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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 한국은행 금리인하’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6-06-20 18:18수정 2016-06-20 19:45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회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1년 만에 0.25%포인트 낮춰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회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1년 만에 0.25%포인트 낮춰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금리 인하만으로 경제 활력 찾을 수 없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연 1.5%이던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1.25%로 0.25%포인트 낮췄다. 물가가 불안하지 않으니 금리를 좀 더 낮춰 소비와 투자 확대를 유도하자는 뜻일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1년 만이다.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데도 한국은행이 그동안 인하를 주저해온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때문이었다. 미국은 금리를 올리고 우리나라는 낮추면 외국인 자금이 우리나라에서 빠져나가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미국의 5월 신규 일자리가 예상을 크게 밑돌자, 미국 금리 인상 우려가 가라앉았다. 금통위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내린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가계의 소비성향이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앞날에 대한 불안감 탓에 가계는 거꾸로 저축을 늘렸다. 1분기 설비투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5%나 감소했다. 이렇게 나빠진 소비·투자 심리를 호전시키려면 기준금리를 계속 내려야 할 터인데, 미국 금리 인상이 변수로 남아 있어 금통위가 그런 결정을 하리라고 예상하기 어렵다. 앞날이 불확실하면 경제주체들은 움츠러든다.

반면, 저금리 정책의 부작용은 쌓여가고 있다. 경제주체들이 부채에 의존한 경제활동에 익숙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올해 1분기 말 가계부채는 1223조7천억원으로 1년 전에 견줘 125조4천억원(11.4%)이나 늘었다. 이번 금리 인하는 전세금도 더 끌어올릴 위험이 있다.

전반적인 경기 상황으로 보아 금리를 내릴 필요가 있었다 해도, 가계부채 관리는 엄격하게 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2월부터 시행된 뒤 은행권 대출은 증가세가 꽤 완만해졌다. 하지만 제2금융권 대출은 계속 큰 폭으로 늘었다. 가계부채 증가를 여기서 확실히 억제하지 못하면, 그 후유증은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금리 인하가 만능처방이 아닌데도 정부가 한국은행에 통화 완화만 압박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내수침체가 고착화하는 것은 노동자의 일자리와 소득이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앞날에 대한 불안감도 크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고치고 예산을 투입하고, 제도도 정비해야 하는데 정부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중앙일보 사설] 사상 최저 금리,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1년 만에 연 1.5%에서 1.25%로 0.25%포인트를 내렸다. 사상 최저다. 물가를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섰다. 시장에선 예상하지 못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리 (시장과) 소통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했다.

한은의 결단에는 몇 가지 요인이 맞물렸다. 첫째 타이밍, 미국이 금리 인상 시기를 9월 이후로 늦출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으로선 호흡을 조절할 시간 여유를 가지게 됐다. 둘째 경기 상황, 재정을 상반기에 몰아 쓰다 보니 하반기엔 재정 절벽 우려가 나온다.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가뜩이나 체력이 떨어진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금리 인하가 재정의 역할을 뒷받침해 줄 유력한 응원군이 될 수 있다. 셋째 금융통화위원회에 비둘기파 위원들이 대거 자리했다. 정부와 호흡을 맞춰 경제 살리기에 힘을 실어 주자는 논의가 자연스레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금리를 손대는 것은 늘 양면성이 있다. 소비·투자가 살아나고 재정 부담을 덜어 주길 기대하지만 다른 한쪽엔 가계부채와 자본 유출의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고령화와 초저금리가 맞물려 금리 인하의 약발이 잘 듣지 않는다는 구조적 고민까지 겹쳐 있다. 계속 늘고 있는 가계부채에 불을 더 지필까 걱정도 크다. 한은은 “조절 가능하다”는 쪽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정부가 10년 동안 앵무새처럼 그런 얘기를 했는데, 가계 빚은 두 배로 늘어 지금은 1200조원이 넘는다. 환율도 정교한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미국의 눈초리가 사나워지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 재무장관이 직접 한은 총재를 찾았겠나. 금리로 환율을 움직인다는 인상을 줘선 안 된다.

종합적으로 보면 시장의 평가는 부정보다는 긍정적이다. 부작용보다 효과가 크다면 항암제라도 쓸 수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한 박자로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는 것만 해도 큰 위안이다. 더 이상 인하 여력도 없다. 사즉생의 각오로 정부·기업·가계가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만능처방 아닌데 압박하는 정부 무책임”…중앙 “한은·정부 한 박자로 나선 것 큰 위안”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9일, 한국은행(이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내리기로 결정하였다. 한은에 따르면, 경제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하여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라 한다. 올 하반기에는 저성장·저물가, 구조조정 충격, 재정절벽 등 3재(災)가 한꺼번에 닥칠 우려가 있다.

기준금리란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 매매 때 기준이 되는 금리다. 이 기준금리에 따라 금융기관의 예금, 대출 이자 등 시장금리가 영향을 받는다. 예금 금리가 낮으면 사람들은 저축하기보다 이율이 높은 다른 투자처를 찾거나 소비에 돈을 쓰게 된다. 또한, 대출 이자가 낮아지면 돈을 빌리기 쉬워지기에 새롭게 일을 벌리는 이가 많아진다. 그만큼 일자리도 늘어난다. 그래서 기준금리 인하는 경제가 움츠러들 때 주로 이루어지곤 한다.

