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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미래의 에디슨, 영재학교서만 나오는 거 아닙니다

등록 2016-07-19 09:50수정 2016-07-19 09:59

발명교육이 궁금해
지난 12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심사위원에게 자신의 발명품을 설명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지난 12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심사위원에게 자신의 발명품을 설명하고 있다. 국립중앙과학관 제공
“티브이에서 미세먼지 관련 뉴스를 본 뒤 실내에서 청소나 요리를 하고 제대로 환기를 못 시켜 답답했어요.”

이수민(서울 윤중중 2)양은 평소 생활 속 문제점을 놓고 쌍둥이 동생과 이야기하며 경쟁적으로 발명 아이디어를 내왔다. 가끔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을 보면서 ‘난 이런 생각을 왜 못했을까’ 안타까워하거나 ‘나도 전에 저 생각 했었다’며 잘난 척하기도 했다.

이양은 과학을 주제로 탐구하는 데 흥미를 느껴 초등 4학년 때부터 과학대회에 꾸준히 참가했다. 지난주에는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 나갔다. “전부터 느꼈던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를 친환경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우연히 학교 급식실이나 가게 문 위쪽에 설치된 에어커튼(건물 출입구 등에 두꺼운 공기 흐름을 만들어 외부의 공기와 차단함으로써 열의 손실 및 먼지·가스 등의 침입을 방지하는 설비)을 보고 창문에 달아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이양은 에어커튼의 바람 발생 장치와 직접 만든 구조물을 이중창 사이에 설치해 실외 미세먼지는 유입되지 않고 실내 미세먼지는 배출되는 창문을 만들었다.

방학을 맞아 발명 관련 대회나 체험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흔히 발명이나 과학탐구는 영재나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발명은 생활 속 불편함이나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발명교육은 창의적 문제해결 과정이나 학습자 중심의 사고력을 길러주고 지식재산권 등에 대해서도 배울 기회를 준다.

방학철 발명대회·교육 프로그램 늘어
평소 생활속 불편함 지나치지 말고
어떻게 개선해볼까 이야기 나누면
엉뚱한 아이디어 발명으로 이어지기도

관련 경험, 느낀 점과 과정 위주로
자소서에 녹이는 것도 가능해
영재학교 외 교육받을 곳도 많아

새로운 ‘물건’보다 새로운 ‘생각’이 중요

36년째 발명교육을 해온 안정선 교장(사당중)은 현재 ‘내일은 우리의 발명으로’라는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학생들과 점심시간 틈틈이 만나고 있다. 기존 발명대회 출품작을 놓고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평가하고 아이디어를 덧붙이는 식이다.

“발명은 무조건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거나 기존 발명품을 보고 단순 모방이나 답습을 하는 게 아니라 나름대로 생각을 덧붙여서 수정·보완·개발해 나가는 것이다.”

안 교장이 학생들과 발명교육을 하는 이유는 ‘새 생각’을 열어주기 위함이다. 학생들이 새로운 발상을 시도하며 창의성을 끌어내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교육과정에는 발명 교과가 따로 없다. 기술·가정 교과 안의 발명 단원이 전부다. 대학에서 하는 영재원도 소수 인원을 선발해 기준이 까다롭고 많은 학생이 참여하기 힘들다. 안 교장은 “발명은 어려운 게 아니다. 교내에서 뜻있는 학생들이 모여 생활 속 불편함을 찾은 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 말고 직접 개선하는 노력을 해보라”고 말했다.

‘발명 십계명’ 등으로 핵심 내용 익히기도

발명교육의 핵심을 익히는 기법 가운데 ‘발명 십계명’과 ‘트리즈 기법’은 널리 알려져 있다. 왕연중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장이 만든 발명 십계명은 발명가들의 성공사례를 분석해 공통 핵심 10가지를 뽑아낸 것이다. 목걸이시계는 물건과 물건을 ‘더해’, 추 없는 시계는 ‘빼기를 해’, 구부러진 물파스는 ‘모양을 바꿔’ 새로운 것을 만든 예다.

