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총장이 12일 오후 경기 시흥시 학교 총장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이재훈 총장 인터뷰
올해 설립 20돌을 맞이한 한국산업기술대학교(산기대)는 꿈이 깃든 젊은 대학이다. 1997년 산업통상자원부(옛 산업자원부)가 ‘산업협력 특성화’를 목표로 설립한 대학답게 가족회사제도(기업과 교육·연구활동 등을 협력해 진행하는 제도)를 비롯해 캡스톤디자인, 엔지니어링하우스, 트리즈 등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며 매년 70% 이상의 높은 취업률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2일 산기대 총장실에서 이재훈 총장을 만나 산업 트렌드에 발맞춰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 학교만의 원동력, 교육철학, 비전 등에 대해 물었다.
개교 20주년 맞은 ‘젊은 대학'
4년제 졸업 엔지니어 양성 목표로
97년 당시 산자부서 설립해 학교-회사 공동 기술개발 활동 등
‘가족회사제' 통해 산학협력 강화
수도권 4년제 중 가장 높은 취업률
‘휴먼 엔지니어' 등 인성 과목 개설
신뢰감 주는 인재 키우려 노력할 것 올해로 취임 3년차다. 오랜 시간 공직에 머물렀다가 총장으로 취임하신 걸로 안다. 공직 업무와 대학 업무에서 느끼는 차이가 있을 텐데. “1977년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1979년부터 상공부,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 등 정부부처에서 30년 넘게 일을 했다. 공직에 몸담았을 때는 다수의 국민과 기업 등을 상대로 일을 해왔고, 경제·산업 분야 정책에 관심을 뒀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한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졸업 후 남부럽지 않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그동안 관심을 갖고 추진한 일들이 있다면?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종합도서관을 밝고 쾌적하게 개선했다. 통학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약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제2기숙사를 6월에 착공할 예정이다. 그동안 교수·직원·학생이 각자 사용했던 전산망을 개선해 통합전산망을 설치하는 작업도 지난해 말부터 진행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가르치고, 연구하고, 공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늘 생각하며 노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설립한 학교이기도 하고, 4년제 공과대학이어서 주목되는 점이 많다. 학교 설립 배경도 궁금하다.
“학교를 설립했던 1997년 당시 우리나라 중소·중견 제조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자금이나 판로 부족이 아니라 제대로 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엔지니어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학교가 시화·반월공단 한가운데에 있는데 졸업생들을 주변 기업에 취업시켜 기업 인력 부족을 해소하고자 했던 뜻도 크다.”
일반 사립대학과도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교육부 기준으로는 사립대학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정부부처에서 설립한 대학이다. 따라서 특정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책무성도 지니고 있다. 중소·중견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4년제 대학 졸업 고급 엔지니어를 양성해 현장에 공급해야 한다는 정책 목표가 있기 때문에 산학협력 활동을 통한 교육에서는 매우 월등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산학협력 활동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해준다는 점도 특징이다. 교수 1인당 연구비도 전국 10위권이다.”
학교 주변 기업이 많아 취업률도 높을 텐데.
“최근 취업률을 보면 77%로 다른 대학보다 15%포인트 정도 높다. 수도권 4년제 대학 중에서는 가장 높은 취업률로 5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어떤 노력들이 취업률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보나?
“학교에 ’가족회사’라는 제도가 있다. 우리 대학을 중심으로 협력하는 크고 작은 4000여개의 기업이 가족회사로 등록되어 있다. 그들 가족회사로의 취업과 더불어 현장 실습과 공동 기술개발 활동 등 전 과정에 3학년 학생 모두가 1년에 8주 동안 의무적으로 참여한다. 공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게 한 것이 취업률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본다. 또한 교수·학생·기업체 관계자가 한 공간에서 24시간 함께 연구개발 활동을 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하우스를 두고 있다. 덕분에 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기술개발 활동에 임한다. 기업 관계자들이 일 잘할 만한 3, 4학년 학생들한테 ‘졸업 후 우리 회사로 오라’며 미리 취업 보장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요즘 대학들이 신입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던데 산기대는 어떤가?
