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 독산동 독산고의 학교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학교매점에서 점심을 마친 학생들이 매점에 들러 물건을 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학교 안 협동조합
서울 금천구 독산고등학교에서는 지난해 학생들이 직접 힘을 모아 학교 안팎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기회를 주는 체인지 메이커 프로젝트, ‘사슴사냥 게임(협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제학 게임 명칭)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를 통해 학생들이 보여준 결과물은 교사들도 깜짝 놀라게 했다. 학생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주변에서 개선할 문제를 찾아 함께 해결해 볼 것’이라는 과제를 풀었다. 학교 성교육 수업이 학생들의 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기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 학생들은 보건교사와 함께 성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우리의 궁금증은 우리가 풀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일이다.
교육계도 협동조합 바람
학교 안 조합 활동 활발해져 교육과정서 속시원히 못다룬 성교육
학생들 터놓고 말하는 토크콘서트 준비
교복나눔 행사, 진로세미나 등도 진행
경제 공부 넘어 시민의식 키울 기회 홍태숙 독산고 교사는 “‘생리 중 관계를 가지면 임신이 안 되나요?’ 등 적나라한 질문까지 편하게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며 “특히 학교에서 여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던 학생들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모두가 즐겁게 배울 수 있는 학교 만들기에 학생들의 힘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기존 교육과정이 채워주지 못했던 ‘구멍’을 스스로 찾고, 메워가는 힘을 보여줬다. 함께 힘을 합쳐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긍정적 변화를 주는 협동의 가치를 스스로 구현한 셈이다. 최근 들어, 학교 현장에는 이런 협동의 가치를 보여주는 협동조합 활동이 활발하다. 지난달 28일, 경기도교육청에서 2016년 교육협동조합 활성화 사례 발표회 및 협동조합 학교네트워크 발대식이 열렸다. 도내 학교들에서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운영하는 교육협동조합들이 그간의 활동 내용을 공유하고, 다른 협동조합과 협력 프로젝트를 고민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였다. 용인 흥덕고, 이천 한국도예고 등 총 7개 학교가 참가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에스비에스(SBS) 일요특선 다큐멘터리에서 영국 학교협동조합 이야기를 담은 <협동조합은 학교다>를 방영하기도 했다. 학교 현장에서 협동조합 관련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11년 서울 구로 영림중학교에서다. 학부모 30여명이 출자금을 모아 친환경 먹거리를 파는 교내 매점을 협동조합 형식으로 만들었다. 그 뒤 경기 성남시 복정고 등 여러 학교에서 학교 매점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교 안 협동조합의 교육적 가능성은 비단 매점 운영에 그치지 않는다. 매점에서 시작된 흐름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는 물론 지역사회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산고에서 운영하는 독산누리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사슴사냥 게임대회를 비롯해 지난해에만 27가지에 이르는 사회적 경제 관련 교육 활동을 학교 안팎에서 펼쳤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동조합 활동으로 유명한 충남 홍성의 홍동마을을 방문하는 1박2일 사회적 경제 캠프도 열었고, 학교에 마련한 ‘에코옷장’ 등을 통해 교복을 나누기도 했다. 또 학부모들이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천원으로 여는 학생 대상 취미강좌 ‘천원교실’, 사회적 경제 영역의 전문가를 초빙해 여는 진로세미나 등의 활동도 있다. 전 학교협동조합지원네트워크 연구위원이자 현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수원씨는 “학교 안 협동조합은 학생들의 문제해결능력과 민주시민 역량을 키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와 학교를 결합시키는 등 다양한 곳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경제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학교 안 협동조합의 힘이죠. 힘을 모아 함께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우면서 아이들이 주체적인 시민의식은 물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데도 어려움은 있다. 성남 복정고 교육협동조합 학생이사로 2년간 활동한 2학년 박성현군은 “학생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정고의 경우 조합원 약 350명 가운데 학생 조합원이 과반수가 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 학생들의 공감을 얻는 일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걸 느껴요. 상대적으로 비싼 친환경 먹거리를 사더라도, 그 혜택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협동조합 모델인데, 가격이 비싼 것에만 집중해서 보는 경향도 있거든요. 협동조합 게임 등을 활용해 쉽고, 재미있게 협동조합의 가치를 알리고, 더 재미있는 활동들을 많이 열어보고 싶어요.” 독산고 학생이사 문혜빈양 역시 “학생 조합원들의 두터운 공감대 형성을 위해 계속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경제 과목을 배우더라도, 문과 학생들에게 국한되는 경우가 있죠. 이런 부분들이 조금 안타까워요. 제가 1학년 때 학교 협동조합 매점이 생겼지만, 어떻게 운영되는 것인지 전혀 몰랐거든요. 지금은 협동조합 활동처럼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도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 안 협동조합은 사회적 경제의 실현 모델이기도 하지만, 교육적 가치도 크다. 문양은 “조합원 활동을 하면서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힘이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는 용기가 커졌다”고 말했다. 정유미 <함께하는 교육> 기자 ymi.j@hanedui.com
