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혁신학교 평가제도
담임교사, 학부모, 학생이 한자리에 모였다. 교사는 사전에 학생의 모든 과목 교사를 만나 학생의 발달과정과 성과를 기록했다. 학생은 자기평가서를 준비했다. 특정 과목을 통해 배우려고 했던 것과 계획한 부분을 얼마나 성취했는지를 썼다. 자신이 잘한 점과 부족한 점, 개선할 부분도 담겨 있다. 학부모는 학교 밖에서 했던 특별한 체험이나 아이의 문제점, 고민 등을 이야기한다. 만약 이혼을 했더라도 무조건 부모 둘 다 참석해야 한다. 독일 혁신학교 헬레네랑게의 성적평가회 자리다.
지난 2일 전라북도교육문화회관에서 전북교육청 주최로 ‘2016 참학력포럼’이 열렸다. 독일 혁신학교의 수업 및 평가 사례를 공유하고 참된 학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날 연사로 나선 알베르트 마이어를 만나 독일 혁신학교의 평가제도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독일의 혁신학교인 헬레네랑게 컨설턴트를 맡았고, 현재는 국제혁신학교 및 혁신교사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마이어에 따르면 헬레네랑게 학교에선 중학교 2학년까지 시험도 안 보고 성적도 매기지 않는다. 대신, 한 학기에 한 번 성적평가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학생이 먼저 한 학기 동안 했던 활동과 스스로 평가한 내용을 발표한다. 이후 교사가 이 평가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과 다르게 느낀 부분을 이야기한다. 부모는 아이가 했던 활동을 확인하고 교사가 모르는 아이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은 다 같이 논의해 다음 학기 학습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정리한다.
마이어는 “성적평가회는 교사와 학부모의 지속적인 관심 속에 아이가 무엇을 배웠고 얼마나 성장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라며 “학습 방법과 연계한 구술·지필평가도 하지만 등수를 매기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성취 수준에 대한 피드백을 주기 위한 테스트”라고 했다.
그는 “지필고사 형식의 시험은 평가 기준을 동일화해 평가 항목과 비용을 줄이고 미숙한 교사도 학생을 평가할 수 있게 한 제도”라며 “평가는 ‘학생 스스로 원하는 공부를 통해 자기학습 능력을 신뢰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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