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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버섯 연구하고, 말산업 분석하는 이색 국립대 아세요?

등록 2016-07-04 20:04수정 2016-07-04 22:22

한국농수산대 채소학과 학생들이 PTC 온실에서 자강고추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농수산대 채소학과 학생들이 PTC 온실에서 자강고추를 연구하고 있다.
우리가 몰랐던 국립 특수대

특수대, 사관학교만 있는 거 아냐
전통문화·농수산업 등 특화 분야
대학 교육과정서 접할 수 있어

문화재전수자 등이 직접 강의
실무 밀착 실습 및 답사 많이 해
세부 진로 일찍 찾은 학생들 많은 편
“호스 양쪽 끝을 잡고 먼저 한쪽 끝을 기둥에 고정한 채 움직이지 마. 그런 다음 다른 기둥에 대고 호스 안에 든 물이 넘치지 않게 조심히 높이를 맞춰봐.”

학교 건물 뒤편 낮은 언덕 위 공터에서 김영성 교수(전통건축학과)가 물수평 잡는 법을 열심히 설명했다. 집을 지을 때 각 기둥의 높이를 동일하게 하는 작업이다. 학생들은 땀을 뻘뻘 흘려가며 물을 채운 호스를 양쪽 기둥에 대고 높이를 맞췄다. 계절학기로 진행하는 집짓기 수업이다.

6월27일 찾아간 한국전통문화대학교(이하 전통문화대) 캠퍼스의 모습이다. 여름방학이라 한적할 거란 예상과 달리 계절학기를 듣거나 졸업 작품을 만드는 학생들로 여기저기 활력이 넘쳤다. 마름질 실습실에서는 목재에 결구(못을 안 박고 홈을 파서 끼워 맞추는 작업)를 하는 홈을 끌로 파내는 작업이, 보존과학연구소에서는 기관에서 의뢰받은 관정(목재의 접합이나 고정에 쓰이는 것)을 복원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조금 떨어진 또 다른 실습실에서는 미술공예학과 4학년 학생들이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빚느라 여념이 없었다.

문화재청이 설립한 전통문화대학교

이 학교는 문화재청이 2000년도에 지은 4년제 국립대학교다. 이름만 들어서는 장인에게 전통문화를 전수하는 학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전통미술공예뿐 아니라 문화재 관리·보존, 전통건축이나 조경 관련 학과 등도 있다.

융합고고학과·보존과학과·버섯학과·말산업학과…. 수험생 대부분 거의 들어본 적 없는 낯선 학과다. 특수대학교라고 하면 흔히 사관학교를 떠올리지만 이렇게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교들도 있다. 이런 학교들은 이론부터 실습까지 심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일찍부터 진로를 결정하고 들어오는 학생이 대부분이라 학업 만족도가 큰 편이다. 진로가 제한적이라는 약점은 있지만 연계 분야가 점점 확대돼 전망이 밝아지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농수산대 특용작물학과 학생들이 실습실인 인삼밭에서 인삼을 관리하고 있다. 한국농수산대 제공
한국농수산대 특용작물학과 학생들이 실습실인 인삼밭에서 인삼을 관리하고 있다. 한국농수산대 제공

국립 특수대의 특징은 일반 대학보다 실습 자재의 질이나 환경이 좋고 자격증 준비에도 도움을 준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문화재전수자나 현장 실무자가 강의 때 전문적 내용을 알려주고 현장답사를 자주 가는 것이 맘에 든다”고 입을 모았다.

한동완(전통건축학과 4)씨는 “평소 역사에 관심 있어 문화유적지에 가면 건축물을 유심히 봤다. 문과 출신이라 일반 종합대학 건축학과는 교차지원이 안 되는 곳도 있었는데 이곳은 가능했다. 무엇보다 전통건축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다 해서 이 학교에 왔다”고 했다. “안동 하회마을이나, 경주 등 전국의 유명 사찰이나 한옥들을 답사했다. 학생들이 사전 조사를 해 답사지와 관련한 소책자를 만들어 간다. 현지에서는 도면을 보고 실제 도면처럼 구현이 됐는지, 제대로 복원된 건지 토론하고 다녀온 뒤 발표회를 한다.”

마름질 수업이나 창호 만드는 수업, 건축물을 손으로 실측하는 수업을 통해 문화재기능사시험도 준비할 수 있다. 이 학교 등록금은 학과마다 차이가 있지만 학기당 평균 약 160만원이다. 다른 국립대의 80% 수준으로 실습이나 답사에 드는 비용도 거의 없다.

