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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선생님-아이-학부모 서로 별칭 부르며 어울리는 ‘놀이천국’

등록 2016-03-08 20:36수정 2018-10-05 16:45

공동육아 어린이집인 서울 강북구 우이동 ‘꿈꾸는 어린이집’에서 7일 오후 어린이들이 학부모, 선생님들과 함께 전래놀이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공동육아 어린이집인 서울 강북구 우이동 ‘꿈꾸는 어린이집’에서 7일 오후 어린이들이 학부모, 선생님들과 함께 전래놀이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공동육아어린이집 기자가 체험해보니
“공동육아 어린이집이요? 부모들이 함께 운영하는 어린이집 아닌가요?”

1994년부터 시작된 공동육아 운동이 벌써 22년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잘 모르는 부모도 여전히 많다. 공동육아 운동을 이끌어온 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소속 공동육아 어린이집(공동육아 협동조합 어린이집)은 현재 68곳에 이른다. 매년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3~4곳 생기는 추세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생활을 더 생생하게 알고 싶어 지난 7일 공동육아 어린이집 한 곳을 찾았다. 1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강북구 북한산 자락 밑에 위치한 꿈꾸는어린이집이다. 3살 2명, 4살 2명, 5살 7명, 6살 8명, 7살 7명 총 26명의 아이가 생활하고 있는 이곳에서 기자는 학부모 진영균(36·별칭 악어)씨와 함께 일일교사 체험을 했다.

서울 강북구 북한산 자락
17년 역사 꿈꾸는어린이집

 

영어·한글 교육 등 짜여진 수업 대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등원해 주말 얘기 등으로 재잘재잘
곧이어 7~8분 거리 둘레길 나들이
정신없이 놀다보니 어느덧 점심

밥 먹고 자유롭게 놀다가
동화책 들으며 낮잠 꿈나라로 

오후에도 강강술래·덕석말이 등
전래놀이로 시간가는 줄 몰라

 

엄마가 데리러 나타나자
“벌써? 집에 가기 싫어~” 투정

자연스럽게 친구처럼 반말

공동육아어린이집 꿈꾸는어린이집 아이들이 7일 오전 북한산 둘레길에서 바깥놀이를 하고 있다.  진영균씨 제공
공동육아어린이집 꿈꾸는어린이집 아이들이 7일 오전 북한산 둘레길에서 바깥놀이를 하고 있다. 진영균씨 제공
“누구 아마예요?” “이름이 뭐예요?”

낯선 사람에게 아이들은 서슴없이 물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는 ‘아마’라는 용어를 쓴다. 아마는 아빠와 엄마의 줄임말이다. 아이들은 보통 다른 부모를 부를 때 ‘○○ 엄마’ ‘○○ 아빠’라고 부르는데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는 교사, 부모를 별칭으로 부른다. 기자는 별칭을 ‘마당’으로 정하고 일일교사로 왔다고 소개했다. 꿈꾸는어린이집의 대표교사 동산(별칭)은 “별칭으로 부르면 훨씬 친근감 있고 부르기 편하다. 교사랑 부모도 동등한 관계이고, 아이들도 주체적 존재로서 대하기 위해 별칭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기자를 친구처럼 받아들였다. “마당, 아들 있어?” “마당, 몇 살이야?” “마당, 내 동생이 몇 살인지 알아맞혀 보세요” “난 마당 옆에서 간식 먹을 거야. 마당, 괜찮지?”

‘아줌마’ ‘선생님’ ‘저기요’라는 호칭보다 별칭은 훨씬 정다웠다. 아이들과도 쉽게 가까워졌다. 교사 동산은 “초창기에는 존댓말 관련 논란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자기가 편한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본능적으로 안다”며 “나들이를 가면서 만난 어른들한테는 존댓말을 쓴다”고 말했다.

교사 채용·일일교사 부모 동참

오전 9시 반이 되니 아이들이 모두 등교했다. 간식을 먹고 9시45분부터 3~7살 아이들과 교사 모두 한방에 둥그렇게 모여 ‘아침 열기 모둠’을 시작했다. 아이와 교사 한명 한명 노래를 하며 이름을 부른 뒤, 주말 동안 지낸 이야기를 했다. 하루 일과와 주간 일정도 소개했다. 이번주 목요일에는 생일잔치가 있고, 금요일에는 은행을 구워 먹고 된장 담그는 행사가 있다.

