슈를 주제로 진행하는 방송이 주를 이뤘다. 최근에는 입시 정보는 물론 교과별 학습 노하우를 알려주는 방송도 늘고 있다. 특정 직업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송도 있다.

팟캐스트 ‘내선생’ 진행자들이 서울의 한 녹음실에서 방송을 진행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내선생 제공
팟캐스트 ‘내선생’ 진행자들이 서울의 한 녹음실에서 방송을 진행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내선생 제공

학교 수업에서 말하지 않는 다양한 교양 쌓아

팟캐스트는 무료로 다양한 정보를 주는 매체이지만 어느 정도 선별해 들어야 한다.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팟캐스트 방송도 많지 않고, 자칫 학생들이 편향된 시각이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잘못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문화웹진 ‘킥킥’에서 운영하는 ‘잘들논다’는 청소년은 물론 학부모와 교사도 들을 만하다. 웹진에만 담아두기 아까운 내용을 말로 직접 들려주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지금은 청소년 관련 활동가나 저자를 초대해 이야기를 듣거나 한 학교에서 진행한 청소년 문학상의 심사위원들이 나와 끝장토론을 하기도 한다.

특히 반응이 좋은 건 ‘그들도 니들처럼’이다. 진행을 맡은 양연식씨는 “위인전이나 유명인사를 다룬 책은 많지만 그들의 청소년 시절을 집중해서 소개한 것은 많지 않다. 이 코너는 안데르센이나 조지 오웰, 버락 오바마 등 유명인사의 자서전이나 평전에서 어린 시절만을 따로 정리해 알려준다”고 했다. “꼭 학생이 아니더라도 학부모나 교사가 청소년들을 이해할 수 있게 아이들의 관심거리를 모아서 재밌게 풀어낸다. 나중에는 문학도를 꿈꾸는 청소년들을 모아서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다.”

‘유인원’(유익한 인문학 원포인트 레슨)은 생물·철학·사회 콘텐츠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는 방송이다. 시인, 중학교 사서교사, 프리랜서 디자이너, 발성교정협회 회원 등 인문학에 관심을 가진 20대 중반의 청년 넷이 진행한다. ‘포켓몬고와 게임에 대한 토론’, ‘브렉시트와 기본소득제도를 통한 민주주의’, ‘인공지능로봇의 인권’ 등 주제와 관련한 최근 시사 이슈를 엮어내 청취자의 흥미를 끌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방송을 진행하는 김선월씨는 “청소년 시절 들었던 인문학 강의를 떠올려보면 똑같은 내용이라도 어른보다 대학생 형, 누나가 강의할 때 친숙하고 귀에 잘 들어왔다. 이런 경험을 떠올려서 젊은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비유를 들어 쉽게 설명한다”고 했다.

‘확률의 거짓말’, ‘미생물이 미쿠미쿠해’, ‘조선 용어정리+국사 비하인드 스토리’ 등 각각 수리·생물·국사 교과학습과 연관된 내용도 있다. 김씨는 “팟캐스트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기 때문에 공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또 하나의 공부’로 여겨 지식을 얻는 데 집중하기보다 기존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 경험하지 못한 일을 간접적으로 접하는 수준이어야 적당하다”고 했다.

“우리 방송도 내용을 외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재미가 없어지고 들을 때도 경직된다. 학생들은 책을 읽어주는 방송이나 예술 분야 등 ‘말랑말랑한 방송’을 들으며 팟캐스트를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는 수단으로 삼는 게 좋다.”

직업인의 일과 생활 구체적으로 접할 기회도

팟캐스트의 장점은 원하는 정보를 직접 찾아,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가볍게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김도현(선린인터넷고 3)군은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나는 프로그래머다’라는 방송을 알게 됐다. 현직 프로그래머들이 진행하는 이 팟캐스트는 단순히 프로그래밍 이론을 다루는 게 아니라, 스타트업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학업과 프로그래밍 둘 중 어디에 비중을 더 둬야 할지 등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나중에 스타트업의 시티오(CTO·최고기술경영자)가 되고 싶다. 아이티(IT) 분야를 다루는 팟캐스트가 많지 않은데 이 방송은 고등학생 프로그래머나 여성 프로그래머 특집 등을 다루며 실제 프로그래머의 일과 생활을 자세히 알려줘 좋다.”

김군은 처음에는 팟캐스트 듣는 시간을 아까워했다. 텍스트는 자신이 읽고 싶은 속도로 많은 양을 읽을 수 있는데 방송은 진행자들이 주제와 다른 내용도 이야기하고 정보량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김군은 “완전히 몰입하지 않아도 돼 부담이 덜하다는 점은 팟캐스트의 장점이다. 인상 깊은 말은 들었던 장소나 당시 분위기까지 떠올라 오히려 기억에 잘 남는다”며 “인강을 들을 때처럼 진지할 필요는 없지만 음악을 들을 때보다는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영상을 전공하고 싶은 김진우(안산 강서고 2)군은 팟캐스트를 활용해 관심 분야를 독학한다. 지금은 ‘일산오빠의 실용음악 기초이론’을 듣는 중이다. 음악을 좋아해 작곡을 해보고 싶고, 나중에 영상을 제작할 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화성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혼자 책으로만 배우기엔 어렵고, 학원을 다니려면 시간과 돈이 든다. 이 팟캐스트는 입시 목적이 아니라서 실용음악 기초 이론을 차근차근 알려준다. 내용이 어렵지 않아서 충분히 혼자 공부할 수 있다.”

팟캐스트 ‘잘들논다’ 진행자들이 방송 녹음을 하고 있다. 잘들논다 제공
팟캐스트 ‘잘들논다’ 진행자들이 방송 녹음을 하고 있다. 잘들논다 제공

현재 김군은 학교 선생님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일을 돕고 있다. 이 기술도 학원에 가서 배운 것이 아니라 혼자 자료를 찾아보며 알게 됐다. “팟캐스트 가운데 동영상을 찍어 올린 것을 참고하고 관련 정보도 얻었다. 팟캐스트 중 주제를 벗어나 잡담이 많은 방송도 있는데 이를 잘 걸러서 방송 주제를 보고 내가 필요한 내용만 골라 듣는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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