왕 소장은 “발명이란 한마디로 좀 더 아름답게, 좀 더 편리하게”라고 했다. “기술적으로 보면 특허·실용신안·디자인·상표 등을 아울러 산업재산권이라고 부른다. 이 가운데 디자인은 모양이나 색깔, 형상 등 겉으로 보기에 아름다운 것을 말하고, 특허나 실용신안은 제조방법이나 쓰임새 등이 편리한 것을 뜻한다.”

그는 “아름다움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므로 발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아이와 특정 물건을 놓고 ‘더하기, 빼기, 용도 바꾸기, 재료 바꾸기’ 등 십계명을 대입해보라”고 했다.

발명교육에서 창의적 문제해결을 끌어내는 데 많이 쓰이는 트리즈 기법은 ‘이론·해결·발명·문제’를 의미하는 러시아어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관성화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으로 보려는 시도다. 이 기법을 제창한 겐리흐 알트슐레르는 과거 수백만건의 특허를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 분석한 뒤 일정한 특징을 발견했다. 이렇게 뽑아낸 원리는 ‘핵심만 뽑아라’ ‘다르게 생각해보라’,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을 합쳐보라’는 것 등이다.

가령, 흔히 칼은 단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무용품인 커터칼의 날은 쪼갤 수 있다. 칼날은 딱딱해서 쪼갤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어 낡은 칼날을 갈지 않고 쪼개서 버린 뒤 항상 날카로운 새 칼날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발명 관련 활동 경력, 진학에도 의미 있어

일반적으로 학교생활기록부에 교외대회 명칭이나 수상 내용은 기재할 수 없다. 하지만 학교장이 승인한 경우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에 일부 활동 내용을 녹일 수는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과학 관련 대회나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는 높은 편이다.

아이가 과학영재학교 입시를 치렀던 한 학부모는 “수상 경력을 직접 쓸 수는 없지만 특허 여부나 대회 경험이 분명 영향은 미친다. 보통 초등학교 5학년 때 나가는 과학탐구대회를 4학년 때부터 팀을 꾸려 준비하는데 사교육업체 선생님을 붙여 팀당 300만~500만원이 든다고 하더라”고 했다.

자소서에 교외활동 경험을 언급해도 되는 경우도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센터 한 상담가는 “가령, 과학발명품대회는 쓰면 안 되지만 학교장 승인을 받아 참가한 대학의 전공 캠프는 쓸 수 있다”며 “이때 단순히 ‘대회에 참가했다’보다 어떤 주제로 탐구활동을 했고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준오 과학교사(서울 윤중중)는 “교내대회 심사를 할 때, 사교육의 도움을 받은 중학 수준을 벗어나는 산출물을 걸러내기 위해 교사 넷이 번갈아 채점한다”며 “(수상 경력이) 입시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겠지만 그보다 본인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성취감과 다른 학생의 탐구 주제나 발표를 견주어보며 경험을 쌓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특성화고·발명선도대학 등 교육 기회 늘어

영재교육센터나 과학영재학교에 가야만 발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전국 교육지원청 산하 196개 발명교육센터에서 영재반은 물론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한 발명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고등학교의 경우 광주자연과학고, 삼일공고, 계산공고 등 발명·특허 특성화고도 6곳이 있다.

대학에서도 발명이나 특허 관련 학과를 운영하는 곳이 있다. 경기대 지식재산학과, 영동대 발명특허학과가 있으며 인하대 아태물류학과와 국제통상학과에서도 지식재산권 관련 공부를 할 수 있다. 이밖에 특허청의 지원을 받아 발명 관련 학과에서 발명을 필수로 가르치는 발명선도대학도 전국에 15개 있다.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입학 전 학교 누리집이나 상담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가르치는지 알아보는 게 좋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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