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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꽃 같은 아이들, 꽃나무 표정 보며 하하

등록 2016-07-13 11:12수정 2018-10-05 17:11

갈현어린이집 꽃나무놀이 수업

해바라기 보고 외할아버지 떠올리고
요건 아기꽃 조건 엄마꽃, 아빠꽃…

질문도 쏟아진다
먹는 열매인지, 꽃 지면 다시 나는지…

착한 친구 귀여운 친구 튼튼한 친구
꽃으로 표현하니 개성 만점 꽃밭

예쁘게 꽂는 건 중요하지 않아
무한상상으로 교감하고 소통

생물학적 지식 넘어 예술·심리적 접근
서로 다른 사람끼리 모여 하나되듯
6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로 시립 갈현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꽃나무놀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수업은 한국여정정책연구원이 위탁해 꽃예술학회 소속 교수들이 계발한 꽃나무놀이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어린이집 7세 반 아이들과 함께 해보는 자리. 우리 주변의 꽃과 나무를 관찰하고 꽃의 표정이나 이미지를 인간의 희로애락의 감정에 비유해 소통 능력을 증진시키는 교육 과정이다. 과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6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중앙로 시립 갈현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꽃나무놀이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수업은 한국여정정책연구원이 위탁해 꽃예술학회 소속 교수들이 계발한 꽃나무놀이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어린이집 7세 반 아이들과 함께 해보는 자리. 우리 주변의 꽃과 나무를 관찰하고 꽃의 표정이나 이미지를 인간의 희로애락의 감정에 비유해 소통 능력을 증진시키는 교육 과정이다. 과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우리 아기들~ 오늘 할머니 친구가 꽃을 들고 왔어요. 이게 무슨 꽃일까요?”

“우리 할머니는 나를 강아지라고 하는데!”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존재가 아이들이다. “무슨 꽃일까?”라고 묻는데, 한 아이가 ‘우리 아기들’라는 말에 대꾸하니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깔깔깔 웃는다. 꽃을 든 선생님도 미소를 지으며 수업을 이어갔다. 지난 6일 오후 3시 경기도 과천시 중앙로 시립 갈현어린이집에서 이색 수업이 열렸다. 7살 사뿐이반 15명을 대상으로 꽃나무놀이 인성교육 시범 수업이 열렸다.

이날 꽃나무놀이 수업 주제는 ‘내 짝꿍 칭찬하기’였다. 수업을 이끈 김혜자 전 서원대 화예디자인학과 교수(현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강사)는 여름 꽃인 해바라기와 금사매(하이베리쿰) 열매를 준비해 왔다. 꽃나무놀이 인성교육에서는 꽃과 나무의 표정과 이미지를 관찰하고 그 느낌을 사람의 감정과 연계해 의인화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정으로 본다. 50분 동안 진행된 수업은 꽃과의 만남, 꽃 표정과 이미지 감상, 내 마음 꽃으로 표현하기, 학습정리와 평가라는 4단계로 진행된다.

김 강사는 먼저 해바라기와 금사매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해주었다.

“친구들~ 오늘 선생님이 이렇게 다양한 해바라기꽃을 가져왔어요. 같은 꽃이지만 모양도 색깔도 정말 다르지요?”

“네~ 저것은 연한 노란색, 이것은 진한 노란색이에요.”

“맞아요. 이 해바라기는 꼭 할머니·할아버지처럼 생겼네요. 요렇게 작은 꽃은 아기인가? 어때요?”

“하하. 맞아요. 아기꽃이에요~ 아기꽃! 이것은 엄마꽃! 이것은 아빠꽃!”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도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꽃을 의인화해서 접근했다. 어떤 아이는 고개를 숙인 해바라기를 가리키며 “꼭 우리 외할아버지 같아요”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해바라기는 7~8월에 피는 여름 꽃이고, 꽃이 해를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해바라기’라는 이름이 붙었고 기다림이라는 꽃말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엔 임금님을 해로 표현했기 때문에, 충성스러운 신하라는 꽃말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설명을 들었다.

김혜자 서원대 강사가 여름꽃인 해바라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과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혜자 서원대 강사가 여름꽃인 해바라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과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또 다른 친구인 나비 모형도

아이들은 익히 알고 있는 해바라기보다 작고 앙증맞은 선홍빛 금사매 열매에 더 관심을 보였다.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선생님, 이 열매는 먹는 거예요?” “이건 죽은 거예요? 살아 있는 거예요?” “살아 있는데 왜 뿌리가 없어요?” “햇빛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꽃이 지면 다시 나요?” “(열매가) 지면 꽃이 돼요?”

선생님은 쏟아지는 질문을 반 친구들과 공유하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꽃을 꺾으면 죽는다고 생각했는데, 꽃이 살아 있고 꽃그릇에 꽂고 물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마냥 좋아했다. “비가 오면 (꽃에게) 좋겠다”고 하는 아이도, “흙이 필요하지 않냐?”고 물어보는 아이도 있었다. “느낌이 너무 좋다”, “꽃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것은 처음”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수업 내내 아이들은 하하호호 웃었고, 새처럼 재잘거렸다.

