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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걔한테 냄새나요’라며 따돌리는 아이들

등록 2015-12-07 20:43수정 2015-12-07 21:21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초5 딸아이가 자기 짝 남자애한테서 냄새가 난다는 얘길 한 적이 있다. 다른 여자애들도 그 아이한테서 냄새가 난다고 하며 아이가 앉은 의자에는 잘 안 앉으려 한다고도 했다. 그 얘길 들으니 나도 그런 일이 있었던 게 생각났다. 5학년 때인가 6학년 때였는데, 우리반 어떤 남자애한테서 지린내가 나서 한참을 여자애들끼리 쑥덕거리며 짝하기 싫어했던 적이 있었다. 그 남자애는 우리가 자기를 두고 그런 얘길 했던 걸 알고 있었을까 모르겠다. 크게 티를 냈던 것 같지는 않은데, 별 상처 없이 모르고 지나갔길 바란다.

사춘기 초입인 초등 고학년 무렵부터 아이들 사이에서 ‘냄새난다’, ‘더럽다’며 피하거나 따돌리는 사례들이 종종 있다. 몸에서 나는 냄새나 비염, 아토피 등의 것들로 면박을 주거나 따돌림을 가한다. 때로는 가무잡잡한 얼굴과 순박한 말투만 보고 ‘더럽다’며 놀리기도 한다. 한번 이런 말이 나면 주변으로 쉽게 퍼지기도 하고 그 아이의 대표 이미지처럼 되어 지속적인 괴롭힘거리가 된다. 그로 인한 상처는 꽤 오랫동안 아이의 마음에 남는다.

상대편 아이의 부모나 담임선생님에게 말해도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상대편 엄마들 중에는 자기 딸들을 자기도 어쩌지 못한다고 미안해하기도 하고, 담임선생님의 중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 심하게 행동하기도 한다. 한 걸음 멀리 떨어져 있는 어른의 힘보다 자기들끼리의 영향력이 더 큰 시기라 적절히 개입하여 효과를 본다는 게 참 쉽지가 않다.

이때의 아이들은 외모에 대한 관심이 많고, 남들에게 보이는 이미지에 예민하고, 친구관계를 더 중요시하고, 자신들의 견해와 주장에 대한 고집도 세다. 특히 여자아이들의 경우 동성 그룹에서 우리 편이냐 우리 편이 아니냐의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다. 무리에 속하지 않으면 소외와 따돌림을 겪기 때문에 자기 의견과 달라도 동조를 하게 된다.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진 않지만, 자신의 스트레스와 불만을 그런 부분에 쏟아내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의 경우는 어떻게 보면 근본 문제가 자기 자신에게 있고, ‘분풀이 대상’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외모가 청결하지 않거나 옷을 잘 입지 못하거나 공부를 못하는 등 자신보다 만만해 보이는 면을 가진 아이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 내 아이가 이런 상황에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참 난감해진다. 아이들 사이의 일인 것 같아 내 아이가 좀 더 잘 대처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생기고, 괜히 엄마가 나섰다가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철없는 아이들의 일이라고 넘기기에는 내 아이의 상처가 너무 아프게 다가온다.

사춘기가 시작되면 몸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데, 이 과정에서 ‘사춘기 냄새’가 난다. 몸과 머리에서 분비되는 성호르몬과 땀이 원인이다. 양이나 농도에 따라 냄새의 정도가 다르다고 한다. 여자아이들보다 남자아이들에게서 성호르몬의 분해물이 더 많이 분비되다 보니 아들 방의 냄새가 더 고약하다. 또한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이 이 냄새에 대한 거부반응이 더 심하다. 그 외에도 몸의 변화에 따라 냄새가 날 요인들은 많다. 때로는 냄새는 둘째 치고 가정의 돌봄 부족으로 세탁이 충분치 않아 지저분해진 교복, 비듬과 기름이 많이 낀 머리 때문에 냄새를 상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외모 전반에서 청결 상태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경우 잘 씻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된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정상적인 냄새와 치료를 받아야 할 냄새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냄새에 지나치게 예민해져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진단을 받아도 냄새에 집착하게 되는 경우라면, 가정불화나 사랑의 결핍으로 인한 불안, 성취의 좌절로 인한 열등감 등의 심리적인 문제가 내면에 깔려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때로는 액취증일 수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기본 생활을 건강하게 해낼 수 있도록 돕는 길이다. 여하튼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체취가 있듯이 이 시기의 사춘기 냄새 또한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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