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아시안허브에서 최진희 대표와 찬소포안씨가 캄보디아-한국어 양국어로 번역해 펴낸 동화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교육 관련 크라우드 펀딩
“캄보디아의 한 마을에 ‘쭈쭈억 할아버지’가 살았다. 그는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자 친구의 어린 딸을 데려와 결혼한 뒤 집안일을 시켰다. 왕실에서 쫓겨난 왕자의 두 아이도 반강제로 데려다 학대하고 밤에는 도망가지 못하게 나무에 묶어두었다. 계속 욕심을 부리던 그는 나중에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다가 배가 터져 죽는다.”
내용만 보면 잔혹동화 같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쭈쭈억 할아버지> 줄거리다. 2005년 결혼한 뒤 한국에 사는 찬소포안씨는 이 동화를 포함한 6편의 캄보디아 동화를 번역해 지난해 책으로 펴냈다. <캄보디아어로 읽는 한국 동화>와 <한국어로 읽는 캄보디아 동화>다. 이 동화책에는 한글, 영어, 캄보디아어가 다 실려 있다. 용인외고 봉사동아리 학생들이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면 그걸 소포안씨가 캄보디아어로 다시 바꾸는 식으로 진행했다.
특정 주제로 자금 모으고
참여자에게 선물 ·티켓 등 주는
교육 주제로 한 프로젝트 늘어 결혼이주여성·소년재판 대상 청소년 등
소수자 자립 돕자는 뜻으로 진행 책 출간은 개인적 작업이 아닌 ‘아시안허브’(www.asianhub.kr)의 사업 참여로 이뤄졌다. 아시안허브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재교육을 하고 일자리 제공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번역을 하면서 불교 관련 용어나 왕실에서 쓰는 말을 한국어로 바꾸는 작업이 힘들었다. 남편한테 물어보고 사전도 찾으면서 몰랐던 한국말을 많이 알게 됐다. 남편과 딸이 책이 나온 걸 보고 자랑스러워했다.” 소포안씨의 말이다.
아시안허브는 지난해부터 ‘엄마나라 동화책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결혼이주여성의 모국에서 읽는 동화책을 한국과 모국에서 양국어로 번역 출간하는 것이다. 최진희 아시안허브 대표는 “한국에서 캄보디아어로 된 동화책을 정식 출간한 건 처음”이라며 “결혼이주여성들한테는 한국에 모국을 알리는 계기를 주는 한편 직접 책 펴내는 일에 참여하면서 일자리도 생긴다”고 했다.
얼마전 아시안허브는 타이어와 필리핀어로 된 동화책도 만들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했다. 크라우드펀딩은 자금이 부족한 예술가나 사회활동가가 자신의 프로젝트를 알리고 대중으로부터 활동 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많이 활용돼 왔다. 최근엔 교육 관련 프로젝트에도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언론에 소개가 되거나 이슈가 되는 사안이 아니고서는 목표액을 다 채우는 게 쉽지 않다. 실제 아시안허브의 동화책 크라우드펀딩도 목표액을 다 채우지 못해, 프로젝트를 이어나가기 위해선 기업이나 개인 후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 대표는“책을 만들게 되면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의 교재로도 쓰고 캄보디아 학교에 기증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인이나 단체 후원을 원하는 사람은 아시안허브에 전화(070-8676-3028)하면 된다. 기관에 직접 후원해도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사람에게 제공했던 리워드 상품을 똑같이 받을 수 있다. 상품은 금액에 따라 감사편지와 13개국 캐릭터 색칠공부책, 캄보디아-한국어 동화책 세트 등으로 나뉜다.
러빙핸즈는 한부모나 조손가정 아동·청소년을 일대일로 돕는 사회복지 엔지오(NGO) 단체다. 최소 4년에서 10년 동안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지속적으로 멘토링을 도와준다. 이들이 정서적 지지를 받으며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러빙핸즈는 공연기획사 비손컴퍼니와 함께 ‘행복을 부르다’라는 제목의 공연을 열 계획이다. 소년재판을 받은 청소년들이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게 됐는지, 재판 과정과 이후 대안이 될 수 있는 사법형 그룹홈 이야기를 다룬 청소년 뮤지컬이다. 부산지방법원에서 소년재판을 맡고 있는 천종호 판사의 책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의 사례를 바탕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사법형 그룹홈은 천 판사가 처음 제안한 ‘대안 가정’이다.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데려와 공부나 취업 등을 도와주고 아이들과 소통하며 회복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곳이다. 현재 부산과 경남 등에 13군데 있지만 이 가운데 두 곳은 곧 문을 닫을 예정이다. 대부분 민간 차원에서 운영해 자기 집을 제공하고 운영자에 대한 인건비도 따로 없어 그룹홈을 꾸려가는 데 어려운 점이 많다.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은 재판을 통해 1~10호 처분을 받는다. 1호 처분은 집에 되돌아갈 수 있지만 10호 처분을 받으면 소년원이나 보호관찰소로 가야 한다. 공연을 기획한 김지만 비손컴퍼니 대표는 “아이들을 소년원에 보내는 게 능사가 아니었다. 소년원에서 나와 다시 똑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집에 돌아가도 부모의 무관심이나 가정불화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러빙핸즈는 현재 다음스토리펀딩(storyfunding.daum.net/project/3194)을 통해 공연 운영비와 사법형 그룹홈 지원 비용을 모으고 있다. 총 1200만원을 모으는 것이 목표인데 현재 약 30% 달성한 상태다. 러빙핸즈 최용모 활동가는 “지난해 부산에서 첫 번째 공연을 한 뒤 다른 곳에서도 이어가기 위해 스토리펀딩을 시작했다. 다른 사이트는 중소기업 물건을 팔거나 획기적인 사업에 투자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곳은 이야기를 통해 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점이 다르다”고 했다.
<행복을 부르다> 공연일은 5월28일이며 장소는 섭외 중이다. 모금은 5월6일까지 진행하며 리워드 상품으로 단체 기념품과 공연 티켓을 준다.
글·사진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참여자에게 선물 ·티켓 등 주는
교육 주제로 한 프로젝트 늘어 결혼이주여성·소년재판 대상 청소년 등
소수자 자립 돕자는 뜻으로 진행 책 출간은 개인적 작업이 아닌 ‘아시안허브’(www.asianhub.kr)의 사업 참여로 이뤄졌다. 아시안허브는 결혼이주여성들이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재교육을 하고 일자리 제공을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번역을 하면서 불교 관련 용어나 왕실에서 쓰는 말을 한국어로 바꾸는 작업이 힘들었다. 남편한테 물어보고 사전도 찾으면서 몰랐던 한국말을 많이 알게 됐다. 남편과 딸이 책이 나온 걸 보고 자랑스러워했다.” 소포안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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