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회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1년 만에 0.25%포인트 낮춰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 사설] 금리 인하만으로 경제 활력 찾을 수 없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연 1.5%이던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1.25%로 0.25%포인트 낮췄다. 물가가 불안하지 않으니 금리를 좀 더 낮춰 소비와 투자 확대를 유도하자는 뜻일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1년 만이다.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데도 한국은행이 그동안 인하를 주저해온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이었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우리나라는 낮추면 외국인 자금이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가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미국의 5월 신규 일자리가 예상을 크게 밑돌자,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가라앉았다. 금통위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내린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가계의 소비성향이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앞날에 대한 불안감 탓에 가계는 거꾸로 저축을 늘렸다. 1분기 설비투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5%나 감소했다. 이렇게 나빠진 소비·투자 심리를 호전시키려면 기준금리를 계속 내려야 할 터인데, 미국 금리 인상이 변수로 남아 있어 금통위가 그런 결정을 하리라고 예상하기 어렵다. 앞날이 불확실하면 경제주체들은 움츠러든다.
반면, 저금리 정책의 부작용은 쌓여가고 있다. 경제주체들이 부채에 의존한 경제활동에 익숙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올해 1분기 말 가계부채는 1223조7천억원으로 1년 전에 견줘 125조4천억원(11.4%)이나 늘었다. 이번 금리 인하는 전세금도 더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
전반적인 경기 상황으로 보아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었다 해도, 가계부채 관리는 엄격하게 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2월부터 시행된 뒤 은행권 대출은 증가세가 꽤 완만해졌다. 하지만 제2금융권 대출은 계속 큰 폭으로 늘었다. 가계부채 증가를 여기서 확실히 억제하지 못하면, 그 후유증은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금리 인하가 만능처방이 아닌데도 정부가 한국은행에 통화 완화만 압박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내수침체가 고착화하는 것은 노동자의 일자리와 소득이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앞날에 대한 불안감도 크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고치고 예산을 투입하고, 제도도 정비해야 하는데 정부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중앙일보 사설] 사상 최저 금리,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1년 만에 연 1.5%에서 1.25%로 0.25%포인트를 내렸다. 사상 최저다. 물가를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섰다. 시장에선 예상하지 못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리 (시장과) 소통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했다.
한은의 결단에는 몇 가지 요인이 맞물렸다. 첫째 타이밍, 미국이 금리 인상 시기를 9월 이후로 늦출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으로선 호흡을 조절할 시간 여유를 가지게 됐다. 둘째 경기 상황, 재정을 상반기에 몰아 쓰다 보니 하반기엔 재정 절벽 우려가 나온다.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가뜩이나 체력이 떨어진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금리 인하가 재정의 역할을 뒷받침해 줄 유력한 응원군이 될 수 있다. 셋째 금융통화위원회에 비둘기파 위원들이 대거 자리했다. 정부와 호흡을 맞춰 경제 살리기에 힘을 실어 주자는 논의가 자연스레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금리를 손대는 것은 늘 양면성이 있다. 소비·투자가 살아나고 재정 부담을 덜어 주길 기대하지만 다른 한쪽엔 가계부채와 자본 유출의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고령화와 초저금리가 맞물려 금리 인하의 약발이 잘 듣지 않는다는 구조적 고민까지 겹쳐 있다. 계속 늘고 있는 가계부채에 불을 더 지필까 걱정도 크다. 한은은 “조절 가능하다”는 쪽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정부가 10년 동안 앵무새처럼 그런 얘기를 했는데, 가계 빚은 두 배로 늘어 지금은 1200조원이 넘는다. 환율도 정교한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미국의 눈초리가 사나워지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 재무장관이 직접 한은 총재를 찾았겠나. 금리로 환율을 움직인다는 인상을 줘선 안 된다.
종합적으로 보면 시장의 평가는 부정보다는 긍정적이다. 부작용보다 효과가 크다면 항암제라도 쓸 수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한 박자로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는 것만 해도 큰 위안이다. 더 이상 인하 여력도 없다. 사즉생의 각오로 정부·기업·가계가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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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사설] 기준금리 인하 효과 기준금리란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 매매 때 기준이 되는 금리로, 금융기관의 예금, 대출 이자 등 여러 시장금리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나라에서 기준금리는 한은에 설치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정한다. 보통 0.25% 단위로 인상하거나 인하한다. 보통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다른 금리들도 내려가기에 경제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예컨대,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대출 금리 또한 낮아진다. 그러면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많아질뿐더러 예금 금리 또한 낮기에 부동산이나 주식 등 좀더 수익이 높은 시장으로 투자금을 옮기는 이들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살아나고, 기업 역시 싼값에 대출을 받아 투자를 늘릴수록 실업률도 떨어지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입이 늘어나면 소비도 늘어나 전체적으로 경제가 살아나게 된다. 반면, 기준금리를 낮추는 정책은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금융투자자들은 금리가 높을수록 더 큰 이익을 얻는다. 만약 우리나라의 금리가 다른 나라의 금리보다 낮다면, 투자자들은 경제가 안정적이면서도 금리는 높은 국가로 자본을 옮겨가려 한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주저했던 이유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경제위기를 이겨내려면 “통화·재정·구조조정의 3박자가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이시디(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최근 저성장 추세가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우므로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충고한다. 하지만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에 이르는 국가채무를 더 늘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연재사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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