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밴들 미8군 사령관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 사설] 격해지는 중·러의 반발, 정부의 안이한 대응
우리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기로 한 결정의 가장 큰 문제는 북핵 해결을 두고 ‘북한-한·미·일·중·러’의 대결로 되어 있던 동북아 지역 구도를 일거에 ‘한·미·일-북·중·러’의 신냉전 체제로 전화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핵 문제에 대한 해결 전망은 멀어지고, 한반도가 양대 적대세력의 군비경쟁 내지 대결의 소용돌이로 말려들어갈 위험은 커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중·러에 사전 통보를 했다는 사실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자위 차원의 결정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중·러의 반발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외교·안보 당국은 인제야 주변국의 반발을 달랠 방안을 찾는다고 뒷북을 치고 있다. 이렇듯 근래 들어 최대의 외교·안보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이런 사태 전개에 가장 책임이 큰 대통령은 불안해하는 국민에게 한마디 설명조차 없다. 객관적인 안보 상황도 위기이지만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당국의 무책임한 자세가 더욱 위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9일 사드 배치에 대해 “그 어떤 변명도 무기력하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설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꼭 집어 “한국 친구들이 사드 배치가 진정으로 한국의 안전, 반도의 평화안정 실현, 반도의 핵 문제 해결에 유리하고 도움이 되는가를 냉정하게 생각하기 바란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원하는 북핵 해결과 관련한 중국의 협조를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로 들린다. 중국 국방부도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위해 필요한 군사 조처를 고려할 것이란 담화를 발표했다. 이는 모두 중국 외교부가 즉각 밝혔던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의 후속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중국의 매체들은 우리나라에 대한 정치·경제적 보복을 할 것을 주문하는 등, 한-중 관계가 급속하게 악화할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도 사드 배치를 아태 지역의 전략적 균형의 파괴로 바라보면서 군사적 대응 조처와 함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접근 태도를 바꿀 것을 강하게 내비쳤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중·러와의 정치적인 긴장이 필연적으로 경제 등의 민간 분야로 옮겨 가게 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출의 26%, 수입의 20.7%를 차지하는 중국의 작은 움직임에도 우리 경제는 엄청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의 위급성에 견줘 우리 정부의 태도는 너무 안이하다. 그동안 사드 배치에 대비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중·러를 설득해온 것도 아니고, 배치 결정 이후 특사 등을 파견해 적극적으로 설명하려는 자세도 찾아볼 수 없다. 무엇보다 이 모든 일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외교·안보 무능 정권’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앙일보 사설] 사드 배치 확정…정교한 관리로 부작용 최소화해야
한·미가 8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주한미군 배치를 확정했다. 정부는 그동안 사드의 실전 효용성 논란과 주변국의 반발을 고려해 도입 여부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 1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아랑곳없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여섯 차례나 발사하며 핵 능력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사드 도입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됐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이제 사드 도입이 확정된 만큼 배치 과정에서의 부작용과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할 치밀하고 종합적인 접근이 절실하다.
우선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불식하는 것이 급선무다. 두 나라는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사드 도입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되는 신호탄으로 의심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정부는 지난해 사드 도입 논란이 불거지자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며 부인으로 일관하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기다렸다는 듯 미국과 도입 협상을 개시했다. 그 뒤 넉 달 만에 배치 결정이 내려졌다. 이런 전광석화 같은 결정 과정을 보면 한·미가 미리 답을 정해놓고 발표 시점만 조율해 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런 만큼 한·미는 사드의 용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오직 북한 핵 미사일에 대해서만 운용하고 제3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발표를 엄수해야 한다. 사드가 자위의 수단을 넘어 동북아 지형을 뒤흔드는 군사적 위협으로 기능하지 않도록 관리에 만전을 기해 중국·러시아의 의혹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사드가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구도를 재연해 한반도를 신냉전의 최전선에 몰아넣고, 북핵 협상이나 남북대화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는 상황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무기에 무기로만 대응하면 문제를 풀 수 없다. 적절한 시기에 핵 동결을 목표로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
사드 배치 비용과 부지 선정에도 정교한 접근이 요구된다. 사드 배치에 드는 돈은 미국이 부담하고 한국은 부지만 제공한다지만 미군의 첨단 전략무기가 들어오는 만큼 방위비 분담금 인상 등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부담이 추가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부지 선정 역시 사드 레이더 전자파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한·미는 이런 우려들을 확실히 해소할 방안부터 확정한 뒤 배치를 추진해야 한다.
야당과 지역사회의 전향적 대응도 절실하다. 군사적 자위 수단인 사드를 이념이나 정쟁의 차원에서 막무가내로 반대한다면 남남갈등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안보에 구멍이 뚫리는 결과만 빚을 뿐이다. 배치 후보지인 칠곡·음성 등지에서 자치단체장과 해당 지역 국회의원까지 가세해 ‘저지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주민들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안보 현안을 둘러싼 지역이기주의는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수도 있는 만큼 대승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사드가 배치될 지역 주민의 안전과 불이익 구제를 위한 정부의 확실한 대책이 선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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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사드(THAAD) 사드(THAAD)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뜻한다. 패트리엇 등의 방어 미사일은 요격 고도가 10~20킬로미터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더 높은 고도에서 핵무기가 폭발할 경우 대응이 어렵다. 반면, 사드는 성층권 이상에서 미사일을 격파하기에 더 확실하게 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 사드가 100킬로미터 이상의 고도에서 미사일을 막고, 마지막으로 패트리엇이 낮은 고도에서 다시 한번 요격하는 식이다. 주한미군은 2014년부터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을 우려하여 사드 배치를 미루며 ‘전략적 모호함’을 유지해왔다. 사드 포대의 미국 외 지역 배치는 한반도가 처음이다. 하지만 사드를 이루는 조기경보 레이더(AN/TPY-2)는 이스라엘과 터키, 일본에도 설치되어 있다. 이들 나라에 있는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2000킬로미터에 이른다. 하지만 주한미군에 배치될 레이더는 ‘사격 통제용’으로 탐지거리는 600~800킬로미터에 그친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북한의 미사일을 막는 데 목적이 있을 뿐,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하지는 않는다고 주변 국가들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아예 해명을 듣기조차 거부하고 있다. 왕이 외교부장은 “그 어떤 변명도 무기력하다”고 강하게 비판했으며, 러시아 또한 사드 배치를 아태 지역의 전략적 균형의 파괴로 간주하고 있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사드 배치 지역 등을 놓고 갈등이 점차 불거지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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