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지음, 생각의길 펴냄, 2015년
5. 어문계열
많은 사람이 글쓰기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만 문과생, 특히 어문계열 전공자들에게 글쓰기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자 평생을 함께해야 할 동반자입니다. 당장 치르게 될 논술시험부터 시작해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온갖 리포트와 작문 시험들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저의 지난 학기를 예로 들면 6과목 중 4과목에서 중간·기말고사로 논술·작문 시험을 쳤습니다. 또한 영어학과 특성상 영어로 쓴 리포트를 제출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영어 리포트는 영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글쓰기 능력 자체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대학 생활 동안 글쓰기는 여러분에게 가장 큰 무기가 될 수도 있고, 가장 큰 복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논리적 글쓰기의 일반론을 전하는 책입니다. 논리적 글쓰기의 원칙과 글쓰기 훈련 방법, 그리고 글쓰기를 위한 전략적 도서 목록까지, 글깨나 쓰는 유시민 작가가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자세하게 전해줍니다. 첫 번째 챕터인 ‘논증의 미학’은 평소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기 위해서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을 알려줍니다. ‘취향을 두고 논쟁하지 말라’,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라’, ‘주제에 집중하라’ 등 유 작가는 글을 쓸 때 이 원칙들을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합니다. 얼핏 대입 논술처럼 써야 할 것이 정해져 있는 글쓰기에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원칙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논술 시험에서도 이 원칙을 지키지 않아 실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마 적지 않은 분들이 논술 답안을 쓰다가 자신도 모르게 주제에서 벗어난 경험이 있을 겁니다. 저도 논술 준비를 할 때 종종 그런 지적을 받은 적이 있었으니까요.
세 번째 챕터 ‘모국어가 중요하다’에는 외국어 전공 학생들이 주목할 만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짧게 요약하면 통역·번역과 같이 외국어 실력이 가장 중요해 보이는 일들에서도 사실은 모국어가 중요하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물론 외국어 실력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논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 논리력은 모국어를 통해서 습득합니다. 유 작가가 독일에서 유학할 때 이야기입니다.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그의 독일어 실력은 유창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유창(fluent)하지 못한 부러진(broken) 독일어로 쓴 그의 석사 논문은 그 학기 졸업생의 논문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교수들이 집중한 것은 ‘논문이 얼마나 논리적인가’였지 독일어의 유창함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 논문은 그의 한국어 실력을 기반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비단 논문만이 아닙니다. 통역이나 번역도 잘하려면 한국어를 잘해야 합니다. 한국어를 제대로 못 하면 말의 뜻과 느낌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습니다. 외국어로 밥 벌어먹고 살 가능성이 큰 어문 전공자들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챕터는 시험 글쓰기에 대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얼마 뒤 쓰게 될 대입 논술이 대표적이죠. 시험 글쓰기 전에 할 일과 준비 방법, 그리고 시험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다이제스트 책을 소개해 놓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들은 특별부록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논술시험 편>을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글 못 쓰는 문과생은 서럽습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계기로 꾸준히 노력하면서 예전보다 조금은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그런 계기를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정수현(독립언론 외대알리 온라인팀 기자, 한국외대 영어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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