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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배가 아파”…학교 가기 싫다는 신호

등록 2016-02-22 19:58수정 2016-02-23 08:38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배가 아파.” 아이들이 하는 이런 말 속에 “오늘은 유치원 안 가고 싶어”라는 뜻이 있다는 걸 아이들을 키우면서 알게 됐다. 유독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는 날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런 날은 인라인스케이트 수업이 있었다. 아이에게 높은 위치에서 고정되지 않은 상태로 타야 하는 인라인스케이트는 겁이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아이에게 연습의 중요성을 참 많이 얘기했는데, 그게 아이를 얼마나 안심시켰을지는 모르겠다.

새학년, 새학기가 되면 아이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늘어난다. 유치원 아이들뿐만 아니라, 중·고교생들도 두통이나 복통 등 여러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거나 등교 거부를 하기도 한다. 요즘은 부모도 덩달아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리 아이가 학기 초 학급에서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친구들과 급식을 잘 먹고 있는지, 수업은 잘 따라가는지 등 비상한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엄마, 6학년이 되면 새로운 친구를 잘 사귈 수 있을까?” 겨울방학 동안 둘째아이는 종종 이렇게 묻곤 했다. 5학년 내내 다른 반에 있는 단짝과 주로 어울리다 몇 번 갈등을 겪으면서 친구에 대한 생각을 여러 가지로 하게 된 모양이었다. 그에 비해 큰아이는 “선배들 이상하면 어떡하지?”, “대학은 꼭 다녀야 돼?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상관없는 공부는 왜 해야 해?”라는 말을 한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낯선 환경에 대한 걱정과 대학 진학에 대한 실감으로 공부에 대한 부담을 부쩍 받는 중이다.

새학기 증후군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아이들은 교사와 학급 아이들에 대한 막연한 불평을 늘어놓는다. 또 아침에 유독 잘 일어나지 못한다. 짜증을 잘 내고, 잦은 복통이나 두통 등을 호소한다. 이런 양상들을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이유는 이런 태도가 학교생활 부적응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사시사철 달고 사는 아이인지라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유 없이 학교 가기 싫어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알고 보면 그때그때마다 아이에겐 나름의 고민이 있다.

부모의 생각과 달리 아이들은 부모에게 고민을 얘기했다가 혼날 수도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게 우선이고, 그다음에 평소 대화를 통해 아이가 늘어놓는 불평과 불만 속에 깔려 있는 불안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고자 애써야 한다. 이유는 분명히 있다. 언젠가 갈등이 있었던 아이가 같은 반에 배치되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거나 그밖에 뭔가 스스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할 만한 상황이 있는 것이다. 때로는 학교 선생님과의 면담을 통해 아이의 학교생활을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의외로 학교에서 잘 적응하는데 집에서만 그런 얘기들을 한다는 건, 그만큼 위로와 지지, 안정감을 얻고 싶다는 뜻이다.

하루 종일 낯선 환경에서 압박감과 불안감에 시달리고 온 아이는 부모에게서 안정감을 얻고 싶을 것이다. ‘왜 이렇게 약한 거니’ 하는 눈빛으로 안타깝게 바라보지 말자. 어떤 아이들에게는 저절로 되는 것 같은 적응이 우리 아이에게는 많은 애씀과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조금 더딜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낯섦을 이겨내는 게 누구에게나 똑같은 과정일 수는 없다. 그리고 무조건 달래려고 하지 말자. “조금만 견디면 돼, 괜찮아질 거다”라는 말로 강요하지 말고, 그때그때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긴장됐구나”, “어색했구나” 등 적절한 감정표현을 알려주면 좋다. 아이가 힘들다고 할 때는 ‘꾀병’이라고 여기지 말고, “힘들었구나”라며 그 마음을 알아주면 된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새학기에는 특히 일부러라도 시간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아이가 지각 등을 하진 않는지, 수행평가 등의 부분에서 소홀하지 않는지 등을 신경써줄 수 있어야겠다. 보통 또래 아이들은 자기관리를 잘 못하고 피해를 준다고 여기는 아이들에게 너그럽지 않다. 이런 상황은 아이의 더딘 적응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좀 더 확보하면서 아이가 말하고 싶어 할 때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부모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그 힘으로 심리적 스트레스를 이겨내게 된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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