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6일 오전 경기 과천 국사편찬위원회 현관 앞에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과천/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대경상고 교사, 동료들한테 메시지
9년간 상업 가르치다 3월부터 국사 맡아
누리집 소개란에 담당 과목 “상업”
한국사 박사학위 과정 밟는 중
자격 논란 야기되자 하루만에 자진사퇴
교육부·국편 전문성 강조 무색
현행 교과서 필진 대부분 10년경력
9년간 상업 가르치다 3월부터 국사 맡아
누리집 소개란에 담당 과목 “상업”
한국사 박사학위 과정 밟는 중
자격 논란 야기되자 하루만에 자진사퇴
교육부·국편 전문성 강조 무색
현행 교과서 필진 대부분 10년경력
한국사를 가르친 지 9개월밖에 안 된 고교 교사가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 47명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만에 사퇴했다.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공개한 신형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이외에 국정교과서 집필진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집필진 구성이 완료되기 전 여기자 성희롱 논란 등으로 사퇴한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에 이어 두번째 집필진 사퇴이기도 하다.
국사편찬위원회(국편)는 10일밤 보도자료를 내어 “국정교과서 집필진인 김형도 교사가 자신이 집필진으로 공개된 것은 괜찮지만, 자신으로 인해 교과서 편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해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기관지 <교육희망>은 10일 서울의 사립학교인 대경상업고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김 교사가 스스로 “국정교과서 집필진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교육희망>의 보도를 보면, 김 교사는 지난 8일 이 학교 교원들한테 A4 용지 3장 분량의 집단 메시지를 보내 “1월부터 13개월간 역사교과서를 함께 쓰게 됐다. 46명과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필진이) 모이면 (국편이) 얼마나 비밀을 강조하는지 질릴 정도”라는 취지의 글을 보냈다. 이 학교 교장은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보도된 내용대로이며, 김 교사가 학교와 협의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결정한 일이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 학교에서 9년간 상업 과목을 가르쳐왔으며, 지난 3월부터 처음으로 1학년 4개 반의 한국사 과목을 함께 가르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한국사 관련 박사학위 과정에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학교 공식 누리집의 ‘교직원 소개’ 난에는 김 교사의 담당 교과가 ‘상업’으로 돼 있다. 교육부와 국편이 국정교과서 집필진 명단을 극비로 유지하면서 집필진의 ‘전문성’을 강조해온 게 무색한 경력인 셈이다. 국편은 지난달 23일 ‘올바른 역사 교과서 집필진 구성 결과 발표’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의 검정교과서보다 많은 집필인력과 학계의 명망 높은 전문가로 집필진을 구성함으로써 최신 연구결과 등 역사적 통설을 충분히 검토·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편은 전문성 논란과 관련해 “김 교사는 교육대학원에서 역사교육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한국고대사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며 “전공의 전문성을 고려해 집필진으로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역사학계와 교육계가 압도적으로 국정화에 반대한 가운데 전문성이 떨어지는 집필진을 구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인 것 같다”며 “나머지 집필진 역시 13개월 동안 숨길 수 없을 테고 이런 식으로 한명 두명씩 경력이 밝혀질 텐데 지금이라도 집필진을 공개하는 것이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여당이 문제삼는 현행 검정교과서를 집필한 교사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역사 과목을 가르쳤다”며 “역사 수업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짧은 경력의 교사한테 교과서 집필을 맡긴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이날 <한겨레>의 확인 요청에 “국편에 확인해보니 국정교과서 집필진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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