학교 안 조합 활동 활발해져 교육과정서 속시원히 못다룬 성교육
학생들 터놓고 말하는 토크콘서트 준비
교복나눔 행사, 진로세미나 등도 진행
경제 공부 넘어 시민의식 키울 기회 홍태숙 독산고 교사는 “‘생리 중 관계를 가지면 임신이 안 되나요?’ 등 적나라한 질문까지 편하게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며 “특히 학교에서 여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던 학생들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모두가 즐겁게 배울 수 있는 학교 만들기에 학생들의 힘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기존 교육과정이 채워주지 못했던 ‘구멍’을 스스로 찾고, 메워가는 힘을 보여줬다. 함께 힘을 합쳐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긍정적 변화를 주는 협동의 가치를 스스로 구현한 셈이다. 최근 들어, 학교 현장에는 이런 협동의 가치를 보여주는 협동조합 활동이 활발하다. 지난달 28일, 경기도교육청에서 2016년 교육협동조합 활성화 사례 발표회 및 협동조합 학교네트워크 발대식이 열렸다. 도내 학교들에서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운영하는 교육협동조합들이 그간의 활동 내용을 공유하고, 다른 협동조합과 협력 프로젝트를 고민할 수 있도록 마련한 자리였다. 용인 흥덕고, 이천 한국도예고 등 총 7개 학교가 참가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에스비에스(SBS) 일요특선 다큐멘터리에서 영국 학교협동조합 이야기를 담은 <협동조합은 학교다>를 방영하기도 했다. 학교 현장에서 협동조합 관련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11년 서울 구로 영림중학교에서다. 학부모 30여명이 출자금을 모아 친환경 먹거리를 파는 교내 매점을 협동조합 형식으로 만들었다. 그 뒤 경기 성남시 복정고 등 여러 학교에서 학교 매점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교 안 협동조합의 교육적 가능성은 비단 매점 운영에 그치지 않는다. 매점에서 시작된 흐름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는 물론 지역사회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산고에서 운영하는 독산누리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 사슴사냥 게임대회를 비롯해 지난해에만 27가지에 이르는 사회적 경제 관련 교육 활동을 학교 안팎에서 펼쳤다.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동조합 활동으로 유명한 충남 홍성의 홍동마을을 방문하는 1박2일 사회적 경제 캠프도 열었고, 학교에 마련한 ‘에코옷장’ 등을 통해 교복을 나누기도 했다. 또 학부모들이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천원으로 여는 학생 대상 취미강좌 ‘천원교실’, 사회적 경제 영역의 전문가를 초빙해 여는 진로세미나 등의 활동도 있다. 전 학교협동조합지원네트워크 연구위원이자 현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주수원씨는 “학교 안 협동조합은 학생들의 문제해결능력과 민주시민 역량을 키워주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와 학교를 결합시키는 등 다양한 곳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경제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학교 안 협동조합의 힘이죠. 힘을 모아 함께 당면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우면서 아이들이 주체적인 시민의식은 물론 자신감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데도 어려움은 있다. 성남 복정고 교육협동조합 학생이사로 2년간 활동한 2학년 박성현군은 “학생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정고의 경우 조합원 약 350명 가운데 학생 조합원이 과반수가 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 학생들의 공감을 얻는 일에 더 노력해야 한다는 걸 느껴요. 상대적으로 비싼 친환경 먹거리를 사더라도, 그 혜택이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협동조합 모델인데, 가격이 비싼 것에만 집중해서 보는 경향도 있거든요. 협동조합 게임 등을 활용해 쉽고, 재미있게 협동조합의 가치를 알리고, 더 재미있는 활동들을 많이 열어보고 싶어요.” 독산고 학생이사 문혜빈양 역시 “학생 조합원들의 두터운 공감대 형성을 위해 계속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경제 과목을 배우더라도, 문과 학생들에게 국한되는 경우가 있죠. 이런 부분들이 조금 안타까워요. 제가 1학년 때 학교 협동조합 매점이 생겼지만, 어떻게 운영되는 것인지 전혀 몰랐거든요. 지금은 협동조합 활동처럼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다는 생각도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 안 협동조합은 사회적 경제의 실현 모델이기도 하지만, 교육적 가치도 크다. 문양은 “조합원 활동을 하면서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힘이나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는 용기가 커졌다”고 말했다. 정유미 <함께하는 교육> 기자 ymi.j@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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