“‘유캔(U-CAN) 시스템’이라는 게 있다. 1학년에 들어오면 학생의 관심사와 활동, 교수와의 면담 등 대학생활 전 주기 이력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학생이 어디에 관심이 있고, 현장 실습은 어디로 다녀왔고, 대외 활동은 무엇을 했는지 등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의 적성에 맞게 학생 지도를 할 수 있다. 인성교육에도 신경을 쓴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만나다 보면 스펙이나 영어 실력보다는 회사에 들어와 얼마나 오래 근무할 것인가와 로열티(충성도)가 얼마나 있겠느냐를 우선적으로 본다고 한다. 내가 회사를 경영한다고 해도 전공지식보다는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 태도와 신뢰감, 사람들과 얼마나 잘 소통하는지 네트워크 능력 등을 먼저 볼 것이다. 공과대학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인성교육에 더 신경 쓰려고 한다.”
인성교육을 위해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지난해 2학기부터 외부 인성교육 기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휴먼 엔지니어 세미나’를 정규 과목으로 개설했다. 매 학기 2개 반에서 140명이 수강하게 하고 있다. 교육 중에는 인성교육과 관련한 체험 수기를 반드시 써야 한다.”
인성과 관련해 평소 총장으로서 학생들한테 강조하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독서를 많이 하라, 친구들과 어울려서 토론을 많이 하라, 명상을 많이 하라’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이는 “끊임없이 상상하라”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에는 국내 한 출판사로부터 인문학 도서 3000여권을 기증받아 학생들이 볼 수 있게 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 전공 과목이 아닌 비전공 과목으로 커리큘럼을 짜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때만큼은 전공에서 해방되어 인성 관련 과목을 접하거나 필요한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새로운 미래비전으로 ‘산학융합 3.0’을 선포했는데?
“지금까지의 산학협력 그다음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나온 것이 ’산학융합 3.0’이다. ’산학협력’이 대학과 기업이 각자의 위치에서 필요에 따라 협력하는 것이었다면, ’산학융합’은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가 같으므로 기업과 대학이 한 공간에서 같이 활동하자는 의미다. 이를 위해 전국 대학 최초로 시화·반월공단에 있는 기업체들의 기술분야 애로사항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제조기술혁신연구소와 기업 재직자들의 석·박사 학위 과정을 지원하는 기업인재대학을 설립했다. 창업지원본부를 만들어 학생들이 창업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도 한다. 능력이 있지만 자체 연구소가 없는 기업들이 대학에서 연구활동을 하도록 산학융합관 등 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산기대가 앞으로 어떤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는가?
”20, 30년 후에는 작지만 강한 ‘히든 챔피언’인 강소기업들이 우리 경제를 더욱 선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논어에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라는 말이 있듯 우리 대학이 그런 강소기업의 기술개발 방면에서 혁신할 수 있는 인재를 가르치는 대학으로 남았으면 한다.”
유성룡 <함께하는 교육> 기획위원 livingriver@nate.com
4년제 졸업 엔지니어 양성 목표로
97년 당시 산자부서 설립해 학교-회사 공동 기술개발 활동 등
‘가족회사제' 통해 산학협력 강화
수도권 4년제 중 가장 높은 취업률
‘휴먼 엔지니어' 등 인성 과목 개설
신뢰감 주는 인재 키우려 노력할 것 올해로 취임 3년차다. 오랜 시간 공직에 머물렀다가 총장으로 취임하신 걸로 안다. 공직 업무와 대학 업무에서 느끼는 차이가 있을 텐데. “1977년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1979년부터 상공부, 통상산업부, 산업자원부, 지식경제부 등 정부부처에서 30년 넘게 일을 했다. 공직에 몸담았을 때는 다수의 국민과 기업 등을 상대로 일을 해왔고, 경제·산업 분야 정책에 관심을 뒀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한테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졸업 후 남부럽지 않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그동안 관심을 갖고 추진한 일들이 있다면?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종합도서관을 밝고 쾌적하게 개선했다. 통학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약 1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제2기숙사를 6월에 착공할 예정이다. 그동안 교수·직원·학생이 각자 사용했던 전산망을 개선해 통합전산망을 설치하는 작업도 지난해 말부터 진행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가르치고, 연구하고, 공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늘 생각하며 노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설립한 학교이기도 하고, 4년제 공과대학이어서 주목되는 점이 많다. 학교 설립 배경도 궁금하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생명화학공학과 학생들이 실험을 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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