“얘들아~ 얘들아~ 이것은 나무에 나는 열매인데, 아~ (코를 잡으며) 냄새나는 거야. 뭘까?”

“아이스크림” “땡!” “은행” “딩동댕~”(모두 박수)

“동산! 은행은 정말 맛이 없는데~ 난 떡국 먹고 싶은데~”

“떡국은 지난번에 먹었잖아. 집에서 아마에게 해달라고 해. 오후에는 된장 담그기 활동을 할 거야.”

“아이~ 된장은 (냄새) 더 심한데~”라고 누군가 말하자 모두가 깔깔깔 웃었다.

“얘들아~ 동산이 또 할 이야기가 있어. 토요일은 경칩이었어. 이게 뭐냐면 개구리들이 땅속에서 자다가 기지개를 켜고 이렇게 나오는 날이래.”

“점프도 뛰고 그랬어?” “그렇지.”

“그럼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을 말해볼까?”

“곰” “딩동댕” “코뿔소” “땡!” “코뿔소는 겨울잠 안 자거든” “다람쥐” “딩동댕~”

공동육아 어린이집인 서울 강북구 우이동 꿈꾸는 어린이집에서 7일 오후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장난을 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공동육아 어린이집인 서울 강북구 우이동 꿈꾸는 어린이집에서 7일 오후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장난을 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어린이집의 주요 활동은 대부분 3~7살 아이들이 함께 모여 이뤄졌다. 영어나 한글 교육 등 구조화된 수업 프로그램도 없었다. 모든 교육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방식이었다. 공동육아에서는 어우러짐과 평등을 강조한다. 일반 어린이집에서는 연령대별로 반을 나눠 프로그램 형태로 수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은 어린이집 운영 전반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 국가지원 보육료 외에도 매달 보육료 30만원을 더 내고, 가구당 300만~800만원(지역 전세금 시세에 좌우됨)의 출자금도 냈다. 그래서 교사들의 월급이 일반 어린이집보다 높은 편이고, 교사 대 아동 비율도 낮다. 부모들의 전원 합의로 폐회로텔레비전(CCTV)도 설치하지 않았다. 교사를 뽑을 때도 학부모 대표가 함께 참여하고, 식단 짤 때도 의견을 낸다. 대청소에도 참여한다.

내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과 노는 시간을 ‘하원 아마’라고 하는데 한 달에 한 번 한다. 부모의 일일교사 체험은 가정당 세 번 한다. 함께 일일교사 체험을 한 학부모 악어(별칭)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을 보면 응팔 세대는 온 동네가 아이를 함께 키우고, 아이들도 함께 어우러져서 생활한다”며 “응팔의 골목길 문화를 어린이집에 재현해놓았다”고 평가했다.

빨리 먹으라 채근 않고 널널하게

“얘들아~ 바깥나들이 가자.” 아이들은 주섬주섬 겉옷을 스스로 입었다. 평소보다 늦었다. 어린이집에서 7~8분만 걸어가자 북한산 둘레길이 바로 나왔다. 형님과 아우가 손을 잡고 교사가 인솔해 산으로 향했다. 교사 진주(별칭)는 “매일 오전 10~12시 바깥나들이를 간다”며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공동육아어린이집 꿈꾸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7일 오전 북한산 둘레길에서 바깥 나들이를 하고 있다. 진영균씨 제공.
공동육아어린이집 꿈꾸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7일 오전 북한산 둘레길에서 바깥 나들이를 하고 있다. 진영균씨 제공.

숲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하나둘씩 뛰기 시작했다. 경사가 있어 “어~ 어~ 조심~”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러나 교사 누구도 “뛰지 마” “조심해”라고 말하지 않았다. 4~5살 아이들도 비탈길을 오르내리는 걸 보니 신기하기만 했다. 넘어질 듯 넘어질 듯 절대 넘어지지 않았다. 낙엽 위를 뛰어다니고, 나무 위로 올라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뭇가지를 들고 “변신~ 매카니멀~”을 외치는 아이들도 있었다. 술래잡기 놀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 등을 신나게 하니 벌써 식사시간이 다가왔다.

