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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환각물질’ 손댄 우리 아이 어쩌나

등록 2015-10-26 20:31수정 2015-10-27 10:32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부모 첫 반응이 중요하죠
이맘때쯤 항상 생각나는 아이가 있다. 아이가 보내는 ‘도와달라’는 신호를 정확히 알아채질 못했다. 아이가 겪고 있는 위기의 신호들을 사춘기, 청소년기의 정서적인 징후들로 쉽사리 판단하고 지나쳤던 것이다. “엄마한테 힘든 마음 얘기해도 엄마는 계속 사춘기래요. 난 아닌 것 같은데. 엄마는 말을 들어주지 않고 엄마 말만 해요.” 그 아이가 한 말인데, 상담자인 나도 아이의 엄마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지금도 문제가 수면에 드러나기까지 아이가 혼자 겪었을 불안과 혼란이 내 마음에 무겁게 새겨져 있다.

여름방학을 보내고 상담실에 찾아온 중3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뭐가 힘든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엄청 힘들어요. 그냥 눈물이 나고, 죽고 싶어요.” “몸이 너무 많이 어지럽고, 손발이 저리고, 토할 것 같고, 성격도 좀 난폭해지고, 제가 아닌 것같이 변해요. 눈도 풀리고. 기운이 없어요. 학교도 다니기 싫고, 집도 들어가기 싫어요. 친구하고 있을 때가 행복해요.”

위기상황이라 판단되어 다음날부터 며칠 연이어 상담을 하며 몸의 증상과 심리적 요인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 어지럽고 울렁거리는 증상에 대해서 병원 진료와 타당한 설명이 있었기에 가족, 친구, 진학·성적 등의 심리·정서적 스트레스에 좀더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 추석 연휴, 중간고사, 학교 축제 기간이 이어지면서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아이를 놓쳐버렸다. 아이를 못 본 지 한 달 보름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는 완전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바니시’ 흡입을 해서 발견된 상태였다.

도움을 요청하거나 상담을 오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보통 두 가지 면이 있다. 도움을 받아 고통과 문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과 이대로 고통을 받고 문제되는 상황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다. 변화를 원하면서도 변화에 대해 두려움과 불안을 느낀다. 그 문제 상황이 비록 고통을 주고 있긴 하지만 그동안 그 상황에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적응을 해온 것이다. 그 익숙한 고통이 한편으론 편하다. 그러니 그 안정감을 버리고 새로운 적응 과정을 선택하는 건 쉽지 않다. 이런 복잡한 마음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쉽게 자신의 어려움을 펼쳐 보일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사춘기에 진행되는 변화와 중독성 물질 사용의 징후들이 비슷하긴 하다. 예민하고 감정기복이 심하다. 짜증과 화를 내는 경우가 잦다. 반항적이다. 무기력하다. 집에서 대화가 줄고,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린다. 겹치는 징후들이다. 아이가 먼저 부모에게 고백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평소답지 않은 행동들을 할 때는 언제든 주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또 물질 사용과 관련된 직접적인 징후들도 놓치면 안 된다. 식사와 수면에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거나 건강상태의 변화, 눈의 충혈, 감기 등이 아닌데 잦은 기침이나 코 훌쩍임, 특정한 냄새들, 둔한 몸놀림, 어눌한 말이나 헛소리, 알 수 없는 멍이나 다친 상처 등이 해당한다.

만약 자녀의 환각물질 사용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첫 반응이 아주 중요하다. “왜 했니?”, “언제부터니?”, “대체 몇 번째야?” 이런 질문으로 다그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 “이번이 처음이다”라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열 번 했어도 “한 번밖에 안 했다”고 한다. 그보다는 “네가 그렇게 할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다. 그 이유가 어떤 건지 얘기해볼 수 있겠니?” 등이 더 좋다.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들어주는 것이 아이의 욕구불만들을 줄여주는 데 효과적이다. 그리고 물질·약물 사용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이때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시는 안 한다”는 아이의 다짐을 믿고 기회를 더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대개는 현명하지 않은 결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본드나 바니시 등을 사용해 봤다면 언제든 다시 시도할 수 있다. 치료나 개입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아이의 문제 행동에 대해서 부모가 대신 변명이나 거짓말을 해줘서는 안 된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듯이 가장하는 것도 도움이 안 된다.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이 중요하다. 문제아, 약한 아이로 보기보다는 그 아이의 삶 속에서 건강하게 기능하고 있는 부분을 봐야 하다. 또한 문제 행동의 해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아이의 문제·약점에만 집착하게 되어 정작 아이를 놓친다. 아이가 이루고 싶은 꿈은 뭔지, 잘할 수 있는 것은 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등을 놓치지 않고 있어야 이 문제에서 더 쉽게 벗어날 수 있다. 한성여중 상담교사

윤다옥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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