한은의 이번 결정에 대해 한겨레와 중앙은 다른 평가를 내린다. 한겨레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다. 반면, 중앙은 “종합적으로 보면 시장의 평가는 부정보다는 긍정적”이기에 “부작용보다 효과가 크다면 항암제라도 쓸 수 있는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를 환영하는 입장이다. 왜 이토록 두 사설의 입장이 크게 갈리는 것일까?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한겨레는 기준금리를 떨어뜨려도 돈이 돌지 않는 ‘유동성의 함정’을 걱정한다. 금리를 떨어뜨리면 투자가 활발해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한겨레는 “앞날이 불확실하면 경제주체들은 움츠러든다”고 말한다. 투자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탓에 기업과 시민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돈을 움켜쥐고 있다는 뜻이다.

나아가 한겨레는 “저금리 정책의 부작용이 쌓여가고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가계부채는 이미 1200조원을 넘어섰다. 대다수 서민들은 빚을 갚는 데 돈을 쓰느라 소비 여력이 별로 없다. 기준금리를 떨어뜨려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다. 게다가 한겨레는 금리 인하가 전세금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한다. 은행에서 더 싸게 돈을 빌릴 수 있기에, 세입자들이 오르는 전세금을 감당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는 오롯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질 뿐이다.

따라서 한겨레는 “금리 인하가 만능 처방이 아닌데도 정부가 한국은행에 통화 완화만 압박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한겨레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진짜 문제는 “노동자의 일자리와 소득이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앞날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한 올바른 대책은 “(소득 불안정과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고치고 예산을 투입하고,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 것이어야 한다. 아마도 한겨레는 정부가 구조조정에 따른 중소업체 실업대책,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등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복지와 재정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문하는 듯싶다.

중앙 역시 우리 경제가 “고령화와 초저금리가 맞물려 금리 인하의 약발이 잘 들지 않는다는 구조적 고민까지 겹쳐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금리가 낮아지면 투자가 늘기는커녕, 이자로 살아가는 노년층의 수입이 줄어들어 소비만 위축될 수 있다. 나아가 중앙은 기준금리 인하에는 가계부채 증가뿐 아니라, 자본 유출의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음 또한 지적한다. 우리나라 금리가 미국 등 다른 국가의 금리보다 낮아진다면, 경제주체들은 우리보다 금리가 높아 더 큰 이윤을 주는 곳으로 돈을 옮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앙은 “중앙은행과 정부가 한 박자로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는 것만 해도 큰 위안”이라며 기준금리 인하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사실,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 하루 전에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배경에는 정부와의 교감이 있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중앙은 “금융통화위원회에 (정부의 정책에 협조적인) 비둘기파 위원들이 대거 자리”하고 있다는 점도 짚어낸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사실, 기준금리 인하는 정부가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도 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경기 부양책이다. 여소야대 상황, 국회는 정부의 재정적자 확대 등을 막기 위해 추경 등의 정책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번 금리 인하가 재정의 역할을 뒷받침해 줄 유력한 응원군이 될 수 있다”는 중앙의 평가에는 기준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는 한은의 처지에 대한 이해가 담겨 있는 듯 보인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추천 도서]

케인즈&하이에크, 시장경제를 위한 진실게임

박종현 지음, 김영사 펴냄, 2008년

‘보이지 않는 손’은 경제학자들에게 상식처럼 통한다. 수요와 공급은 알아서 균형을 맞추게 되어 있다. 하지만 케인스의 생각은 달랐다. 탐욕, 무지, 공포, 모방, 인간은 이 네 가지에 끊임없이 휘둘린다. 그래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지는 가격이 뒤틀리기 일쑤다. 그래서 정부가 나서 사람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케인스가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을 주문하는 이유다. 모든 경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는 ‘절대반지’는 없다.


[추천 도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펴냄, 2014년

그렇다면 어떤 정책이 올바를까? 경제학자 장하준은 “(채택하려는 정책으로) 누가 이익을 보는가?”를 면밀히 살피라고 권한다. 빈부격차는 날로 심해지고 살림살이도 갈수록 어려워진다. 어떤 경제 정책이 옳고 그른지는 토론을 통해 결정할 사안이다. 장하준이 능동적인 경제 시민이 되라고 힘주어 말하는 이유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기준금리 인하 효과

기준금리란 한국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 매매 때 기준이 되는 금리로, 금융기관의 예금, 대출 이자 등 여러 시장금리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나라에서 기준금리는 한은에 설치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정한다. 보통 0.25% 단위로 인상하거나 인하한다. 보통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다른 금리들도 내려가기에 경제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예컨대,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대출 금리 또한 낮아진다. 그러면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많아질뿐더러 예금 금리 또한 낮기에 부동산이나 주식 등 좀더 수익이 높은 시장으로 투자금을 옮기는 이들이 늘어난다. 이 때문에 부동산과 주식 시장이 살아나고, 기업 역시 싼값에 대출을 받아 투자를 늘릴수록 실업률도 떨어지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입이 늘어나면 소비도 늘어나 전체적으로 경제가 살아나게 된다.

반면, 기준금리를 낮추는 정책은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금융투자자들은 금리가 높을수록 더 큰 이익을 얻는다. 만약 우리나라의 금리가 다른 나라의 금리보다 낮다면, 투자자들은 경제가 안정적이면서도 금리는 높은 국가로 자본을 옮겨가려 한다. 한은이 금리 인하를 주저했던 이유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경제위기를 이겨내려면 “통화·재정·구조조정의 3박자가 같이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이시디(OECD)와 국제통화기금(IMF) 또한, 최근 저성장 추세가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우므로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충고한다. 하지만 적극적인 재정정책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에 이르는 국가채무를 더 늘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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