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이 뭘 배우는 거냐고 하면 배우는 사람도 뭘 배우는지 대답을 못한다는 농담이 있습니다. 그만큼 남에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이야기인데요. 사실 사회과학은 종종 ‘잉여’ 취급을 당합니다. 여러 학교에서 취업률이 낮고 돈이 안 된다며 지원이나 정원을 줄이거나, 심지어는 폐과 위협을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왜 사회과학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일단 ‘배울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할 것 같습니다. 에밀 뒤르켐이 <자살론>을 통해 “자살의 원인이 개인적인 것이 아닌 사회에 있다”는 말을 던진 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사회가 부각되기 시작했고, 그것을 분석하는 학문으로서 사회과학이 등장했습니다. 기존에는, 아니 사실 지금도 “자살은 실패한 이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싸늘한 시선이 팽배하고, 카를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노동자 계급’ 또한 성공하지 못한 이들로 보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습니다. ‘노오력’을 하지 않은 2등 시민, 즉 ‘잉여’인 것이지요. 흔히 말하는 비명문대생이나 알바 노동자, 이주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다른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보는 시선도 별다를 바 없습니다.
사회과학은 ‘잉여들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엘리트들만이 아니라 잉여인간들이 모인 이 사회를 분석하고, 이곳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문제들의 원인을 파악하고, 결과를 예측하거나 해석해 나갑니다. 사회가 완벽하게 짜여 있었다면 이런 분석이 필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회란 것은 완벽하지 않고, 잉여는 늘 존재해왔기 때문에 이런 분석이 필요했을 겁니다.
마침 이 책의 부제는 ‘남아도는 인생들을 위한 사회학’입니다. 이 책은 특히 사회적으로 남아도는 존재로 취급받는 잉여들의 탄생-부각-행동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누군가는 지금 현재를 역사가 종언을 고한 시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 시대에 태어난 잉여들은 역설적으로 살아남는 것에 목숨을 걸게 됐습니다. 그리고 민주화와 같은 사회 변혁들을 이룬 세대는 이른바 ‘꼰대’로 불리는 기성세대가 됐고요.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넷우익이나 한국의 디시인사이드 혹은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같은 것들이 - 이른바 ‘민주화’ 당한 채 주어진 - 기성 세계에 대한 저항 비슷한 것으로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생존에 대한 불안과 함께 성장했다고 봐도 될 겁니다.
‘잉여’들한테는 자기표현 욕구가 있습니다. 물론 디시인사이드나 일베 등에서 분출되는 공격적인 콘텐츠 또한 (그것의 정당성 따위는 차치하고) 그 욕구 분출의 일부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힘은 사회적인 유행을 만들기도 하고, 더 큰 힘이 되어 뭔가를 변혁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합니다. 촛불시위도, 세월호 추모 집회도, 강남역 10번 출구 추모 행렬도 그 힘이 모여 일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잉여는 곧 ‘가능성’을 뜻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우리들은 잉여다. 그리고 우리들은 가능성이다”라는 말을 합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잉여’는 ‘창조의 잠재력을 지닌 가능성’이라는 것입니다.
제가 사회과학을 전공하는 이유는 이 학문이 ‘가능성 있는 잉여들의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사회과학 책 가운데 <잉여사회>를 추천하는 이유는 사회과학이 ‘사회 교과서나 사회탐구 과목 밖에 있는 것들(이 책에서 다룬 ‘잉여’처럼)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기 때문’이고요. 교과서 밖에 있는 존재인 ‘잉여’들은 결국 사회를 움직이는 주체적 가능성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합니다.
장성렬(독립언론 회대알리 사진팀장, 성공회대 사회과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