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청소년들의 정책 참여 활동이 늘고 있다. 지난해 청소년특별회의 위원 학생들이 어린이청소년인권페스티벌에 참가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께 편지쓰기 활동을 벌였다.
청소년 정책참여 활동
‘청소년은 자기 삶의 주인이다.’
남화성(32)씨는 고교 시절 청소년수련관에 들렀다 우연히 벽에 붙은 청소년 헌장을 봤다. 그 가운데 한 문장이 와 닿았다. 그는 ‘우리가 진짜 자신의 삶의 주인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서 청소년 관련 정책이나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남씨는 대학에 들어간 뒤 ‘청소년운영위원회’(이하 청운위)와 ‘청소년특별회의’(이하 청특) 활동을 했다. 이 기구는 중·고교생이 주축이지만 대학생도 참여가 가능했다. 그가 다니던 청소년수련관은 여성회관과 어린이도서관이 함께 있는 복합시설이었다. 이 때문에 청소년 전용공간 확보가 어려웠다. 그는 청운위를 통해 동아리 전용공간을 마련해달라고 건의했다. 또 시설 대피 안내도를 만들고 화재 위험이 있는 부분, 못이 튀어나온 부분 등을 찾아 개선해줄 것을 요구했다.
책상 앞 ‘공부기계’로 남지 않고
내 삶에 필요한 정책 제안한 학생들 ‘동아리 전용공간 마련해달라’ 등
실생활 밀착한 의견 내놓기도
‘학생부 스펙용 활동’ 오해 있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청특에서는 인권참여 분과에 속해 ‘선거권 연령을 18살로 낮춰달라’, ‘초·중·고 학생회 설치와 자치활동 권한을 법제화해달라’ 등의 의견을 냈다. “사실 중·고교에 다닐 때는 옆에 앉은 짝꿍보다 점수를 더 많이 받고, 등수를 높이는 데만 관심이 있던 학생이었다. 그런데 청소년 참여활동을 하면서 처음으로 친구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 친구가 살면서 불편한 건 없는지, 집에 가면 뭘 하는지, 어떤 동아리 활동을 하는지 등등.”
남씨는 친구들뿐 아니라 부모님이나 동네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주의 깊게 살피게 됐다. 그러면서 사회 전반에 대한 인식도 생기고 특히 ‘청소년’이란 존재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점수 맞춰 들어간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던 그는 학교를 겨우 마치고 대학원서 ‘청소년학’으로 ‘전향’했다. 청소년 진로나 정책에 대해 공부한 뒤 지금은 한 대학의 입학사정관으로 일하고 있다.
“청소년을 연구하는데 교육제도나 그들의 삶을 모르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실제 초·중·고 12년 동안 대학진학에 맞춰져 있는 교육 현실을 직접 보고 개선안을 찾는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이 일을 선택했다.”
교육정책이나 청소년 관련 정책 등은 당사자인 청소년보다 어른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들어진다. 그렇다보니 정작 정책의 수혜자인 학생들은 내용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생긴다. 방학을 맞아 많은 학생들이 학교 밖 활동을 한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사회 문제뿐 아니라 본인들과 관련한 사안에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정부·민간 주도 정책참여 기구 늘어
현재 정부 주도로 운영되는 청소년 정책 참여기구는 세 개다. 청특과 ‘청소년참여위원회’(이하 청참), 청운위다. 청특과 청참은 청소년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 청운위는 청소년 시설이나 단체의 운영과 프로그램 개발 등에 참여하는 것이 목적이다.
올해 10년을 맞은 청특이 그동안 제안한 과제를 보면 ‘초·중·고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 다문화 이해교육 반영’, ‘인터넷 중독 방지책 마련’, ‘청소년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 열람 간소화’ 등이 있다. 이 내용은 실제 정책에 반영돼 현재 관련 제도가 운영 중이다.
고등학생 시절 청특 활동을 했던 김진수씨(22)는 “그전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다 학교 밖에서 시민들에게 설문조사를 벌이고 플래시몹을 했던 것 등은 색다른 도전이었다”고 했다.
“정책이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낸 뒤 그에 대한 또 다른 문제점이 도출되면 보완책까지 마련해야 한다. 정책 만드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토론하는 방법을 익혔다.”
