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자사고, 자공고, 특목고, 외국어고,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등 고교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자녀의 고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한 입시전문교육기관 주최로 열린 고교 입학 관련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마치 공부를 하듯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중학생 위한 고입 가이드
“성적 괜찮잖아. 좋다는 학교 못 가면 애가 두고두고 얘기할걸. 꼭 붙게 지원사격 해야지.” “근데 고등학교도 참 복잡해져서 이젠 어떤 학교가 좋은 건지 잘 모르겠더라.”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앞 한 카페. 두 엄마의 수다가 한창이었다. 성균관대에서 한 입시업체가 2017학년도 고교 입학 관련 설명회를 연 날이었다.
4월, 고입 정보에 목마른 부모들이 많다. ‘유별난’ 이들이 아니다. 오는 8월 과학고를 시작으로 9월 전국 단위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10월 마이스터고, 특성화고, 11월 외국어고(이하 외고), 국제고, 광역단위 자사고 등 전기 고등학교가, 12월에는 일반계고, 자율형공립고(이하 자공고) 등 후기 고등학교가 학생 모집을 시작한다. 입시전문가들은 “고교 유형이 다양해졌고, 대입정책에 따라 아이 각자한테 유리한 학교가 따로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정보를 차근차근 찾아봐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만큼 복잡하고 중요한 고입
지금부터 본격 탐색 시작해야 성적 좋으니 무조건 외고·자사고행?
대입성적 좋다고 소문났어도
아이 기질 등과 안 맞으면 후회하기도
비평준화 우수 일반고도 주목하는 추세
취업 뒤 진학 등 또다른 길도 고려해봐야 중학교 내신성적이 첫번째 기준
고교 선택 시 첫번째 판단 기준은 중학교 내신성적이다. 중학교 내신 상위 1% 안에 드는 최상위권 학생들은 영재학교(과학고)나 전국 단위 자사고 가운데 서울대 등을 많이 보내는 학교에 문을 두드리는 게 일반적이다. 고교 선택과 관련해 고민이 많은 이들은 상위 약 10% 안에 드는 중상위권 학생들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학생들은 자사고나 외고·국제고 등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 비교과(동아리·봉사활동 등 교내 활동)를 중심으로 교과,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면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이 대입의 대세가 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이젠 학생부에 교외 스펙 등을 적을 수 없다. 학종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최근 쏟아져나오지만, 학부모로선 당장 내신도 잘 나오고 교내 프로그램이 알차서 학생부 내용을 탄탄하게 채워줄 만한 학교가 어디인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외고의 인기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장은 “2018학년도 수능부터 영어가 절대평가가 되면서 비중이 많이 약해졌고, 대학이나 사회가 이공계를 키우는 분위기라 대입에서도 외고의 장점이 많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문·이과를 모두 선발하고, 융복합 프로그램 등을 비롯해 소논문쓰기 등의 활동을 활발하게 운영하는 자사고에 주목하는 학생들이 늘 수 있다. 고려할 점도 있다. 조동영 에이치앤(H&)진로진학연구소장은 “학종으로 ‘인(in) 서울’ 할 생각인데 자사고 내신 2등급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면 우수한 일반고가 나을 수 있다”며 “학종이 대세여서 많은 학교가 비교과 프로그램을 갖추게 됐기 때문에 대학들이 학종에서도 교과성적을 좀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아이 성격, 학교 분위기 등 고려해야
내신 그리고 교내 스펙의 힘이 커지면서 고교 선택 시 학교 분위기와 아이의 성향이 맞는지를 더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해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자사고에 아들을 진학시킨 장아무개씨는 “아들은 중학교 때 늘 1, 2등을 해왔고 ‘잘한다’는 주변 반응에 신이 나서 더 공부를 열심히 했었다. 하지만 고교에서는 반 아이들 대다수가 수학을 고학년 수준으로 선행을 해와서 자신감이 꺾였다고 해 속상했다”고 했다.
“워낙 잘하는 애들이 모여 있어서 그런지 공부는 제대로 하는 분위기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도 정말 많고 좋다. 소논문쓰기 활동 등도 활성화되어 있다. 뭘 한다고 하면 아이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고 참여한다. 잘하는 애들 속에서도 내가 뭔가 하나 특별하다는 걸 학생부에 적어야 하는 아이들이니까. 어떤 면에서는 치열한 분위기다. 반면 내 아이처럼 중학교 때 평범하게 학교 수업 위주로 공부를 해왔거나 도전하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하는 성향이면 이런 분위기에 위축될 수도 있다.”
사소해 보이지만 집과 학교의 거리도 고려할 중요한 사항이다. 일반적으로 고교에 들어가면 중학교 때보다 등교시간이 빨라진다. 유성룡 소장은 “예를 들어 강북에 살면서 강남까지 통학한다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스트레스이고 이것이 다 학교생활, 공부에도 방해요소가 된다”며 “현실적으로 지금 입시에서는 어딜 가도 내신 중하위권 이하로 떨어지면 불리하다”고 했다.
