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책들이 다양하게 출간된 해였다. 교사들은 학교 생활을 하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책에 풀어 놓기도 하고, 다른 교사들이 쓴 책에 공감하기도 했다. 사진은 독서토론 직무연수중인 구리지역 교사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2015 교사들이 꼽은 화제의 교육서적
“어느 직장이나 그렇지만 교사들도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많은 문제들을 만나게 되죠. 제 경우 올해 저를 힘들게 했던 문제가 두 개였어요. 하나는 학교 교감 선생님과의 갈등이고, 하나는 학부모와의 갈등이었죠. 불필요한 업무를 너무 많이 요구하는 교감과 싸운 뒤로 교사들 사이에서까지 ‘별난’ 교사로 낙인찍히기도 했고, 학부모들 가운데는 수업 방법부터 내용까지 트집 잡는 경우도 있었어요. 힘들 때마다 위로가 된 건 다양한 교육 관련 책을 읽는 것이었어요.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서 위안을 받을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 해결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거든요.”
교육과정 혼내는 쓴소리부터
교사 보듬는 힐링 에세이까지
다양한 교육서적 나왔던 한 해 교사 300여명 대상 설문조사
불합리한 교육제도 개선하고
학교생활 돕는 책에 관심몰이 경기도의 한 고교에서 2학년을 담당하고 있는 이아무개 교사의 고백이다. 이 교사의 취미는 원래 운동이다. 한때는 마라톤에 빠져 하프마라톤을 두 번 완주한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올해 이 교사는 ‘책’에 빠졌다. 총 60여권의 책을 읽고 독서노트를 작성했다. 일주일에 한 권씩은 꼭 책을 읽은 셈이다. 그 가운데 30권에 가까운 책이 교육 관련 도서였다. 교사들의 독서 모임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교직 생활이 어려울수록 더 좋은 교사가 되려는 노력을 하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특히 최근에는 교사 대상 책이 더 많아졌어요. 이럴수록 ‘골라 보는’ 재미가 있었죠. 같은 책을 읽는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면 저절로 힘을 얻기도 하고요.” 최근 교육 관련 서적들이 훨씬 다양해지는 추세다. 예전에는 해외의 교육 사례나 학습법, 혹은 교수법 등 ‘노하우’를 전하는 책이 다수를 이루었다면, 올해는 교사들의 일상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낸 <교사동감>, 17년간 초등교사로 지낸 경험과 애환을 담은 전북교육청 김성효 장학사의 에세이집 <선생 하기 싫은 날>, 경북 다부초 이성우 교사가 ‘교육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은 <교사가 교사에게>등 다양한 교육서적들이 돋보였던 한 해였다. <함께하는 교육>팀은 연말을 맞아 올해 화제가 된 교육 이슈, 트렌드를 분석해보자는 뜻으로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357명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2015 화제의 교육서적’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예스24, 알라딘 등 다양한 인터넷 서점에서 꼽은 베스트셀러 목록과 현장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인터뷰, 판매량 등을 근거로 9권의 책을 설문 대상으로 정했다. 교사들에게 가장 화제가 되었던 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또 앞으로 어떤 책들이 나왔으면 하는지 등을 물었다. 교육과정 등 제도개선에 뜨거운 관심 교사들은 교육과정, 교육법 등 제도적 문제에 가장 큰 관심을 보여줬다. 교사들이 2015년 가장 화제가 된 책으로 꼽은 것은 정성식 교사의 <교육과정에 돌직구를 던져라>(이하 <돌직구>)다. 중복응답이 가능한 첫 질문에서 46.2%, 거의 절반에 가까운 교사들이 이 책을 선택했다. 10년간 미국에서 초등 상담교사로 일한 교육심리학 박사이자 교육 컨설턴트인 제인 넬슨의 <학급긍정훈육법>과 실천교육교사모임의 <교사독립선언>이 각각 35%, 32.2%로 뒤를 이었다. <돌직구>는 교장이 바뀌면 학교 교육과정을 바꾸어야 하는 불합리함, 교사를 지치게 하는 정부부처의 자료요청 등 교사를 아이들과 수업으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현장 교사들이 대부분 공감하지만, 비교적 폐쇄적인 학교 사회에서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시원하게 풀어내 교사들의 속을 ‘뻥’ 뚫어줬다는 평가다. 이 책을 읽은 교사들은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자유학기제 등 제도적 문제에 대한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의 방향까지 함께 고민할 수 있었다”, “이제껏 교육과정은 형식적인 것이고 문서로 남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책을 통해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사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드는 길을 찾게 됐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학급긍정훈육법>을 읽은 교사 독자들은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위해 동료교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댔을 정도”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학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교사의 철학을 세우고 아이들과의 좋은 소통방법을 고민했던 한해였습니다.