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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생부 없는 청소년은 대학 어떻게 갈까

등록 2016-05-09 20:27수정 2016-05-10 10:17

지난달 15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여성가족부 주최로 ‘2016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대학진학설명회’가 열렸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지난달 15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여성가족부 주최로 ‘2016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대학진학설명회’가 열렸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학교 밖 청소년의 진학
“대입에서 학생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저는 학생부 자체가 없잖아요. 검정고시 점수로 학생부를 대신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불리하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수능만 잡는 게 답인지 판단이 안 섭니다.”

지난달 15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2016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대학진학설명회’(여성가족부 주최, 서울시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주관,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협력)에서 만난 학교 밖 청소년 최아무개(18)양의 이야기다. 설명회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2017학년도 대학 진학 정보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학교밖서 혼자 공부하면서
대학진학 준비하는 이들 많아
학생부 중심 수시모집 늘면서
학교밖 청소년 진학 길도 좁아져

명지대·인천대 등은 수시로도 뽑아
논리적 글쓰기 강하다면 논술 해볼만
검정고시 성적 등 기준으로 놓고
지금부터 학교별 요강 꼼꼼히 봐야

최양은 작년에 다니던 고교를 자퇴하고 혼자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이다. 체력이 약한 편이어서 고교 2학년에 올라가며 늘어난 학교 공부량을 감당하지 못했다. 잘하는 과목은 혼자 공부하고, 못하는 과목은 학원 수업으로 보충하며 공부하면 어떨까 싶어 학교를 나왔다. 자퇴 당시에도 대입에서 수시가 확대되면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가 중요해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기소개서나 면접 등을 잘 준비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입시가 코앞에 닥치자 그동안 너무 막연한 계획만 갖고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최양처럼 공교육을 떠난 청소년들을 두고 흔히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말한다. 학교 밖 청소년도 유형이 다양하다. 혼자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청소년도 있고, 최양처럼 학원을 다니며 공부하는 청소년도 있다. 자신한테 맞는 대안학교를 찾는 이들도 있다. 이들 중에도 대학 진학을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등에서 활동하는 상담가들은 “각자 학교 밖으로 나온 이유들은 다양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대다수가 대학 진학을 고민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공교육 안에 있는 청소년들과 비교하면 이들을 위한 대입정보는 매우 부족한 편이다.

학교 밖 청소년들 처지에서 보면 대학 진학 창구는 점점 좁아지는 상황이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예전에는 수능만 잘 봐도 갈 수 있는 길이 많았는데 학생부를 중심으로 하는 수시가 전체 대입 전형의 약 70%가 됐고, 대안학교전형 등도 많이 줄어서 학교 밖 청소년들 처지에서는 대학 가는 길이 좁아졌다고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학생부가 없으니 수시는 포기할까?” 학교 밖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명지대학교 전공자유학부 1학년 김덕이씨는 비인가 대안학교인 지혜학교를 졸업하고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지금 대학에 입학했다. 1차 검정고시 성적으로 10배수를 선발하고, 2차 면접으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하는 전형이었다.

서울 및 수도권 학교 가운데 수시에서 ‘국내 검정고시 합격자’한테 지원 기회를 열어둔 곳은 명지대, 인천대, 한국산업기술대 정도다. 학생부를 중점적으로 보는 수시전형에 학교 밖 청소년이 지원한다면 검정고시 성적이 바로 학생부 성적이 된다. 학교별로 검정고시 점수를 내신으로 환산하는 기준 등이 있어 여기에 따라 성적이 반영된다.

명지대는 올해도 학생부교과면접전형으로 1단계 학생부 100%, 2단계 학생부 60%와 면접 40%로 학생을 선발하는데 이 전형에는 국내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자도 지원이 가능하다. 인천대학교 아이엔유(INU)교과전형(학생부교과중심)도 비슷하다. 전 모집단위(동북아국제통상학부 제외)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이 전형에도 고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 자격이 있다면 지원할 수 있다. 1단계에서 학생부 100%로 3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학생부 60%, 면접 40%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두 전형에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없다. 한국산업기술대도 일반학생, 학생부우수자, 학생부전공우수자전형에서 검정고시 출신자가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부우수자, 학생부전공우수자전형에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기 때문에 수능 준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명지대, 인천대 등 서울 수도권 지역 학교에 수시로 입학하려면 검정고시 성적을 내신으로 환산했을 때 평균 2등급 이상은 나와야 한다. 명지대 김덕이씨는 “검정고시 평균 성적이 97.8점이었다”며 “내신으로 환산하면 약 2등급이 되는데 기본적으로 검정고시 성적 90점 넘는 건 어렵지 않지만 95점 안에 드는 게 쉽지는 않다. 한 과목당 하나 이상 틀리면 안 된다”고 했다.

2차 전형인 면접 등을 잘 치를 수 있는지도 잘 생각해봐야 한다. 제시문을 주고 그에 맞는 깊이 있는 답을 해야 하는 심층면접을 진행할 수도 있다. 김씨는 “심층면접에서는 빅데이터 관련 제시문이 주어졌다”며 “나는 인문학을 중심에 두고 공부하는 대안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토론이나 발표 등에 강한 편이었는데 평소 이런 활동이 익숙하지 않다면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논리적인 글쓰기 등에 강하다면 논술전형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설명회에서 4년제 대학 전형을 소개했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센터 신영규씨는 “자연계는 모르겠지만 인문계는 평소 독서를 꾸준히 하고, 신문 사설이나 칼럼 등 논리적인 글을 놓고 글 쓰는 훈련을 해왔다면 논술전형을 생각해보는 것도 하나의 길”이라고 했다.

현재 논술전형이 있는 대부분의 대학이 논술 성적을 기준으로 학생부 교과 비교내신을 적용한다. 대부분 상위권 대학에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참고로 건국대, 서울시립대 등 일부는 최저학력기준이 없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이들은 대안학교전형 등에 문을 두드려볼 수도 있다. 대안학교전형이 있는 대표적인 학교가 성공회대다. 이 학교에는 학생부위주(종합)전형 안에 대학별독자적기준 대안학교출신자 전형이 있다. 올해는 사회과학부 12명, 신문방송학부 5명, 사회복지학과 6명, 영어학과 4명 등 총 38명을 뽑는다. 1단계에서 서류 100%, 2단계에서 1단계 성적 50%와 면접 50%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면접에서는 학과 전공 관심도(전공 이해, 학습계획)와 수학 능력(이해력, 논리력)을 5단계로 정성평가하기 때문에 면접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대학 진학을 할 때 ‘정시’ 또는 ‘수시’ 가운데 어떤 게 정답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유 소장은 “각자한테 맞는 유형들이 있다. 지금부터 내가 가고 싶은 학과가 있는 대학별 전형요강 등을 매우 꼼꼼히 읽어보고 내가 갈 수 있는 창구가 있는지 보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오는 8월에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2017학년도 대입설명회가 또 한번 열릴 예정이다. 관련한 자세한 정보는 서울시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누리집(www.kdream.or.kr)을 통해 알 수 있다. 지역별 청소년지원센터, 대교협 대입상담센터(univ.kcue.or.kr) 등을 통해 진학 관련 상담도 받을 수 있다.

김청연 <함께하는 교육>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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