꽃 표정과 이미지를 감상한 뒤 표현하기 단계로 들어갔다. 선생님은 ‘잘해요’ ‘착해요’ ‘차분해요’ ‘귀여워요’ ‘튼튼해요’ ‘고마워요’ ‘깨끗해요’ 등등 친구를 칭찬하는 말들이 적힌 카드를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그리고 각자 칭찬하고 싶은 친구를 생각하며 칭찬하는 말 카드를 고르도록 했다. 친구와 칭찬하는 말들을 생각하며 꽃으로 꾸미기 놀이를 했다. 귀여운 친구를 생각하며 꽃 장식을 하고, 튼튼한 친구를 꽃으로 표현하고, 아이들의 태도는 다양했다. 저마다 다른 꽃을 고르고, 다른 꽃 모양을 만들었다.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아이들이 꽃을 꽂는데도 화분은 아름다웠고 개성이 넘쳤다. 화분을 만들고 칭찬하는 말별로 모이니 큰 꽃밭, 작은 꽃밭이 만들어졌다. ‘또 다른 친구’인 모형 나비도 설치했다.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모여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듯, 서로 다른 꽃들과 나비가 모여 예쁜 꽃밭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아이들은 친구들을 칭찬하는 말들을 해보니 “좋아요” “마음이 따뜻해져요”라고 감정을 표현했다.

한 아이가 꽃그릇에 해바라기와 금사매로 꽃꾸미기를 완성한 뒤 모형 나비를 설치하고 있다. 과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 아이가 꽃그릇에 해바라기와 금사매로 꽃꾸미기를 완성한 뒤 모형 나비를 설치하고 있다. 과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생태교육·꽃꽂이예술과 결 달라

꽃나무놀이 인성교육은 꽃과 나무의 표정과 이미지를 읽으며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마음을 갖도록 하는 교육이다. 꽃과 나무의 자연성, 물과 햇빛을 받으며 호흡하는 생명성, 피고 지는 시한성 등 꽃과 나무의 성질은 인간과 많이 닮았다. 인간을 닮은 꽃과 나무의 다양한 표정과 이미지를 인간의 표정, 이미지와 연계해 아이가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이가 자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독려해 궁극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증진시키고 자기 표현력도 높인다. 꽃나무놀이 교육의 철학이다.

꽃나무놀이는 자연친화적인 생태교육과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르다. 또 꽃꽂이 예술을 응용했지만 유아 교육 및 인성 교육과 접목했다는 점에서 꽃꽂이 예술과도 다르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여성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한국꽃예술학회에 연구를 위탁해 계발됐다. 현재 한국방송통신대 프라임 칼리지에서 꽃나무놀이 인성교육사 취득 준비 과정이 개설돼 운영중이다. 단순히 꽃 이름이나 나무에 대한 생물학적 지식 차원으로만 접근하는 게 아니라, 예술적·심리적으로 꽃과 나무에 다가설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나 교사들이 참고할 만하다. 책임연구자였던 정연순 한국꽃예술학회 명예이사장은 “같은 종류의 꽃이라도 꽃마다 다양한 표정과 이미지를 갖고 있고, 나무의 줄기나 가지 등 선을 보면 동일한 것이 하나도 없다”며 “아이들이 사물을 자신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그것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창의성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꽃은 꽂으면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일본의 유명한 꽃 조형학자 데시가하라 소후의 말처럼, 작품 속의 꽃에서 꽃을 꽂는 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꽃나무 놀이에서 꽃을 예쁘게 꽂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형식이나 목적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들이 마음껏 자기 감정을 드러내 꽃과 나무로 표현하며 소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꽃 하나를 골라도 아이들마다 다른 꽃을 고른다. 꽃을 꽂아도 아이들마다 다른 방향으로 다른 느낌으로 꽂는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꽃나무놀이를 즐긴다. 과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꽃 하나를 골라도 아이들마다 다른 꽃을 고른다. 꽃을 꽂아도 아이들마다 다른 방향으로 다른 느낌으로 꽂는다. 아이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꽃나무놀이를 즐긴다. 과천/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보는 대상에서 직접 만지니 집중

꽃과 나무는 산과 들, 숲에 나가 보면 되지 굳이 이렇게 실내로 들여와서 놀이를 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김혜자 강사는 이런 질문에 “우리 조상들도 밖에 나가 대자연을 즐기면서도 산수화를 그리고, 마당에 꽃이나 나무를 심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을 집으로 들여와 가까이했다”고 말했다. 김 강사는 “숲이나 산, 꽃밭에 아이들과 자주 가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바쁜 현대 생활에서 이렇게 자연을 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꽃과 나무의 표정을 살피는 것도 좋은 교육”이라고 말했다. 시범 수업 내내 아이들의 반응을 살펴본 정다은 보육교사는 “아이들에게 꽃은 항상 지나가면서 보는 대상이었는데, 만지면서 자세히 관찰하니 아이들이 집중한다”며 “꽃과 나무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과천/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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