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서울여대에서 ‘청소녀 미혼모,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이라는 주제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청소녀 미혼모 토크콘서트
“안녕하세요. 16개월 된 먹성 좋은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수진(가명)입니다. 세상에 비춰진 어린 미혼모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지만 제 아이를 낳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임신 8개월째 됐는데 같이 살던 아이 아빠가 게임에만 빠져서 생계유지가 어려워졌고 지인의 권유로 자오나학교에 오게 됐어요.”
청소녀 미혼모인 이아무개(22)씨가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취업준비를 하며 필요했던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절차가 까다롭고 갑작스런 사정이 생겨도 바로 부를 수 없었어요. 안정적인 양육을 위해 사무직을 찾다가 전산회계 시험을 준비 중이에요. 세 번째 도전인 만큼 꼭 붙어야 해요. 다들 응원해주세요!”
지난 18일 서울여대에서 ‘청소녀 미혼모,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이란 주제로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청소녀 미혼모를 지원하는 단체 관계자들이 나와 그들의 상황과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씨가 속한 자오나학교는 2014년 문을 연 미혼모 청소녀들을 위한 기숙형 무료 대안학교다. 가정폭력과 성폭력으로 학습이 중단된 청소녀들에게도 열려 있다. 13~24살까지 양육 미혼모의 학습권과 양육권을 보장하고 자립을 위한 준비와 취업 등을 돕는다.
강명옥 교장은 “노숙생활로 인한 불규칙한 식습관과 무기력증 등이 몸에 밴 아이들은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되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 또 쉼터나 기관에서 일시적으로 머물며 또 다른 곳을 찾아야 했던 불안감 때문에 여기 와서도 학업이나 취업 준비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청소녀 미혼모 대부분이 어릴 때 제대로 돌봄을 받는 것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아이 키우는 것을 힘들어한다. 이들에게 기본 양육과 생활교육이 필요하다.”
청소녀 미혼모들도 취업해서 먹고살려면 최소한 고졸은 돼야 한다. 간호조무사 등의 자격증 응시자격도 고졸이다.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하거나 원적학교 복귀를 원하는 학생도 있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박영미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올해 2월 통과된 ‘고등교육법 개정안 23조 4항’에는 만 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해야 하거나 임신 또는 출산을 앞둔 여학생이 휴학을 원하면 학칙에 따라 휴학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양육과 공부를 병행하도록 대학 내 보육시설이나 모유수유실 등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이들의 공통된 요구는 “주거 지원과 생활비 마련 등 자립 기반을 만들어줄 것”이었다. 학습과 육아 둘 중 하나만으로도 버거운 청소녀 미혼모들이 당당하게 서기 위해서는 그만큼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에서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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