이현진씨(23)는 지난해 청특 활동을 함께했던 친구들과 ‘레인메이커’(www.facebook.com/youthrainmaker)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진로 멘토나 문화역사 수업 등 교육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교육기부를 하는 단체다. 이씨는 “활동하면서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이 움직이면 ‘반항’이라고 느끼고 무조건 어른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 차원의 청소년 참여기구는 공식적이고 안전하게 정책이나 사회 참여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행사를 진행하는 데 형식에 너무 신경 쓰거나 부처 눈치를 봐야 하는 한계도 있다.”
정부가 아닌 민간의 주도로 이뤄지는 활동도 있다. 청소년자치연구소(www.youthauto.ne)는 1년 전 전북 군산에 자리잡았다. 청소년을 시민으로 보고 자신이 사는 지역사회 관련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도록 돕는다. 정책을 감시하는 ‘옴부즈퍼슨’, 본인들의 활동 소식과 지역 현안을 취재해 지역 언론인 <새전북신문>에 기고하는 청소년 기자단 등이 있다. 정건희 소장은 “정부 주도가 아니라서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다양한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며 “몇 명이 기구를 꾸려 정책과제를 모으기보다 청소년을 포함해 일반 시민이라면 누구나 언제든 의견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직접 활동하면서 느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포럼도 열었다. 지역의 청소년들이 함께 내가 사는 공간에 대한 개선책을 찾고 정책 의제 형태로 만드는 내용이었다. 이 자리에 지역 국회의원을 불러 피드백 받은 뒤 시청 담당부서에 수정한 의견을 보내 현재 검토 중에 있다.
활동 시간·권리 등 적극적으로 줘야
사실 학생 신분으로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광주 서강고 3학년 강철구군은 “활동하는 데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어서 학업과 병행하기가 힘들었다”며 “중간에 교사나 부모가 입시 공부할 시간을 뺏는다고 반대해 활동을 그만두는 친구들도 있었다. 참여기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충분히 활동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제일고 3학년 전혜성양도 “회의나 활동하는 시간을 내기도 힘들고 주변에서 ‘공부 안하고 대체 뭐 하러 가는 거냐’는 우려 섞인 말을 많이 들었다”며 “교사나 학생 가운데 청소년 참여기구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 예산을 늘려 좀 더 홍보를 하고 청소년정책을 만드는 데 당사자인 청소년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스펙을 위한 ‘불순한 의도’로 활동이 형식적으로 이뤄지지 않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참여 학생들은 “출석만 하고 활동도 수료를 인정해주는 만큼만 하는 아이들도 있긴 하다”며 “지역에 따라 출석률을 엄격히 따지거나 활동을 불성실하게 하는 경우 중간에 자격을 박탈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청소년 정책참여기구 활동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공식적으로 적을 수 없다. 한 학생은 “편법으로 봉사활동이나 진로 관련 활동에 녹여서 적는 경우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학생부에 직접적으로 반영이 안 되다 보니 실제 스펙보다 스스로 원해서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정책을 만들거나 기관 운영 관련 참여기구 활동을 했던 학생들 대부분은 “의사결정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사고를 키우고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우물 안 개구리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학생부에 적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 활동을 통해 스펙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최화진 <함께하는 교육> 기자 lotus57@hanedui.com
내 삶에 필요한 정책 제안한 학생들 ‘동아리 전용공간 마련해달라’ 등
실생활 밀착한 의견 내놓기도
‘학생부 스펙용 활동’ 오해 있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2. 청특 학생들이 ‘청소년의 역사 이해,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의제로 의견을 나누거나 다른 학생들이 만든 자료를 보고 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제공
3. 청특 학생들이 ‘청소년의 역사 이해,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의제로 의견을 나누거나 다른 학생들이 만든 자료를 보고 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제공
4.청특 학생들이 ‘청소년의 역사 이해,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의제로 의견을 나누거나 다른 학생들이 만든 자료를 보고 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제공
5. 청특 학생들이 ‘청소년의 역사 이해,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의제로 의견을 나누거나 다른 학생들이 만든 자료를 보고 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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