기숙형 고교로 진학할 때는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있는 상황을 견딜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중학교 때 엄마 그늘 아래서 지내왔던 ‘엄마 껌딱지’ 스타일의 아이들은 기숙형 고교 생활을 힘들어하기도 한다. 자사고는 일반고와 비교할 때 학비가 많게는 3배 정도 차이가 난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객관적 자료로 학교 상황 탐색해야
내신을 잘 받으려면 일반고로 가는 게 좋겠지만 공부할 분위기가 잘 형성되지 않은 학교의 경우, 아이가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을까 부모들은 우려한다. 하지만 학종이 주목받으면서 일반고 가운데서도 교과 과정을 비롯해 동아리, 대회 프로그램 등을 내실 있게 운영하고 진로·진학상담 등에 신경을 잘 쓰는 학교들도 나온다. 조동영 소장은 “한 예로 서울 목동 자사고인 양정고와 일반고인 강서고 사례를 보면 학교에 대한 평가도 그렇고, 실제 진학 실적도 비슷한 수준”이라며 “일반고 가운데서도 우수한 학교, 내 아이한테 맞는 학교가 어디인가 정보를 잘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입소문으로 정보를 나누지만 비교적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고교 상황을 파악해볼 수도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하는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 누리집에 가면 학교별 공시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학종을 준비할 경우에는 학생부 기록과 함께 아이의 ‘동아리활동 현황’ 등이 매우 중요하다. 학교알리미 누리집에서 학교별 ‘창의적 체험활동 참여 비율’, ‘학생 자율동아리활동 참여 비율’ 등을 꼼꼼히 검토해 학교나 학생들 분위기가 얼마나 적극적인지 볼 필요가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운영하는 고입정보포털(www.hischool.go.kr),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정보 창구인 하이파이브(www.hifive.go.kr) 등도 즐겨찾기 해두는 게 좋다.
적성 뚜렷하면 취업 먼저 할 수도 있어
취업이 어려운 때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에 진학해 ‘선취업 후진학’ 노선을 택하는 학생들도 있다. 정부는 청년의 사회 진출 연령을 낮추고 취업률을 높이는 정책의 일환으로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출신에게 9급 공무원 등 공공부문 신규 채용의 일정 부분을 배정했다. 이런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뒤 3년이 지나면 ‘재직자 특별전형’ 등으로 대학에 갈 수도 있다.
올해 서울의 상업 관련 특성화고에 진학한 이아무개양은 “중학교 때 공부가 나와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적성 및 진로탐색 등을 해보다가 ‘특성화고-취업-대학은 취사선택’이라는 길도 있다는 것을 알고 지금 학교에 진학했다”고 했다.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등은 전공 분야가 워낙 뚜렷해서 자신이 전공할 내용을 확실히 알고 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이양은 “자기 길이 아닌데 안 맞으면 되돌아가기도 힘들고, 마음이 바뀌어 대학에 바로 가고 싶어질 경우, 입시준비를 해야 할 텐데 대학진학반 등이 별도로 없는 학교라면 혼자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직까지는 이런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두고 ‘실업계고생’이라고 낮춰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이 있다는 것도 알고 갈 필요가 있다. 이양은 “그런 편견에도 굴하지 않을 정도로 내 뜻과 주관이 분명한지도 스스로 묻고 가라”고 충고했다.
김청연 <함께하는 교육> 기자 carax3@hanedui.com
“자공고?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다양해진 고교유형 살펴보기 “아직도 아이가 자공고 다닌다고 하면 자사고를 잘못 말한 거 아니냐고 묻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자녀를 경기도 비평준화 지역 자공고에 보낸 최아무개씨는 “사실 나도 아이가 가기 전까지는 어떤 학교인지 잘 몰랐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 이후 우리나라 고교 유형은 매우 다양해졌지만 학교별 성격을 제대로 아는 이들은 흔치 않다. 최씨 자녀가 다니는 자공고는 ‘공립학교’이면서 교과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학교를 말한다. 등록금은 일반고 수준이다. 비평준화 지역은 덜하지만 평준화 지역 자공고일 경우 “일반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는 곳도 있기 때문에 학교별 상황을 잘 봐야한다. 신입생은 광역 단위로 모집하는데 평준화 지역에서는 추첨·배정으로,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내신과 선발고사로 뽑는다. 자사고는 자공고처럼 교육과정 운영에 자율성을 띠는 ‘사립고교’다. 일반고에 비해 학비가 더 든다. 각각 광역, 전국 단위 모집을 하며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치른다. 광역 단위에서는 1단계 추첨, 2단계 자기소개서와 면접으로, 전국 단위에서는 보통 1단계 내신성적, 2단계 자기소개서와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합격하려면 2단계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관건이다. 자기소개서 준비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들기 때문에 시간낭비를 안 하려면 이 전형 그리고 학교 성격 자체가 나한테 맞는지를 미리 판단하고 지원을 하는 게 좋다. 특목고 가운데 하나인 외국어고와 국제고는 각각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 국제 분야 인재 양성을 목표로 내세운다. 하지만 본래 목적보다는 상위권대 입학에 유리한 고교로 자리매김을 해왔다. 광역 단위로 모집하며 일반입학전형은 1단계 영어 내신성적(2, 3학년)과 출결, 2단계는 1단계 성적과 면접 등을 본다. 마이스터고는 산업계 수요에 직접 연계된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을 하는 학교다. 산업계 여러 분야의 ‘기술 장인’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로봇, 에너지, 항만, 전자, 의료기기, 항공기술, 철강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학교별로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전체 교육과정 가운데 50% 이상이 분야별 전공 교과목으로 편성된다. 전공 교과가 나와 맞는지를 반드시 판단하고 가야 한다. 학생을 선발할 때는 내신과 실기, 면접 등을 본다. 특성화고는 고교 졸업 뒤 바로 직업 선택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위한 고교다. 요리, 관광, 애니메이션, 공업, 농업, 자동차, 정보, 디자인, 방송 등 분야가 무척 다양하다. 일반입학전형의 경우, 내신, 면접, 실기 등을 본다. 직업을 일찍 찾은 뒤 나중에 대학 진학을 하려는 학생들의 관심이 많다. 김청연 <함께하는 교육> 기자
지금부터 본격 탐색 시작해야 성적 좋으니 무조건 외고·자사고행?
