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 대학생한테 주는 국가장학금 제도의 변경을 시사하는 과정에서 “빚이 있어야 파이팅을 한다”고 말해 누리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빚을 내야 하고 취직 뒤 이를 갚으며 살아가야 하는 서민들의 고통에 눈감은 발언이라는 비판이다.
안양옥 이사장은 4일 세종시에서 교육 담당 기자들과 함께 한 간담회 자리에서 앞으로는 한국장학재단 사업에서 국가장학금 비중을 줄이고 무이자 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빚이 있어야 파이팅을 한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국가장학금은 무상 지원의 성격이 커 젊은이들을 보다 부지런히 뛰게 만드려면 대출을 해주고 꾸준히 갚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교대 체육교육과 교수 출신의 안 이사장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을 6년 동안 역임한 뒤 4월 총선 때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떨어졌고, 이후 공모를 거쳐 지난 5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안 이사장의 발언을 접한 누리꾼들은 그렇잖아도 고액 등록금에 허덕이고 그 뒤에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흙수저’ 청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 하는 무분별한 발언이라며 발끈했다. “정작 본인은 월급 없어도 파이팅 할 수 있느냐”, “정작 장학재단의 파이팅이 필요하다. 장학재단 이사장 월급 삭감해서 학생들 장학금부터 늘려줘라”, “파이팅을 당신과 하고 싶다”는 등의 반응을 내놨다.
시민단체도 안 이사장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반값등록금 실현과 교육공공성 강화를 위한 국민본부’는 성명을 내어 “학자금 대출채무를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는 청년이 2015년까지 19만6822명이고, 이중에서 소송까지 당한 사람이 1만1000명에 이른다”며 “‘학생들이 빚을 져야 더 파이팅 한다’는 안양옥 이사장의 망언은 그가 장학재단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사인지 심각한 의문을 품게 만든다”고 밝혔다. 본부 쪽은 “이자 대출은 보조적인 것이어야 하고, 우선 등록금 인하 정책, 진짜 반값등록금 실현, 그리고 국가장학금의 획기적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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