진로 뚜렷해 학과정보 꼼꼼히 살펴야 해

워낙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기에 재학 중간에 전공이 적성에 안 맞아 바꾸고 싶을 때 선택 폭이 넓지 않다는 점은 이 학교의 한계다. 이에 대해 한동완씨는 “8월에 전형이 다 끝나서 수능 전에 합격 발표가 난다. 자칫 ‘합격했으니 가야지’ 하고 막연하게 결정하기 쉬운데 그럴 경우 적응하기 힘들다. 진로가 세분화돼 있는 만큼 잘 살펴보고 오라”고 했다. “전교생이 500명이라 일반교양 수업이 다른 종합대학에 비해 적다. 좁은 범위에서 커리큘럼이 짜여 있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느 학과든 적응을 못 해 그만두는 학생들은 있지만 이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보존과학과 4학년 김유진씨는 “‘문화재를 고치는 의사를 양성한다’는 학과 설명이 마음에 들어 지금 전공을 선택했다. 주변에 이 학교를 다닌다고 하면 ‘한복 입고 다니냐’, ‘한국 전통문화를 다 아냐’고 묻는다. 사학과랑 헷갈리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보존과학과는 문화유산을 과학적으로 조사·연구해 최대한 그 수명을 늘리는 것을 비롯해 전통재료 및 제작기법 등을 분석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졸업하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학예사로 일하거나 문화재 관련 연구소나 기관에서 근무할 수 있다.

김씨는 “학과 이름만 듣고 이과 학생이 더 유리할 거라는 오해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 보존과학은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이 합쳐진 학문이다. 오히려 기술적 분야만 파고드는 것보다 언어나 인문학 등 다양한 학문을 접해서 시각을 넓히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계열 제한이 없으니 관심이 있다면 학과정보를 좀 더 찾아보라”고 조언했다.

3년제 전문학사과정 운영, 국립한국농수산대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이하 농수산대) 버섯학과에 다니는 전희진씨는 어릴 때부터 자연에 관심이 많았다. 부모님과 숲이나 산에 많이 놀러 다녔고 농사를 지어야겠다는 생각에 이 학교에 왔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는 엄마와 사회복지 대상자를 위한 농촌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들이 자립기반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고 싶은데 노동 강도가 센 밭작물보다 기술이 필요한 버섯이 더 나을 거 같아 선택했다.”

농수산대는 기본적으로 3년제 전문학사과정으로 운영하며 전공심화과정을 통해 4년제 학사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1학년 때 배운 이론을 직접 적용해 보기 위해 2학년 때 10~12개월 정도 장기 현장실습을 한다. 전씨는 산림조합중앙회 산림버섯연구센터에서 실습했다. “표고버섯을 위주로 균을 교배육성하는 법부터 버섯으로 키우는 실험재배 과정을 전반적으로 배웠다.” 3학년 때는 그동안 배운 이론과 실기를 바탕으로 졸업논문을 쓴다. 승계농이든 창업농이든 사업계획서 형식의 ‘창업 논문’을 써야 한다. 학비와 식비 포함한 기숙사비가 전액 면제인 대신 졸업 후 6년간 의무영농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기간 영농 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학비를 상환해야 한다. 버섯학과 외에도 말산업과, 대가축학과, 수산양식학과 등 11개 학과가 있다.

현재 재학생 약 60%가 일반계고 출신으로 농수산계고 학생보다 많고 부모가 농사를 짓는 경우도 꽤 있다. 입학 전형에 집에서 농사를 얼마나 짓고 있는지를 따지는 기반평가가 있기 때문이다. 이 평가는 일반전형 기준으로 전체의 20% 정도 반영하고 나머지 농수산인재전형이나 도시인재전형은 기반평가 없이 100% 성적으로 선발한다.

한국전통문화대 보존과학과에 재학중인 김유진씨가 보존과학연구실에서 관정 복원작업을 하고 있다. 최화진 기자
한국전통문화대 보존과학과에 재학중인 김유진씨가 보존과학연구실에서 관정 복원작업을 하고 있다. 최화진 기자

졸업 뒤 사업장에서 실무 접할 수 있어

이 학교 전형과정의 특이점은 전 학과에서 부모 동반 면접을 실시한다는 점이다. 학교 관계자는 “본인의 뜻이 확고한지 부모가 강압적으로 원해서 하는 건지, 졸업 후 영농 기반을 마련하는 데 부모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일반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 가운데 전공과 다른 분야에 취업한 뒤 괴리감 때문에 적응하는 데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국립 특수대 학생은 어느 정도 진로를 구체화해서 입학해 자신이 졸업 후 운영하고자 하는 사업장에서 구체적 실무를 배울 수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나 실제 현장 적응도가 높은 편이다. 농수산대의 경우 작년 기준 입학경쟁률이 5.21 대 1로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김유진(산림조경학과 3)씨는 “남들처럼 무작정 대기업에 들어가 평범한 직장인이 되기보다 좀 더 다양한 분야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며 “특히 취업난이 심하고 귀농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요즘, 일찌감치 유망한 농업 분야를 선택하는 것도 비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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