대입성적 좋다고 소문났어도
아이 기질 등과 안 맞으면 후회하기도
비평준화 우수 일반고도 주목하는 추세
취업 뒤 진학 등 또다른 길도 고려해봐야 중학교 내신성적이 첫번째 기준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 누리집 등을 가보면 재학생 현황부터 입학전형 요강, 졸업생 진로 현황, 교육 여건, 동아리활동 등 각종 활동 상황 등을 학교별로 검색해볼 수 있다. 학교알리미 누리집 갈무리
“자공고?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다양해진 고교유형 살펴보기 “아직도 아이가 자공고 다닌다고 하면 자사고를 잘못 말한 거 아니냐고 묻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자녀를 경기도 비평준화 지역 자공고에 보낸 최아무개씨는 “사실 나도 아이가 가기 전까지는 어떤 학교인지 잘 몰랐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정책 이후 우리나라 고교 유형은 매우 다양해졌지만 학교별 성격을 제대로 아는 이들은 흔치 않다. 최씨 자녀가 다니는 자공고는 ‘공립학교’이면서 교과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는 학교를 말한다. 등록금은 일반고 수준이다. 비평준화 지역은 덜하지만 평준화 지역 자공고일 경우 “일반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는 곳도 있기 때문에 학교별 상황을 잘 봐야한다. 신입생은 광역 단위로 모집하는데 평준화 지역에서는 추첨·배정으로, 비평준화 지역에서는 내신과 선발고사로 뽑는다. 자사고는 자공고처럼 교육과정 운영에 자율성을 띠는 ‘사립고교’다. 일반고에 비해 학비가 더 든다. 각각 광역, 전국 단위 모집을 하며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치른다. 광역 단위에서는 1단계 추첨, 2단계 자기소개서와 면접으로, 전국 단위에서는 보통 1단계 내신성적, 2단계 자기소개서와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합격하려면 2단계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관건이다. 자기소개서 준비 등에 적지 않은 시간이 들기 때문에 시간낭비를 안 하려면 이 전형 그리고 학교 성격 자체가 나한테 맞는지를 미리 판단하고 지원을 하는 게 좋다. 특목고 가운데 하나인 외국어고와 국제고는 각각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 국제 분야 인재 양성을 목표로 내세운다. 하지만 본래 목적보다는 상위권대 입학에 유리한 고교로 자리매김을 해왔다. 광역 단위로 모집하며 일반입학전형은 1단계 영어 내신성적(2, 3학년)과 출결, 2단계는 1단계 성적과 면접 등을 본다. 마이스터고는 산업계 수요에 직접 연계된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을 하는 학교다. 산업계 여러 분야의 ‘기술 장인’을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로봇, 에너지, 항만, 전자, 의료기기, 항공기술, 철강 등 다양한 분야가 있다. 학교별로 특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전체 교육과정 가운데 50% 이상이 분야별 전공 교과목으로 편성된다. 전공 교과가 나와 맞는지를 반드시 판단하고 가야 한다. 학생을 선발할 때는 내신과 실기, 면접 등을 본다. 특성화고는 고교 졸업 뒤 바로 직업 선택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위한 고교다. 요리, 관광, 애니메이션, 공업, 농업, 자동차, 정보, 디자인, 방송 등 분야가 무척 다양하다. 일반입학전형의 경우, 내신, 면접, 실기 등을 본다. 직업을 일찍 찾은 뒤 나중에 대학 진학을 하려는 학생들의 관심이 많다. 김청연 <함께하는 교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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