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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덩치 작지만 속 알찬 학교, 학생들이 찾아옵니다

등록 2016-03-28 20:43수정 2016-03-29 10:16

소규모학교 대안적 운영 사례

1. 지난해 안미초는 신리초와 어린이날 기념 체육대회를 공동으로 열어 인원이 적을 때 하기 힘들었던 축구나 피구 등을 위주로 경기를 펼쳤다. 안미초 제공
1. 지난해 안미초는 신리초와 어린이날 기념 체육대회를 공동으로 열어 인원이 적을 때 하기 힘들었던 축구나 피구 등을 위주로 경기를 펼쳤다. 안미초 제공
전북 완주군 고산면에 위치한 양화분교장은 ‘공동통학구형’ 어울림학교다. 다른 학군에 있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봉동초등학교(완주군 봉동읍 소재)와 하나의 학군으로 묶어 봉동초 학생들이 원한다면 주소지를 옮기지 않아도 양화분교장에 전입할 수 있다. 두 학교가 있는 지역을 오가는 스쿨버스도 운영하고 있다.

김민제 교사는 “작은 학교에 어울리는 학생이 있다. 큰 학교에서는 소외되고 존재감 없던 아이들도 이곳에서 맞춤형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공부에 재미를 붙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보통 교사 혼자 20~30명을 맡는 큰 학교에 비해 이 학교는 교사 1인당 5~6명을 맡는다. 이 때문에 일대일로 관심을 갖고 수준별 교육을 할 수 있다.

지난해 소규모학교 통폐합 기준 강화
강원·전북 등은 학교 절반 사라질 판

교육청 차원 ‘작은학교 살리기’ 활발
큰학교-작은학교 공동학군 묶어 교류
체육대회 등 활동 함께 진행하기도
소수인원 맞춤형 수업 가능해지며
학부모들 찾아오는 사례도 늘어

2. 안미초와 신리초는 중국으로 현장체험학습도 함께 떠났다. 사진은 안미초 학생들 모습.  안미초 제공
2. 안미초와 신리초는 중국으로 현장체험학습도 함께 떠났다. 사진은 안미초 학생들 모습. 안미초 제공
산골학교다 보니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생태교육과 숲교육도 진행한다. 아이들은 계절별로 산에서 직접 채취한 재료로 전통음식을 만들고 강아지·토끼·닭 등을 직접 기른다. 일주일에 한번 진행하는 전체 회의 시간에는 교사와 학생이 모두 둘러앉아 학교 문제점을 이야기하거나 행사 계획을 직접 짠다. 학생 수가 적어서 전교생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지난해 말 교육부는 ‘적정규모학교 육성 및 분교장 개편 권고기준안’을 발표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구도심 지역 공동화 현상과 학교 간 격차를 줄이려는 목적이었다. 통폐합 기준은 면·도서벽지 지역의 학교는 60명 이하, 읍·면지역은 초등 120명, 중등 180명 이하, 도시는 초등 240명, 중등 300명 이하다. 기존에는 읍·면 단위 학교는 60명, 도시는 200명 이하였다.

교육부 기준에 따르면 양화분교장은 통폐합 대상이지만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덕분에 오히려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지역의 특성을 활용한 교육과정을 운영해 학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졌다. 한 학급당 정원이 5명이라 1년에 받을 수 있는 학생 수가 한정돼 있어 전입을 원하는 학생 대기자 명단이 있을 정도다.

학교-학교, 학교-마을 상생 전략 세워

교육부 안은 권고 수준이라 모든 학교가 통폐합을 해야 하는 건 아니다. 대신 통폐합을 하면 학교 규모나 급에 따라서 40억~110억원까지 인센티브를 준다. 강제는 아니더라도 예산이 필요한 시도교육청에는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학생 수가 적다고 학교 문을 닫는 것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실제 교육부 기준에 따르면 강원도와 전북 지역 등은 학교 절반 가량을 없애야 할 판이다. 운영의 효율성을 근거로 삼고 있지만 가뜩이나 젊은층이 빠져나가는 시골의 경우, 학교가 사라지면 자녀 교육을 위해 그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

3. 양화분교장 학생들이 텃밭활동 시간에 퇴비를 나르고 있다. 양화분교장 제공
3. 양화분교장 학생들이 텃밭활동 시간에 퇴비를 나르고 있다. 양화분교장 제공
전북교육청의 경우 자체 통폐합 기준안은 ‘20명 이하 학교 중 학부모 전원 찬성시’라고 나와 있다. 교육청 담당자는 “이전부터 작은 학교 통폐합 대신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통폐합 관련해 별도로 추진 중인 사업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전북교육청은 교육부의 정책방향과 달리 2012년 하반기 이후 통폐합을 추진하지 않고 오히려 적정규모 학교 육성과 농어촌학교 살리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역 특색에 맞게 농어촌 학교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어울림학교’를 운영 중이다. 봉동초와 양화분교장처럼 인근 큰 학교와 작은 학교를 공동 통학구역으로 설정하거나 작은 학교들 간 협력을 이끌어내고 주변의 환경을 이용한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내용이다.

