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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박 대통령 하는 일 북한과 다를 바 없음을 알려주려고…”

등록 2015-10-19 18:47수정 2015-10-20 09:11

트위터에서 퍼나르기(리트윗)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
트위터에서 퍼나르기(리트윗)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
북한 문체 패러디한 연세대 대자보 제작한 학생 인터뷰
“국정교과서 찬성한다고 했지만 반어법으로 풍자”
“청년·지식인들이 또 다른 메시지 만들어달라”
북한 성명서 문체를 패러디해 작성한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우리의 립장’이라는 대자보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이 대자보를 쓴 연세대생 박아무개씨는 “대자보를 읽는 이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하는 일이 북한이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중앙도서관에 부착된 이 대자보는 19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와 ‘클리앙’ 등에 게재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폭발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박씨는 이날 오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쪽에서 ‘북한이 싫다면서 왜 북한처럼 교과서 국정화를 따라하느냐’는 비판을 가장 듣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면서 “(대자보에서) 국정 교과서를 찬성한다고 주장했지만, 반어법으로 풍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자보를 기획하는 데 꼬박 이틀을 들였다. 그는 “단순하게 ‘저는 국정화에 반대합니다. 왜냐면 북한을 따라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라는 식으로 쓴다면 읽는 사람들에게 크게 반향이 없을 것 같았다”면서 “북한 뉴스 대변인이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대자보를 쓰면,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교과서 국정화가 북한이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읽는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알아챌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자보에 실명을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메신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2013년에 고려대에서 나온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사회적 이슈가 됐을 때, 보수 언론이 메시지를 못 까니 메신저를 깠다. 대자보를 붙인 학생을 노동당 당원이라고 낙인 찍으면서 결국 본질이 흐려지게 됐고 이번에도 그렇게 되길 원하지 않아 익명으로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해 북한 성명서 문체를 패러디해 작성한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우리의 립장’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만든 연세대생의 초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해 북한 성명서 문체를 패러디해 작성한 ‘국정교과서에 찬성하는 우리의 립장’이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만든 연세대생의 초고.

그는 “메신저가 아니라 메시지를 봐달라”며 “제 또래의 청년들이, 더 많은 지식인들이 또 다른 메시지를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되면 왜 이런 대자보를 썼는지 의도와 실명을 밝힐 생각인데, 그 전까지는 메시지에 집중해달라”고 덧붙였다.

박씨가 쓴 대자보는 “민족의 위대한 령도자이시며 존엄 높이 받들어 모실 경애하는 박근혜 최고지도자 동지께서 얼마 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선포하시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어 “오만불손한 좌파세력은 그 무슨 ‘친일독재 미화’니 ‘유신부활’이니 하는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지껄이며, 존엄 높이 추앙해 마지않을 민족의 태양 리승만, 박정희 대통령 각하를 깎아내리는 망발을 일삼고 있다”고 비꼬았다. 또 “철천지 원쑤보다 못한 좌파세력은 국정교과서에 대해 ‘역사교육을 획일화하려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감히 우리 조국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경천동지할 만행을 저질렀다”며 “단언하건대, 앞으로 우리 조국에서 쓰여질 교과서는 북조선, 로씨아, 베트남의 국정교과서만큼 영광스럽고 긍지 높은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끝으로 “만일 좌파세력들이 지금처럼 국정교과서를 비판하며 우리의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처사를 계속한다면 치솟는 분노와 경천동지할 불벼락으로 본때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보도 프로그램 자막으로 자주 쓰는 글씨체를 활용하고, 강조하려는 대목은 빨간색으로 표현했다. ‘선포하시었다’와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처럼 북한이 성명서 등에서 쓰는 말투를 그대로 패러디했다.

대자보를 본 누리꾼들은 ‘해학이 넘치고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누리꾼들은 커뮤니티 게시물에 “대자보를 복사해서 동네마다 붙이고 싶을 정도다”, “딱 봐도 비꼬는 내용이니 진지하게 생각하는 분은 없겠죠?”라는 등의 댓글을 남겼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연세대 박아무개 학생이 쓴 대자보 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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