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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6-08-01 20:03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지난달 21일 열린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도널드 트럼프가 무대에 올라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클리블랜드/AP 연합뉴스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지난달 21일 열린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도널드 트럼프가 무대에 올라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클리블랜드/AP 연합뉴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 고립주의’ 불안

11월 실시되는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불안하다. 국제정치와 경제, 안보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이 이번 선거를 통해 자국 이기주의를 앞세운 고립주의로 기울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미국 우선주의'를 선거의 핵심 구호로 내세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앞에서 이끌고 있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도 통상 등의 분야에서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미국의 고립주의 경사는 유럽의 브렉시트와 함께, 자유무역과 미국 중심의 안보체제로 유지돼온 세계질서를 흔들면서 세계적으로 자국 이기주의와 폐쇄주의를 가속할 것이다. 개방경제와 한-미 군사동맹의 틀 속에서 나라를 운영·발전시켜온 우리나라도 매우 거센 도전을 맞이하게 된다. 긴장감을 가지고 크게 움직이는 세계사의 움직임에 능동적,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후보는 21일(현지시각) 공화당 전당대회 수락연설과 20일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해 미국이 맺는 모든 무역협정의 재협상 의지를 밝혔다. 또 동맹국이 비용을 더 분담하지 않을 경우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을 본토로 불러들일 수 있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글로벌리즘이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 즉 아메리카니즘이 우리의 새로운 신조가 될 것”이라고 선언한 뒤, 경제·통상과 군사·안보 양축의 고립주의 정책을 밝혔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정식 후보가 되기 전에도 몇 차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해외 미군 철수를 거론한 바 있지만, 후보 이전과 후보 이후의 발언은 엄연히 무게가 다르다. 더구나 그의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당선되느냐 마느냐를 넘어 이런 트럼프의 정책이 세계화 속의 양극화에 좌절하고 불만을 가진 상당수 미국 시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경제와 안보를 대하는 미국의 토양이 본질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런 큰 흐름에 대한 대책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나 대북 압박 같은 당장의 일에만 매몰되어 있다. 대비를 잘못하다간 자칫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우려되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비해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21일 수락 연설을 통해 천명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많은 우려를 낳는다. 이 정책의 핵심이 기존의 동맹이나 무역질서를 희생하더라도 미국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트럼프가 부당 사례로 꼽은 것 중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포함돼 있다. 그는 민주당 경쟁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지목하며 “그가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지지했다”고 비난했다. 그뿐 아니라 트럼프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무역협정은 체결하지 않을 것이며 재협상을 할 것”이라고 못박기까지 했다.

같은 날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주한미군 주둔 덕분에 한국에서 평화가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주장도 폈다. 한국 측 방위비 분담이 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이 같은 내용은 그간의 무역보호주의와 ‘안보 무임승차론’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대선 출사표와 같은 수락 연설에서 또다시 강조됐다는 점에서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6월 출마 선언을 할 때만 해도 미약했던 트럼프였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과 막상막하일 정도로 그의 인기는 높아졌다. 이 추세라면 당선 가능성은 갈수록 커질 게 분명하다.

물론 트럼프가 되더라도 기존의 무역협정을 깨고 해외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는 일을 쉽게 하긴 어렵다. 같은 당 인사들조차 반대할 게 뻔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주한미군에 대한 분담금 인상 압력이 거세질 것만은 분명하다.

주목해야 할 건 미국 우선주의가 트럼프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화로 피해를 본 저학력·저소득 백인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이번 대선 결과와는 상관없이 계속될 거란 얘기다.

어쨌거나 당선 가능성이 큰데도 트럼프 진영에 대한 우리의 정보 부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국은 트럼프 참모들에 대한 정보 수집과 함께 네트워크 강화에 힘쓸 일이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경제·안보 분야 등 큰 흐름 대책 세워놔야”…중앙 “트럼프쪽 정보수집 및 네트워크 강화해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올해 11월에 실시되는 제45대 미국 대통령선거 공화당 후보로 도널드 트럼프가 선출되었다. 초강대국인 미국의 위상을 고려해볼 때 미국 대선 결과는 향후 세계 체제에 미칠 파장이 매우 클 것이다. 특히 한-미 동맹을 국가 안보의 기본축으로 삼고 있는 우리에게 더욱 큰 의미가 있다. 국내 언론은 일제히 트럼프 선출 소식을 다루었으며, 중앙과 한겨레도 사설을 통해 큰 관심을 보였다. 두 신문 모두 국익의 관점에서 기대감보다는 우려를 표명하였다.

사실 트럼프에 대한 불편한 마음은 우리뿐만이 아니다. 예비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공화당의 전통적 지지자들조차 찬반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주장은 매우 극단적이다. 그는 무슬림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자 이슬람교도의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주장하거나 저소득 백인 보수층이 불법이민자 때문에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여기는 불만에 힘입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치고 불법이민자 추방군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하였다.