식사는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주방 교사가 큰 그릇에 반찬과 밥을 준비해놓으면 아이들이 그릇, 물, 반찬 등을 2층으로 실어 나른다. 모든 식재료는 생협 제품을 사용한다. 아이들은 여유있게 밥을 먹는다. 7살 단짝 친구 슬아(가칭)와 지영(가칭)이는 깔깔대며 이야기를 나누다 가장 늦게까지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선생님들은 “빨리 먹으라”고 말하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식사 시간이 끝나고 각자 자유롭게 놀다 낮잠 시간 전에 일일교사 악어와 마당이 그림책 두 권을 읽어주었다. 1시간 정도 낮잠을 잔 아이들은 각자 이불을 개고 간식을 먹었다. 오후에는 안전교육과 통합놀이인 전래놀이가 진행됐다.

“뛰어보세~ 뛰어보세~ 윽씬윽씬 뛰어나보세” “강강술래~ 강강술래~”

교사와 아이들이 둥그렇게 모여 손을 잡고 신나게 뛰었다. 덕석말이 놀이, 콩주머니 놀이 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놀았다. 한참 놀고 있으니 학부모들이 한두명씩 오기 시작했다. 6살 소은(가칭)이는 엄마가 나타나자 “왜 이리 일찍 왔어. 벌써 집에 갈 시간이야? 집에 가기 싫어”라고 말했다. 형·아우가 어우러져 신나게 노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아이들에겐 ‘놀이 천국’이었다.

[공동육아어린이집, 이것이 궁금]

출자금 내 주민 자치로 운영
‘놀이가 생활이자 배움’ 철학

공동육아어린이집에 대해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의 도움을 받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문: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은 어떻게 만드나요?
답: 일정한 보육료를 지급하고 아이만을 맡기는 기존의 어린이집, 유치원과 달리 0~10살의 아동을 둔 30여가구가 한 지역 조합의 단위가 되어 가구당 300만~800만원(지역 전세금 시세에 좌우됨)의 출자금으로 설립해 주민자치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조합원 하나하나가 어린이집 운영에 직접 참여해 조직 형태, 정관, 교사 채용 및 장소 선정은 물론 시설, 어린이집 생활, 운영 방법 등의 원칙과 내용을 함께 채워나간다.

문: 출자금은 돌려받나요?
답: 출자금은 조합원이 탈퇴할 때 돌려주어야 할 부채라고 할 수 있다. 출자금은 터전의 구입 및 임대비용(전세금)으로만 사용하고, 소비되어 버리는 운영비, 시설비에는 쓰지 않는다.

문: 공동육아는 놀기만 한다는데 문자, 셈 등 인지교육은 어떻게 하나요?
답: 책상에 앉아 손에 연필을 쥐고 하는 공부만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생활이자 배움이고, 창조이자 삶 그 자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공동육아 아이들은 매일 나들이 가면서 눈과 귀, 코와 입, 그리고 살갗에 닿는 감각으로 자연의 변화를 느낀다. 풍부한 체험은 언어, 몸, 미술 표현으로 살아난다. 열린 시간과 공간에서 아이들이 놀이감을 스스로 찾아 놀기 때문에 아이들 자신의 자율적 의지와 선택을 존중받는다. 그림책과 동화책을 많이 읽어주고 보기 때문에 문자에 익숙해진다. 모둠을 통해 표현력과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는 훈련이 저절로 된다. 아이가 어릴 때는 생일카드와 편지를 교사가 아이 말을 받아 적어주지만, 예닐곱살 정도 되면 그림이나 틀린 맞춤법으로나마 직접 편지와 카드를 주고받는다.

문: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이뤄지는 교육의 특징은?
답: 자연과 친화적인 생태교육을 중시한다. 자발적 놀이와 전통문화를 재구성하는 전래놀이, 세시절기 교육, 옛이야기 들려주기, 감수성을 드러내는 다양한 표현 활동, 생활습관 교육 등도 함께 한다. 놀이 교육은 아이들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조직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외에도 관계교육, 통합교육도 함께 한다.

문: 우리 집 근처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알아보려면?
답: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누리집(www.gongdong.or.kr/)에서 각 지역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찾아볼 수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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