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몬스터 페런츠’ 때문에 힘들 때가 많습니다. 진정한 교육을 위해 고민한다는 관점에서 학부모들과의 소통 관계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어렵습니다.” 설문조사에서 한 교사가 남긴 고민이다. ‘올해 내가 고민한 교육 문제’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30%가 넘는 교사들이 “학부모와의 관계뿐 아니라 학생, 학교 당국 등 교육주체들과 소통이 안 되어 생기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려웠다”는 등 ‘소통’ 관련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특목고, 자사고, 특성화고 등 다양한 고교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슬럼화’되었다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 교사들의 학생지도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이 밖에도 2만권이 넘게 팔린 <거꾸로교실>은 31.4%의 교사가 선택해 좁은 격차로 4위를 기록했다. 이 책은 집에서 동영상으로 강의를 보고,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다양한 교육활동을 이어가도록 하는 수업 패러다임 ‘거꾸로교실’을 실천하는 교사들의 연구모임 ‘미래교실네트워크’의 활발한 활동과 함께 더욱 돋보였다. 미래교실네트워크는 올해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을 마치고 사무실도 냈다. 지난 18일에는 학교에서 거꾸로교실을 실천하는 교사들의 다양한 수업사례를 담은 <거꾸로교실 프로젝트>도 펴냈다. 학생·교사 심리 관련 책에 대한 기대도 ‘차후에 발간될 교육 서적이 꼭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를 묻는 질문에서도 교육제도에 대한 교사들의 고민은 묻어났다. 가장 많은 교사들이 ‘교육과정, 교육법(정책) 등 제도적 문제를 다룬 책들’을 만나고 싶어했다.(40.4%) 근소한 차이로 ‘교사들의 힐링’(37.4%), ‘학생들의 심리 등 상담 관련 문제’(36%)가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교사들 각자의 필요에 맞춘 책들을 기다린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교원대학교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있는 송윤오 교사는 새내기 교사들을 위한 책에 대한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현장의 경력교사들은 새로운 환경에서도 금세 적응할 수 있지만, 초임이나 저경력 선생님들은 본인이 예비교사 때 꿈꿔온 학교와 발령받아서 부딪힌 현장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고 버거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발령 1년이 못 되어 사표를 쓰는 분도 봤어요. 예비교사나, 저경력교사들이 학교현장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유미 '함께하는 교육'기자 ymi.j@hanedui.com
교사 보듬는 힐링 에세이까지
다양한 교육서적 나왔던 한 해 교사 300여명 대상 설문조사
불합리한 교육제도 개선하고
학교생활 돕는 책에 관심몰이 경기도의 한 고교에서 2학년을 담당하고 있는 이아무개 교사의 고백이다. 이 교사의 취미는 원래 운동이다. 한때는 마라톤에 빠져 하프마라톤을 두 번 완주한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올해 이 교사는 ‘책’에 빠졌다. 총 60여권의 책을 읽고 독서노트를 작성했다. 일주일에 한 권씩은 꼭 책을 읽은 셈이다. 그 가운데 30권에 가까운 책이 교육 관련 도서였다. 교사들의 독서 모임에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교직 생활이 어려울수록 더 좋은 교사가 되려는 노력을 하는 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특히 최근에는 교사 대상 책이 더 많아졌어요. 이럴수록 ‘골라 보는’ 재미가 있었죠. 같은 책을 읽는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면 저절로 힘을 얻기도 하고요.” 최근 교육 관련 서적들이 훨씬 다양해지는 추세다. 예전에는 해외의 교육 사례나 학습법, 혹은 교수법 등 ‘노하우’를 전하는 책이 다수를 이루었다면, 올해는 교사들의 일상 이야기를 만화로 풀어낸 <교사동감>, 17년간 초등교사로 지낸 경험과 애환을 담은 전북교육청 김성효 장학사의 에세이집 <선생 하기 싫은 날>, 경북 다부초 이성우 교사가 ‘교육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은 <교사가 교사에게>등 다양한 교육서적들이 돋보였던 한 해였다. <함께하는 교육>팀은 연말을 맞아 올해 화제가 된 교육 이슈, 트렌드를 분석해보자는 뜻으로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357명의 교사들을 대상으로 ‘2015 화제의 교육서적’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예스24, 알라딘 등 다양한 인터넷 서점에서 꼽은 베스트셀러 목록과 현장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인터뷰, 판매량 등을 근거로 9권의 책을 설문 대상으로 정했다. 