예비선거 과정에서 트럼프가 했던 주장 중 우리를 긴장시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미국 산업과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원인이므로 이에 대한 재협상을 천명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획기적으로 올리지 않으면 미군 철수를 할 수 있고 심지어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등이 핵무장하는 것도 막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두 가지 쟁점 모두 철저하게 미국의 이익을 강화하는 조처로서 한겨레와 중앙은 우리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요구는 미국시장 보호를 겨냥하고 있기에 무역장벽이 높아지거나 우리의 무역흑자만큼의 추가 시장개방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모델인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보호무역이 강화될수록 수출 부진에 따른 경기침체를 준비해야 한다. 한편, 군사 안보에 영향을 미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경우 트럼프는 한국에 분담이 아닌 전액을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제9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2014)에 따라 50%인 9320억원(2015)을 부담하고 있다. 이 액수는 1073억원(1991)을 지급한 첫 분담금을 기준으로 볼 때 매우 빠르게 증가한 액수다. 일본이 우리보다 5배가 넘는 분담금을 내지만, 국내총생산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가 더 많은 분담금을 지출한다. 트럼프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우리는 매해 2조원의 분담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미군 철수의 압박 속에서도 한-미 간의 차기 분담금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을 예고한다. 만약 미군 철수 및 일본과 한국의 핵무장까지 현실화된다면 동북아 지역의 군비경쟁과 정세 불안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따라서 중앙과 한겨레는 공통적으로 트럼프 현상을 분석한 뒤 시급한 대책을 촉구하였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구체적 주문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중앙은 트럼프 진영에 대한 정보 수집과 네트워크 구축을 촉구한 반면, 한겨레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나 대북 압박 등의 현안에 매몰되지 말고 미국의 경제, 군사, 외교 전략의 변화 가능성에 따른 장기적 안목을 갖추라고 요구하였다. 중앙이 미시적이고 전술적인 대응을 요구했다면, 한겨레는 거시적이고 전략적인 대비를 요청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중앙이 트럼프 진영의 참모들에 대한 정보 수집과 네트워크 구축을 주문한 배경에는 트럼프의 외교안보팀에 대해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다는 데서 기인한다. 트럼프의 외교안보팀에는 상원의원 제프 세션스를 중심으로 육군 중장 출신 키스 켈로그, 민간 군사기업 임원 출신의 조지프 슈미츠 등이 활동하고 있다. 언론에서는 한-미 관계에 대한 트럼프의 선동적 발언에 대해 미숙한 외교안보팀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한다. 우리로서는 트럼프의 주장이 선거 승리를 위한 말장난인지 아니면 구체적 비전과 정책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와 판단이 시급하다. 그래서 중앙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에 초점을 두었다. 향후 미국의 요구에 대한 정부의 협상력을 높이려면 현재 잘 알려지지 않은 트럼프 참모진과의 네트워크를 우선적으로 구축하라는 조언이 그것이다.

반면, 한겨레는 좀더 근본적인 전략 수립을 주문한다. 트럼프 현상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백인 보수층의 분노를 반영한 것이라면, 트럼프가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트럼프 현상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한-미 관계는 경제적으로는 개방경제에, 외교·군사적으로는 개입주의에 기반한 관계였다. 남북의 분단 상태에서 4대 강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정책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향후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경제적 보호무역주의와 외교·군사적 고립주의가 강화될 경우 한-미 관계의 판을 새롭게 짜야 할 것이다. 한겨레가 미국 사회와 정치의 변화에 따른 경제, 외교, 군사 정책의 장기 비전의 수립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추천 도서]

미국, 불안한 제국

자크 포르트 지음, 변광배 옮김, 현실문화 펴냄, 2012년

이 책은 20세기에 미국이 초강대국이 된 과정에서 달러나 군사력 외에 대량소비 생활 방식이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통한 미국 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밝힌다. 그리고 오늘날 탈정치화와 인종갈등이 가져온 미국의 현재 위기 현상도 잘 설명하고 있다.


[추천 도서]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

안병진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2016년

이 책은 ‘건국 이후 첫 주류 교체와 미국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현재 미국 대통령선거를 문명 패러다임의 이행기라는 장기적 안목으로 바라보자고 주장한다. 미국 사회의 주류였던 백인 중심에서 밀레니엄 세대와 다인종 연합 세력으로 주체의 전환을, 제조업 문명에서 생태 문명으로의 문명사적 전환을 강조하는 점이 흥미롭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고립주의와 개입주의

미국의 대외정책은 고립주의와 개입주의를 반복해왔다. 초기 미국은 종교적 박해와 가난으로부터 종교적 자유와 풍요를 꿈꾸었던 이주민으로 구성되었고,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전쟁을 치르기도 하였기에 고립주의 외교정책을 선호하였다. 특히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는 유럽 열강 사이의 세력다툼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불간섭 노선을 천명하였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은 고립주의만으로는 미국만의 평화가 유지될 수 없다는 판단하에 공산권으로부터 자유진영을 지키는 세계경찰을 자임하면서 세계의 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였다. 미국의 개입주의 노선은 달러를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체계와 막대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추진되었다. 이는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성장시켜준 원동력이 되었지만 내부적인 문제도 만들었다. 그 하나는 세계의 시장 역할을 맡아 발생한 무역적자이고, 다른 하나는 막대한 군비 지출에 따른 재정적자이다.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든 요인이 스스로 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무역적자의 증가로 미국 내 전통 제조업은 경쟁력 하락을 겪었고, 해당 직업에 종사했던 백인들의 불안정이 누적되었다. 미국의 보수파는 이 불만의 원인을 경제적으로는 신규 이민자들에게서, 군사적으로는 이슬람 테러리스트에게서 찾는다. 이것이 도널드 트럼프가 개입주의 전략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고립주의를 강조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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