4. 양화분교장 학생들이 방과후시간에 우쿠렐레를 배우고 있다.  양화분교장 제공
4. 양화분교장 학생들이 방과후시간에 우쿠렐레를 배우고 있다. 양화분교장 제공
양화분교장은 지역의 구심체가 돼 오히려 마을 주민들을 끈끈하게 엮는 구실도 한다. 김 교사는 “양화리에서 관공서 구실을 하는 곳은 우리 학교 하나다. 마을 주민들이 팩스를 보낸다거나 공문서 처리를 하러 학교로 온다. 안 그러면 하루 몇 번 안다니는 버스를 타고 읍내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급한 일이 생겼을 때 학교와 주민들은 도움을 주고받는 것에 익숙하다.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없는 재료가 있으면 근처 주택에 가서 빌려오기도 한다. 이 학교를 졸업한 어르신들은 낙엽 쌓인 걸 보고 학교 관리를 제대로 안 한다고 훈수를 두기도 한다. 김 교사는 “아이들과 마을 산책을 나가면 어른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다가와 반긴다. 학교에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마을도 함께 살아난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김점수(51)씨는 전주에서 살다 아이를 이 학교에 보내기 위해 집을 지어 이사했다. “도시에서 지내며 위에 형제들을 다른 엄마들 하는 것처럼 다 교육해봤는데 특별한 효과도 없었고 아이가 늦둥이라 버릇도 없어서 시골학교로 가보기로”했다. 김씨는 “이곳은 전교생 수가 적어서 친구들뿐 아니라 형이나 누나랑 친형제같이 지내고 도시에서처럼 학원 쫓아다니며 불안하게 지내지 않아도 된다”며 “학교 행사 때 마을 주민들이 와서 다 같이 어울리는데 어릴 적 초등학교 운동회 했던 기억이 떠올라 좋았다”고 말했다.

권고안 무작정 따르기보다 대안 찾는 학교들

강원도교육청은 본교 15명, 분교 5명 이하로 자체 통폐합 기준을 만들어 학교가 원할 경우에만 통폐합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작은 학교끼리 연합교육 활동하는 것도 장려한다. 관내 소규모학교들이 교내 행사나 체험학습 등을 함께 치르는 것이다.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에 위치한 안미초는 지난해 신리초와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했다. 두 학교 간 거리는 차로 15분 정도지만 수업을 연계하기는 사실상 어려웠다. 학생들과 함께 준비하고 이동하는 시간 때문에 다음 수업이 지체되기 때문이다. 대신 비교과 활동 위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선균 교사(현재 원주 단구초 근무)는 “두 학교 모두 전교생이 30명이 조금 넘는다. 지난해 봄 체육대회를 한 학교서 같이 열었다. 인원이 적을 때 하기 힘들었던 축구나 피구 등을 위주로 하니 아이들도 더 재밌어하고 경기도 활발히 이뤄졌다”고 말했다.

두 학교는 함께 중국으로 현장체험학습도 다녀왔다. 5, 6학년생과 교사들이 모여 버스 한 대로 움직이다 보니 비용 절감도 되고 아이들도 다함께 어울리면서 친분을 쌓는 계기가 됐다. 이 교사는 “체험활동을 함께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보 교환은 물론 더 나은 방향을 찾기 위해 의논도 하고 현장에서 아이들을 인솔하기도 수월했다”고 말했다.

특히 시골학교는 도시에 비해 문화적 혜택이나 학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도 외부 체험활동에 신경을 쓴다. 일부 교육청에서는 시골 학생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특별 지원도 해준다. 학교 전체 예산을 두고 봤을 때 학생 수가 적은 시골학교는 1인당 교육비가 그보다 규모가 큰 학교보다는 많은 편이다. 학생들은 학교 지원을 받기 때문에 방과후 수업비나 외부 체험학습 비용을 전혀 안 내거나, 다른 큰 학교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적게 낸다.

이 교사는 “지원은 받지만 시골은 대도시에 비해 방과후강사를 데려오는 게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 주변이나 지역의 인적 자원을 발굴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인근 군부대와 교육기부 협약을 맺었다. 골프·바둑·피아노·미술·드럼 등을 전공한 군인들이 일주일에 두 번씩 찾아와 아이들을 가르쳤다. 지역의 특성상 숲이 많아 숲해설가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점을 이용해 그들과 함께 생태교육도 진행했다.

소규모라고 학교를 무조건 없애기보다 지역을 옮겨서 운영을 유지토록 하는 방법도 있다. 기존의 구도심에 위치해 소규모 학교로 전락할 학교를 새로운 택지 개발하는 지역으로 이전 신설하는 것이다. 학교의 이름과 전통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학생 유입을 꾀할 수 있다.

신도심이 들어선다고 해서 학생 수 자체가 느는 게 아니라 기존의 학생이 지역 이동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학교를 새로 짓기보다 기존의 학교를 옮겨 운영하는 게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람이 줄어드는 구도심의 학교를 신도시로 이전시키는 것을 권장하지만 결정은 시도교육청에서 한다”며 “수요와 공급이 맞아야 하기 때문에 모든 신설학교를 이런 식으로 운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문채병 전북교육자치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소규모학교를 살리기 위해서는 군 단위 인문계고의 집중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육청에서 초·중학교 혁신학교 확대만 신경 쓰고 있어서 상급학교인 고등학교 선호도는 역으로 약화되고 있다. 고등학교에 대한 신뢰도가 있고 진학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명확해야 학부모가 농어촌 초·중학교에 자녀를 마음 놓고 보낼 수 있다. 도시학교로 향하는 ‘탈농촌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초·중학교는 물론 고등학교도 함께 살려야 한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관련기사]
▶기숙사 만들고 특화 프로그램 다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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