교사들에게 가장 화제가 되었던 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또 앞으로 어떤 책들이 나왔으면 하는지 등을 물었다. 교육과정 등 제도개선에 뜨거운 관심 교사들은 교육과정, 교육법 등 제도적 문제에 가장 큰 관심을 보여줬다. 교사들이 2015년 가장 화제가 된 책으로 꼽은 것은 정성식 교사의 <교육과정에 돌직구를 던져라>(이하 <돌직구>)다. 중복응답이 가능한 첫 질문에서 46.2%, 거의 절반에 가까운 교사들이 이 책을 선택했다. 10년간 미국에서 초등 상담교사로 일한 교육심리학 박사이자 교육 컨설턴트인 제인 넬슨의 <학급긍정훈육법>과 실천교육교사모임의 <교사독립선언>이 각각 35%, 32.2%로 뒤를 이었다. <돌직구>는 교장이 바뀌면 학교 교육과정을 바꾸어야 하는 불합리함, 교사를 지치게 하는 정부부처의 자료요청 등 교사를 아이들과 수업으로부터 떨어뜨려 놓는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현장 교사들이 대부분 공감하지만, 비교적 폐쇄적인 학교 사회에서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시원하게 풀어내 교사들의 속을 ‘뻥’ 뚫어줬다는 평가다. 이 책을 읽은 교사들은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자유학기제 등 제도적 문제에 대한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앞으로의 방향까지 함께 고민할 수 있었다”, “이제껏 교육과정은 형식적인 것이고 문서로 남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책을 통해 실제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사용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드는 길을 찾게 됐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학급긍정훈육법>을 읽은 교사 독자들은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위해 동료교사들과 함께 머리를 맞댔을 정도”라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학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교사의 철학을 세우고 아이들과의 좋은 소통방법을 고민했던 한해였습니다.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는 ‘몬스터 페런츠’ 때문에 힘들 때가 많습니다. 진정한 교육을 위해 고민한다는 관점에서 학부모들과의 소통 관계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어렵습니다.” 설문조사에서 한 교사가 남긴 고민이다. ‘올해 내가 고민한 교육 문제’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30%가 넘는 교사들이 “학부모와의 관계뿐 아니라 학생, 학교 당국 등 교육주체들과 소통이 안 되어 생기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려웠다”는 등 ‘소통’ 관련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특목고, 자사고, 특성화고 등 다양한 고교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슬럼화’되었다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 교사들의 학생지도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이 밖에도 2만권이 넘게 팔린 <거꾸로교실>은 31.4%의 교사가 선택해 좁은 격차로 4위를 기록했다. 이 책은 집에서 동영상으로 강의를 보고,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다양한 교육활동을 이어가도록 하는 수업 패러다임 ‘거꾸로교실’을 실천하는 교사들의 연구모임 ‘미래교실네트워크’의 활발한 활동과 함께 더욱 돋보였다. 미래교실네트워크는 올해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을 마치고 사무실도 냈다. 지난 18일에는 학교에서 거꾸로교실을 실천하는 교사들의 다양한 수업사례를 담은 <거꾸로교실 프로젝트>도 펴냈다. 학생·교사 심리 관련 책에 대한 기대도 ‘차후에 발간될 교육 서적이 꼭 다루었으면 하는 주제’를 묻는 질문에서도 교육제도에 대한 교사들의 고민은 묻어났다. 가장 많은 교사들이 ‘교육과정, 교육법(정책) 등 제도적 문제를 다룬 책들’을 만나고 싶어했다.(40.4%) 근소한 차이로 ‘교사들의 힐링’(37.4%), ‘학생들의 심리 등 상담 관련 문제’(36%)가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교사들 각자의 필요에 맞춘 책들을 기다린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교원대학교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있는 송윤오 교사는 새내기 교사들을 위한 책에 대한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현장의 경력교사들은 새로운 환경에서도 금세 적응할 수 있지만, 초임이나 저경력 선생님들은 본인이 예비교사 때 꿈꿔온 학교와 발령받아서 부딪힌 현장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고 버거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실제로 발령 1년이 못 되어 사표를 쓰는 분도 봤어요. 예비교사나, 저경력교사들이 학교현장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유미 '함께하는 교육'기자 ymi.j@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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