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청중 2학년 학생들이 19일부터 학교 축제로 열리는 ‘양재천 꾸미기 설치전-도심속 우리들의 이야기’ 전시회에 선보이게 될 작품을 직접 만들어 양재천가에 설치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서울 대청중 2학년 400명의 신바람
‘강남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앞에 자리잡은 서울대청중학교(교장 박종우)는 요즘 시끌벅적하다. 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면 학생들이 ‘설치미술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학교 2학년 학생 400여명은 지난 한 주일 동안 19일부터 시작하는 ‘양재천 꾸미기 설치전-도심 속 우리들의 이야기’ 행사를 준비해 왔다. 이 설치전은 이 학교가 직접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 3회째다. 오후 3시면 양재천 나가 설치미술작품 함께 만들어
“학교에 모처럼 생기” 학생들은 작품을 만드는 일주일 동안 학원도, 과외도 ‘끊고’ 밤늦게까지 가위와 붓을 들고 작업을 했다. 2학년 9반 박현서(15)양은 “친구들하고 양재천에 나가 작품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재료를 자르고, 색칠하는 모든 과정을 스스로 하니까 ‘무언가 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양이 속한 2학년 9반 37명 가운데 학원을 다니지 않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학원 두세 곳을 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많게는 일주일에 열 곳 넘는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학원 가야 할 시간을 빼앗기는 데 대해 탐탁히 여기지 않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설치전 덕분에 반 친구들과 더욱 친해지게 됐다”고 설치전을 반겼다. 김정석(15)군은 “학교 끝나면 학원 가느라 친구들과 모여서 놀아본 적이 없었는데 설치전 준비를 하면서 친구들과 더 가까워졌다”고 좋아했다. 이번 설치전은 24일까지 양재천 영동4교~영동5교 사이에서 열린다. 2학년 8반 성연진(15)·정세연(15)양 등 7명은 훌라후프와 0점짜리 시험지 등을 재활용해 온갖 학원이 빼곡이 들어선 지구본을 만들었다. 백점만 강요하는 학벌사회를 꼬집는 작품이다. 이처럼 중학생들의 발랄한 착상과 기지가 넘치는 작품 60여점이 양재천을 찾는 시민들과 만난다. 전시회를 준비한 미술교사 임충재씨는 “찍어내듯 똑같은 교육에 내몰리는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생각대로 작품을 만들어 보도록 해 성취감과 자신감을 되찾게 해주고 싶었다”며 “설치전을 준비하면서 방과후 공 차는 아이들조차 없던 학교에 모처럼 생기가 돌아온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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