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8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노동당 제7차 대회 이틀째 날 행사가 계속되었다며 이 사진을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6월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새 국가기구인 국무위원회 위원장에도 추대됐다. 연합뉴스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한겨레 사설] ‘김정은 체제’ 완성한 북한, 핵 문제부터 풀어야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방위원회를 대체하는 새 최고 국가기구인 국무위원회의 위원장이 됐다. 지난 5월 7차 노동당 대회에서 본격적인 ‘김정은 체제’를 만든 데 이어 국가기구 차원에서 체제 구축을 마무리한 것이다. 김일성·김정일 집권기에 못잖은 김정은 유일 체제다.
새 체제는 선군 체제로 불리던 김정일 체제와 달리 경제와 외교·통일도 강조한다. 3명의 국무위 부위원장 가운데 한 자리를 경제 책임자인 박봉주 내각 총리가 차지했고,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 국제담당 부위원장과 김영철 대남담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이 모두 8명의 국무위원에 포함됐다. 당 통일전선부의 외곽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없애고 ‘공화국 조국평화통일위원회’라는 국가기구를 둔 것은 남북관계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무위원회 구성원이 모두 당 요직을 겸한 만큼 국무위원회는 명실상부한 국가 지도부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정상화’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핵 역량 강화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를 갖는다. 단적으로 말해 비핵화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다면 북한이 경제와 외교·남북관계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물론 북한은 앞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적 행동을 자제하고 대외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체제가 성공적으로 구축됐다고 판단한다면, 북한 지도부가 대외 대결을 앞세워 내부 결속을 꾀해야 할 필요성도 줄어들게 된다.
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면 어떤 형태로든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 관련국들은 제재 일변도에서 벗어나 유연한 모습을 보이고 북한은 비핵화 원칙에 동의해야 한다. 불신이 심해 모든 것을 한꺼번에 풀기는 어려우므로 핵 동결 등의 중간 목표를 설정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전향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대북 제재·압박 강화에 모든 것을 다 건 지금과 같은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북한 체제는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이후 몇 해 동안의 재편기를 거쳐 심각한 국제 고립 속에서도 상대적 안정기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 관련국들은 이런 현실을 인정하고 평화적인 핵 문제 해결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 지도부가 핵이 없더라도 나라를 유지·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중앙일보 사설] 김정은 시대 권력 구조 완성 … 우리의 숙제
북한이 엊그제 최고인민회의에서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 “국가 주권의 최고정책적 지도기관”인 국무위원회를 신설하고 김정은을 국무위원장으로 추대함으로써 김정은 시대의 권력 구조를 완성했다. 지난 5월 노동당대회에서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된 데 이어 김정은이 당과 국가기구를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1인 체제를 확고히 다진 것이다.
국무위원회는 기존 최고권력기구였던 국방위원회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군을 대표하는 황병서 총정치국장, 당을 대표하는 최용해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내각을 대표하는 박봉주 총리가 부위원장으로 모두 참여하고 있다. 연이은 핵과 미사일 실험을 통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군사뿐 아니라 경제와 대남·대외 정책 등을 모두 직접 챙기겠다는 김정은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분야별로 임명된 8명의 국무위원 가운데 외교 분야에만 2명(이수용·이용호)을 포진시킨 것은 북한이 스스로 핵 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하고 국제사회를 향한 외교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포석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점은 기존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의 외곽 조직에 불과했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정식 국가기구로 승격한 것이다. 북한 역시 이에 의미를 부여해 어제자 노동신문 7면에 통단 톱기사로 보도하며 “통일 번영의 휘황한 미래를 열어 나가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을 강력하게 조직, 전개해 나가기 위하여”라고 해설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이미 연석회의나 민족적 대화합을 거론하며 내세우고 있는 대남 평화·대화 공세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북한의 전통적 통일전선 전략 차원의 유화 전략일지라도 이로 인해 우리 사회 내부에서 “비핵화 없이는 대화 없다”는 정부의 입장을 계속 유지하는 게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무조건 거부가 아닌 좀 더 치밀한 논리를 개발해 대응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또한 지금 같은 경직된 태도를 넘어 핵과 당국 대화, 남북 경협·교류 등을 분리해 대응하는 보다 공세적인 전략적 접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추천 도서]
연재사설 속으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