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지난달 21일 열린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도널드 트럼프가 무대에 올라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클리블랜드/AP 연합뉴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교사, 숭실대 철학과 겸임교수)
[한겨레 사설]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 고립주의’ 불안
11월 실시되는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불안하다. 국제정치와 경제, 안보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이 이번 선거를 통해 자국 이기주의를 앞세운 고립주의로 기울 가능성이 매우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미국 우선주의'를 선거의 핵심 구호로 내세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앞에서 이끌고 있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도 통상 등의 분야에서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미국의 고립주의 경사는 유럽의 브렉시트와 함께, 자유무역과 미국 중심의 안보체제로 유지돼온 세계질서를 흔들면서 세계적으로 자국 이기주의와 폐쇄주의를 가속할 것이다. 개방경제와 한-미 군사동맹의 틀 속에서 나라를 운영·발전시켜온 우리나라도 매우 거센 도전을 맞이하게 된다. 긴장감을 가지고 크게 움직이는 세계사의 움직임에 능동적,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후보는 21일(현지시각) 공화당 전당대회 수락연설과 20일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해 미국이 맺는 모든 무역협정의 재협상 의지를 밝혔다. 또 동맹국이 비용을 더 분담하지 않을 경우 해외에 주둔하는 미군을 본토로 불러들일 수 있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다. 그는 수락연설에서 “글로벌리즘이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 즉 아메리카니즘이 우리의 새로운 신조가 될 것”이라고 선언한 뒤, 경제·통상과 군사·안보 양축의 고립주의 정책을 밝혔다.
트럼프는 공화당의 정식 후보가 되기 전에도 몇 차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해외 미군 철수를 거론한 바 있지만, 후보 이전과 후보 이후의 발언은 엄연히 무게가 다르다. 더구나 그의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당선되느냐 마느냐를 넘어 이런 트럼프의 정책이 세계화 속의 양극화에 좌절하고 불만을 가진 상당수 미국 시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경제와 안보를 대하는 미국의 토양이 본질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런 큰 흐름에 대한 대책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나 대북 압박 같은 당장의 일에만 매몰되어 있다. 대비를 잘못하다간 자칫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기 바란다.
[중앙일보 사설] 우려되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비해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21일 수락 연설을 통해 천명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많은 우려를 낳는다. 이 정책의 핵심이 기존의 동맹이나 무역질서를 희생하더라도 미국의 이익을 챙기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트럼프가 부당 사례로 꼽은 것 중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포함돼 있다. 그는 민주당 경쟁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지목하며 “그가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지지했다”고 비난했다. 그뿐 아니라 트럼프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무역협정은 체결하지 않을 것이며 재협상을 할 것”이라고 못박기까지 했다.
같은 날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주한미군 주둔 덕분에 한국에서 평화가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주장도 폈다. 한국 측 방위비 분담이 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시키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이 같은 내용은 그간의 무역보호주의와 ‘안보 무임승차론’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대선 출사표와 같은 수락 연설에서 또다시 강조됐다는 점에서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6월 출마 선언을 할 때만 해도 미약했던 트럼프였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과 막상막하일 정도로 그의 인기는 높아졌다. 이 추세라면 당선 가능성은 갈수록 커질 게 분명하다.
물론 트럼프가 되더라도 기존의 무역협정을 깨고 해외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는 일을 쉽게 하긴 어렵다. 같은 당 인사들조차 반대할 게 뻔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와 주한미군에 대한 분담금 인상 압력이 거세질 것만은 분명하다.
주목해야 할 건 미국 우선주의가 트럼프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화로 피해를 본 저학력·저소득 백인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다. 이번 대선 결과와는 상관없이 계속될 거란 얘기다.
어쨌거나 당선 가능성이 큰데도 트럼프 진영에 대한 우리의 정보 부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당국은 트럼프 참모들에 대한 정보 수집과 함께 네트워크 강화에 힘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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