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만든 세계의 청소년들
‘학생들이 학교를 직접 운영하면 어떤 모습일까?’ 이는 한국에서만 나오는 질문이 아니다. 2010년 미국 매사추세츠의 한 공립고등학교 학생이었던 샘 레빈도 이 질문을 했다. 그는 기존 학교 교육에 두 가지 큰 문제가 있다고 봤다. 하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많은 지식을 배우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행복감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는 친구들과 직접 ‘학교 안의 다른 학교’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영문학과 수학, 과학, 사회과학 등 4가지 과목만 빼고는 학교를 모두 바꿨다. 그리고 학교 안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아이들을 골고루 섞어 10명 미만의 작은 학급을 만들었다. 교사는 없었다. 대신 학생들은 스스로 주제를 선택하고, 공부하고, 나눴다. 이들은 한 주에 각자 과목별 하나씩, 총 4개의 질문을 준비하고 각자 그 질문을 선택한 이유와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 결과를 학급 친구들에게 발표했다. 동료들은 다른 이의 발표를 듣고 질문도 하고, 의견도 냈다. 이들은 ‘독립적 프로젝트’라 이름 붙인 그들의 공부와 운영 등 모든 과정을 비디오로 만들었다. 수업에 참여하지 않던 학생들이 학교에 오는 것을 즐거워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서로의 배움에 관심을 가지다 보니 자연스레 학교폭력 등의 문제도 조금씩 해결됐다.
한편 학생들이 직접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스키에 있는 작은 마을 ‘테코스’에는 ‘리케움기숙학교’라는 작은 학교가 있다. 교장 셰티닌이 설립한 이 학교는 약 20년째 운영되고 있지만, 러시아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숨은 학교’다. 도심과는 떨어진 곳에 있고, 학교 홍보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제도권 바깥의 학교였지만, 교육적 의미를 인정받아 2010년에 러시아 교육부 인증을 받았다. 시간표도 교과서도 교사도 없다. 이 학교에서 학생들은 최소한도로 정해진 교과과정에 관련된 책들을 읽고, 스스로 공부한다. 고학년들은 자연스럽게 저학년들의 멘토가 된다. 한국 기준 중-고등학교 학령기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생활한다. 학생들은 학비를 내지 않고, 학교는 소정의 정부지원금과 학교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학생이 만들고 운영하는 학교’라는 모토에 따라, 학생들은 학교에 필요한 시설은 직접 짓는다. 고학년 학생들이 나무를 자르고, 톱질을 하고, 시멘트를 바르면, 저학년 학생들이 벽에 그림을 그려 넣는다. 악기나 춤 등 다른 활동들도 모두 자발적이다. 식사 때가 되면 학생들은 함께 모여 요리를 해 먹는다. 학교와 그 구성원 약 350명이 큰 생활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교실과 교사, 정해진 교육과정, 성적체계가 없는 것이 이 학교의 교육 모토다. 입학 절차도 간단하다. 학교에 입학하고 싶은 학생은 7월에 학교를 방문해 교장과 간단히 면접을 하면 된다. 입학생으로는 만 11~13살 학생을 선호한다.
정유미 '함께하는 교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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